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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읍 내에 가면 30여 가지가 넘게 나오는 한정식의 참맛을 볼 수 있다
▲ 남도 전통 한정식 해남읍 내에 가면 30여 가지가 넘게 나오는 한정식의 참맛을 볼 수 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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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가 오동통한 알갱이를 뽐내면서 봄도 따라 익어간다. 저만치 들녘 곳곳을 날아다니는 흰 나비, 노랑 나비들도 봄꽃의 향기에 취해 갈 지(之) 자 날갯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연푸른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뭉게구름 사이로 눈부신 봄햇살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되어 미끄러져 내릴 것만 같다.    

아지랑이로 꿈틀거리는 봄. 봄은 입맛을 잃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입맛을 새롭게 북돋워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산과 들녘에 연초록빛으로 쑥쑥 돋아나는 산나물과 채소, 봄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에서 마악 건져 올린 해산물 등이 나른한 춘곤증에 빼앗긴 입맛을 새롭게 북돋워주기 때문이다. 

지금 남도 땅끝마을 곳곳에서는 맛과 질을 자랑하는 한정식이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남도의 드넓은 들판에서 자라는 무성한 채소처럼, 푸짐한 상차림의 땅끝마을 한정식은 남도의 참맛과 남도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30여 가지 맛이 나는 반찬을 한 가지씩 차례로 맛보는 재미라니.

이 세상의 맛이란 맛은 다 들어 있을 것만 같은 남도 한정식. 특히 해남읍 내에 있는 그 집, 해남군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된 그 집의 한정식(1인분 2만원)은 남도 음식의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 씁쓸한 맛, 신 맛, 짭쪼롬한 맛, 달착지근한 맛, 매운 맛, 싱거운 맛, 새콤한 맛, 얼큰한 맛, 고소한 맛 등. 그 집 한정식에서는 사람의 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다 맛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남 땅끝마을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도 곱다
▲ 해남 땅끝마을 가는 길 해남 땅끝마을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도 곱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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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해남읍 내에 자리잡은 이 집 한정식
▲ 남도 한정식 기본 상 차림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해남읍 내에 자리잡은 이 집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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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정성 심은 어머니의 손맛

"저희 집은 청정해역으로 불리는 해남 인근에서 매일매일 생산되는 농수산물만을 주재료로 사용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오시는 분들도 음식이 싱싱하고 맛이 아주 좋다며 다시 찾아오곤 하지요. 요즈음에는 물가가 워낙 비싸서 그런지 회갑이나 칠순, 결혼피로연, 돌잔치 등을 저희 집에서 하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지난 12일(토) 오후 6시, 생가 복원을 위해 해남을 수시로 오가는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재걸(61) 선생과 함께 찾았던 전통 한정식 전문점.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학동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집은 해남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름난 한정식 전문점이다.

올해로 13년째 이곳에서 한정식 전문점을 꾸리고 있다는 이 집 주인 김진규씨는 "저희 집 한정식의 맛의 비결은 그날그날 논밭과 바다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재료에다 정성을 심는 데 있다"며 "정성이 곧 어머니의 손맛이자 진정한 남도의 맛"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씨는 이어 "손님들이 음식을 시킨 뒤 늦게 나온다고 투덜거릴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저희 집은 손님이 음식을 시킨 뒤에 밑반찬을 준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빙그시 웃는다. 남도 한정식의 참맛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 기다림 쯤은 이겨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투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 해남 앞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싱싱한 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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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썰어놓아도 끝없이 꿈틀댄다
▲ 산낙지 칼로 썰어놓아도 끝없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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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까지 벌어지는 한정식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한 가지만 집중해서 먹지 말고 이것저것 골고루 맛보라니깐. 맛 기사를 쓴다는 사람이 입이 그렇게 까탈스러워서야 되겠어."
"히야~ 입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까지 벌어지는 데요. 이거, 이렇게 한 가지씩 맛만 보아도 배가 부르겠습니다."
"재미난 이야기 한 가지 해 줄까? 옛날에 가난한 어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잔칫집에 갔어. 근데 자식들이 배가 어찌나 고팠던지 밥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있는 거야. 이를 본 어머니가 당장 밥숟가락을 뺏은 뒤 자식들에게 꿀밤을 먹이며 어서 고기와 해산물부터 먼저 먹으라고 호통을 쳤다는 거야."

그랬다. 예전에는 보릿고개다, 흉년이다, 해서 참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밥은 어느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맛난 고기와 해산물은 잔칫집이 아니면 쉬이 먹을 수가 없었을 때가 아닌가. 윤 선생의 음식 이야기를 들으며, 30여 가지가 훨씬 넘는 반찬을 차례대로 한 젓갈씩 집어 맛본다.

싱싱한 생선회와 홍어삼합, 칼로 잘게 썰어놓았는데도 계속 꿈틀거리고 있는 산낙지, 예쁘게 썰어놓은 전복과 무지개빛 전복 껍데기에 놓인 전복 내장, 장미꽃잎처럼 포개져 있는 빠알간 육회, 금세라도 기어나올 것만 같은 게 한 마리 놓인 간장게장, 전어, 생굴, 죽순, 묵은지, 국물김치, 멸치젓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젓갈 등. 맛보고 또 맛보아도 끝이 없다.
  
장미꽃잎을 포개놓은 듯한 싱싱한 육회
▲ 육회 장미꽃잎을 포개놓은 듯한 싱싱한 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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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전복을 집어먹는 쫄깃한 맛도 기막히다
▲ 전복 싱싱한 전복을 집어먹는 쫄깃한 맛도 기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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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맛이란 맛은 이곳에 다 집합

"쓰고 시고 달고 짜고 맵고 톡 쏘고…. 하여튼 이 세상의 맛이란 맛은 이곳에 다 집합을 한 것 같습니다. 이게 설마 일장춘몽은 아니겠지요?"
"일장춘몽이 아이라 일장춘미랑게."
"지금까지 사는 동안 이렇게 푸짐한 상 몇 번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렇게 다양하고도 깔끔한 깊은 맛을 내는 남도 음식은 이번이 첨인 것 같습니다."
"젓갈이 많이 발달한 남도 음식은 짭조름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특징이지."

30여 가지가 훨씬 넘는 다양한 반찬과 푸짐한 상차림의 남도 한정식의 참맛! 남도의 맛은 짙어가는 봄빛처럼 향기롭고 깊다. 한 번 혀를 스치고 지나가면 다시 찾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것만 같다. 마치 글쟁이가 글을 쓰지 못하고, 기자가 기사를 쓰지 못하고는 배길 수 없는 것처럼. 

이 집 한정식은 상 위에 차려진 음식만이 모두가 아니다. 어떤 음식이든 접시가 비면 곧장 색다른 음식이 접시를 채운다. 상 위에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 중 기호식품이 있어 다 먹고난 뒤 더 달라고 하면 두말없이 갖다 준다. 게다가 상 위의 음식 대부분이 바닥을 드러낼 때쯤이면 공기밥과 누룽지, 여러 가지 밑반찬이 또 따라 나온다.   
                                        
끝이 없이 나오는 남도 한정식. 끝이 없이 먹어도 자꾸만 수저가 가는 남도 한정식의 기 찬 감칠맛! 이 넉넉한 남도 사람들의 '끝없이 퍼주기'(?)를 어찌 하랴. 이 깊고 상큼한 봄맛을 어찌 잊으랴. 아, 식사 때마다 간절하게 생각난다, 땅끝마을 해남에 자리 잡은 그 한정식 집. 상 위에 봄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그 맛깔스런 음식, 다시 먹을 수 있을까.   
                                               
홍어삼합은 입맛에 따라 소금에 찍어먹기도 하고, 삶은돼지고기, 묵은지와 함께 쌈으로 싸먹기도 한다
▲ 홍어삼합 홍어삼합은 입맛에 따라 소금에 찍어먹기도 하고, 삶은돼지고기, 묵은지와 함께 쌈으로 싸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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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을 쌀밥과 함께 먹어보라! 그리고 게딱지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린 뒤 비벼 먹어보라
▲ 간장게장 간장게장을 쌀밥과 함께 먹어보라! 그리고 게딱지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린 뒤 비벼 먹어보라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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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정식, #진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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