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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는 지난해 12월 대대적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변경했다. 단순한 노선변경뿐만 아니라 버스 번호와 배차간격 등 모든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렸다.

 

때문에 초기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바뀐 번호를 몰라 이리저리 물어보는 사람들, 잘못 타서 바로 내려야 했던 사람들, 게다가 들쑥날쑥한 배차간격까지. 환승을 장려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오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바뀐 번호와 노선을 직접 알아봐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지만 나는 그런대로 만족했다. 내가 주로 타는 12번 버스의 배차간격이 10분에서 6분으로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타는 사람의 수가 많아서 불편함이 많았는데 배차간격이 줄었으니 혼잡함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배차간격을 지키기는 하는 것인지 들쑥날쑥한 정도가 심했다. 승강장은 언제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버스가 도착하면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차라리 포기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가려는 길이었다. 버스가 도착하려면 몇 분 남았는지 안내전광판을 보았지만 그 버스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한참 뒤, 전광판에 정보가 들어왔다.  

 

 '12번 21분후 도착 예정'

 

이럴 수가. 어떻게 6분 간격인 버스가 21분 후에 도착할 수 있는 거지?

 

전광판의 숫자는 20분, 19분 점차 줄어드는 듯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글씨에 나는 더 경악했다.

 

 '12번 27분 후 도착 예정'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것이 아닌가?

 

결국 40여분 후에 나타난 버스. 하지만 그 동안 모여든 많은 사람들로 인해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그 뒤로 두 대의 버스를 더 보낸 후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평소에 25분이면 도착했던 집을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도착했다.

 

버스노선이 변경된 지도 어느새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천안시청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배차간격과 노선 문제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버스가 오지 않아 KTX를 놓쳤다고 항의하는 정모씨, 고르지 못한 버스 운행시간 때문에 출근시간마다 택시를 타게 된다는 황모씨, 노선 변경 이후 집 앞에 버스가 정차하지 않아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는 이모씨 등 다양한 불만사항이 가득하다.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시내로의 진입을 원활하게 하고 출퇴근길 혼잡을 줄이겠다는 명목 하에 시행된 버스노선 변경이 오히려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단순한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변화로 거듭나려면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배차간격 1∼2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시민들의 불만에 귀 기울이는 것. 작은 문제일지 모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저렴하고 편리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중교통. 불만을 가지고도 단지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이용해야 한다면 더 이상 대중교통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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