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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강줄기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비닐하우스 물결. 전남 광양 진월면 월길리의 대규모 양상추 재배단지다. 푸른 섬진강과 구릉을 이룬 야트막한 산이 삥 둘러 감싸고 있는 청정지역, 대도시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어려운 게 흠이나 친환경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그게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여러 차례 각종 언론에서 연락이 왔지만 아직껏 한 번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며 나서길 싫어하는 서지열(51)씨를 설득해서 양상추를 재배하고 있는 그의 하우스를 찾아가봤다. 그는 올해로 15년째 양상추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일하다 물먹고 싶으면 이렇게 그냥 먹어요!"

 

백운산 동편 끝자락 섬진강변에 위치한 양상추 재배단지.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여름철에는 만만치 않지만 섬진강 맑은 물은 시설 하우스에서 청정 채소를 재배하는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씨는 젊은 시절 일반농사를 짓다 4년 전 시설하우스로 바꿨다. 85년 초기에는 10여 농가가 참여했으나 현재는 월길리와 송금리 6개 단위부락의 500여 농가가 양상추를 재배하고 있다.

 

서지열씨 개인만 해도 60동의 하우스에 4ha의 농사를 짓는다. 마을에서 고령으로 농사를 못 짓는 분들의 농지까지 임대해 대규모 영농을 하는 그는 양상추를 주 작물로 재배하며 브로콜리와 로메인상추, 쌈배추, 양념류(감자, 고추) 등의 작물도 생산한다.

 

"시설하우스를 하면서 바뀐 것은요?"

"계절을 뛰어넘은 거죠. 예전에는 따뜻한 시기만 농사지었는데, 지금이 12월이 농번기예요. 하우스로 전환하면서 계절을 잊고 살아요."

 

"고유가와 수입농산물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을 텐데요?"

"이제 농사방법이 바뀌어야합니다. 수입 농산물을 뛰어 넘으려면 품질로 승부해야죠.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농업은 현존하니까. 이제는 생산자가 판매까지 고민해야 됩니다. 옛날에는 농사만 지으면 됐었는데."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양상추 수확에 한창이다. 바로 옆 동의 하우스에서는 수확한 양상추를 경운기로 실어내고 있다. 수확한 양배추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5시간 예냉 후 출하한다.

 

양상추 수확에 열중하던 장인자(55)씨는 양상추의 향이 좋다며 수확한 양상추를 양손에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튼실하게 자란 양상추는 배추포기만하다. 다른 아주머니는 양상추를 반으로 쪼개어 싱싱하고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말한다.

 

"양상추 하우스에 들어오면 향이 좋고 기분이 좋아요."

"싱싱하고 굉장히 좋아요, 아삭아삭 맛있어요! 일하다 물먹고 싶으면 이렇게 그냥 먹어요."

 

송월 양상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

 

 

무농약 친환경 재배한 송월 양상추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무니 갈증이 순간에 싹 사라진다. 산지에서 개당 1000원에 출하된다. 1박스(8kg)에 1만2000원이다. 양상추 또한 가격이 문제다. 농자재와 비료 값 등 원부자재는 계속 뜀박질인데 양상추 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제자리걸음이다.

 

유통기한이 타 작물에 비해 짧은 양상추는 기온의 영향을 유독 많이 받는다. 유통기한은 실온에서 3~4일, 냉장 보관 시에는 1개월이다. 서씨는 우리 농산물의 유통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합리적인 유통 개선이 생산자인 농가와 소비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며, 유통 단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건비와 원자재 값의 상승으로  해마다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뼈골 빠지게 일해도 별 소득은 없고 농협의 묵은 빚만 늘어가요."

 

농가들의 묵은 빚은 늘어가고 원활한 판매처가 없어 판로가 걱정이다. 사실 서씨만 해도 양상추의 절반가량을 판매하지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하곤 한다. 농산물의 가격 등락폭이 심하고 유통구조의 왜곡으로 농가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렵다.

 

서씨는 4년 전 친환경으로 전환 후 안정이 되는가 싶더니 그것도 얼마가지 못해 어려움에 부딪혔다. 유통도 유통이지만 정부의 친환경 육성 정책으로 해마다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라고 한다. 또한 누가 뭐 좀 잘됐다 하면 너도나도 다 덤벼드니. "정부에서 시설지원을 해주고 농민들은 농사만 열심히 짓게 해주면 좋을 텐데"라며 그는 안타까운 현실을 탓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갱년기 여성이나 노인들에게 좋은 식품

 

 

양상추에는 뼈에 이로운 카로틴과 콜라겐의 합성을 도와주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칼슘이 풍부하므로 갱년기 여성이나 칼슘의 흡수가 늦어지는 노인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양상추는 샐러드로 만들어 먹거나 녹즙을 내어 먹으면 좋다.

 

결구상추 또는 통상추라 부르는 양상추의 원산지는 중동지역으로 추정된다. 약 2500년 전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양상추는 프랑스에서는 1880년경에 40개의 품종이 있었고 미국은 유럽에서 도입하여 재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6∼7세기)부터 상추를 재배하였으나 양상추는 해방 전후 미군이 들여와 군납용으로 재배하였으며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수요가 증가 재배면적이 급격히 늘어났다.

 

양상추 재배기간은 발아하여 결구까지는 약 40∼50일이 소요되며 그 후 결구가 진행되어 50∼60일 정도면 수확기에 도달한다. 발아에서 수확까지는 보통 90일~100일 정도 걸린다. 양상추 재배는 9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세 차례 농사를 짓는다.

 

서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 힘들다고 말한다. 상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필요한 게 뭐냐고 확인 후 감자도 심어보고 이것저것 다해보지만 그것 또한 어려운 일. 그는 오늘도 농사방법의 개선 등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양상추, #송월정보화마을,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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