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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사진으로 담아내는 주제는 오로지 하나, '헌책방'입니다. 여태껏 필름사진기로만 헌책방을 담아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지난해에 처음으로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해서, 디지털사진기로는 '골목길'과 '자전거', 이 두 가지만 찍고 있습니다.

살림이 닿는다면 파노라마 사진기를 장만해서 아주 빛다른 모습을 남기고 싶은데, 이 꿈을 이룰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헌책방과 골목길과 자전거, 이렇게 세 가지 사진을 찍어 오는 동안 느꼈던 짤막한 생각을 '사진말 : 사진에 말을 걸다'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봅니다.

서울 성신여대역 둘레, 불빛 환하고 사람 북적이는 길을 헤집고 골목 안쪽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던 헌책방 〈그린북스〉는 소리소문 없이, 아주 조용히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헌책방에 많이 찾아오도록 할 수 있을까요?’ 하는 문제로 마음앓이가 많으셨던 추씨 아저씨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계실는지.
▲ 문닫은 헌책방 서울 성신여대역 둘레, 불빛 환하고 사람 북적이는 길을 헤집고 골목 안쪽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던 헌책방 〈그린북스〉는 소리소문 없이, 아주 조용히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헌책방에 많이 찾아오도록 할 수 있을까요?’ 하는 문제로 마음앓이가 많으셨던 추씨 아저씨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계실는지.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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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을 100장 찍는다고 : 사진을 100장 찍는다고 100장 모두 좋은 사진이 되겠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아쉬워도, 제때에 제 사진 1장을 남기면 좋다는 생각으로 늘 자기 사진을 다스리고 추스르며 기다리고 힘쓰자.

디지털사진기를 처음 장만하던 때는, 충북 충주에 머물면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오가던 때. 이때 목에 사진기를 걸고 신나게 국도를 달리면서 틈틈이 사진을 담곤 했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몇 장 안 찍은 셈인데, 몇 안 되는 사진에 담으려던 모습 가운데 하나는 이와 같은 ‘길죽음(로드킬)’ 모습이었습니다.
▲ 죽은 뱀 디지털사진기를 처음 장만하던 때는, 충북 충주에 머물면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오가던 때. 이때 목에 사진기를 걸고 신나게 국도를 달리면서 틈틈이 사진을 담곤 했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몇 장 안 찍은 셈인데, 몇 안 되는 사진에 담으려던 모습 가운데 하나는 이와 같은 ‘길죽음(로드킬)’ 모습이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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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좋은 사진을 보면 : 다른 사람이 찍은 좋은 사진을 보면 '아, 나도 저렇게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고 조금 뒤에는, 내 나름대로 '내 좋은 사진'을 찍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몽글몽글.

필름사진기로 ‘자전거’를 찍을 때면, 인화며 현상이며 스캔질이며 할 때까지 두어 달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습니다만, 디지털사진기를 쓰니 하루 만에도 모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행사(발바리)에 함께하며, 자전거 즐김이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은, 몸은 무척 고되었지만 아주 즐거웠습니다.
▲ 발바리 행사 때 필름사진기로 ‘자전거’를 찍을 때면, 인화며 현상이며 스캔질이며 할 때까지 두어 달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습니다만, 디지털사진기를 쓰니 하루 만에도 모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행사(발바리)에 함께하며, 자전거 즐김이들을 사진으로 담는 일은, 몸은 무척 고되었지만 아주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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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는 :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는 '찍는 내'가 좋고, '이 사진을 볼' 남도 좋은 사진 한 장 찍는 일이 더 반갑다.

저는 캐논스캔9900을 씁니다. 개인이 쓰기에는 무척 좋은 스캐너입니다. 그러나 제가 꼭 쓰고팠던 스캐너는 엡슨에서 만든 녀석으로, 비4종이까지 긁을 수 있고 필름도 서른여섯 장을 한 번에 앉힐 수 있던 녀석. 책 겉그림을 스캐너로 긁자면 제가 쓰는 녀석으로는 에이4까지밖에 못 긁으니, 덩치 큰 사진책은 담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디지털사진기는 아주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 디지털사진기로 좋았던 저는 캐논스캔9900을 씁니다. 개인이 쓰기에는 무척 좋은 스캐너입니다. 그러나 제가 꼭 쓰고팠던 스캐너는 엡슨에서 만든 녀석으로, 비4종이까지 긁을 수 있고 필름도 서른여섯 장을 한 번에 앉힐 수 있던 녀석. 책 겉그림을 스캐너로 긁자면 제가 쓰는 녀석으로는 에이4까지밖에 못 긁으니, 덩치 큰 사진책은 담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디지털사진기는 아주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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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까닭 1 :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까닭이 있다. 필름에 감긴 장수를 하나씩 세고 느끼면서 그동안 어떤 모습을 어떻게 담아야 좋은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헤아림이나 생각은 디지털사진을 찍으면서도 할 수 있겠지. 무턱대고 눌러대지 않고 꼭 몇 장만 찍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골목길 나들이를 하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사진기였다면 필름값 떨어지는 소리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날마다 이삼백 장에 이르는 골목길 사진을 담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고향마을 골목길을 이렇게 나 혼자라도 사진에 담아 놓고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테지’ 하고 생각합니다.
▲ 골목길 사진 골목길 나들이를 하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습니다. 필름사진기였다면 필름값 떨어지는 소리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날마다 이삼백 장에 이르는 골목길 사진을 담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고향마을 골목길을 이렇게 나 혼자라도 사진에 담아 놓고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테지’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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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까닭 2 : 나는 디지털사진기로 빛깔이나 밝기 따위를 맞추고 손떨림이나 흔들림을 막는 한편, 포토샵으로 모자라고 아쉬운 곳을 보태거나 잘라내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인화와 현상을 손수 안 하는 까닭이기도 한데, 어떤 기계로 누가 뽑더라도 빛깔과 밝기가 제대로 맞는 사진을 찍고 싶다. 그래, 나는 필름사진을 쓰면서 이런 일을 즐긴다. 필름사진, 이 가운데 되도록 내 손과 내 눈으로(수동)으로 맞추는 기계가 좋다. 내 눈으로 들여다보고 내 손으로 기계 장치를 만져서 밝기와 빛깔을 맞춘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찍히는 대상'과 '내 눈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작품사진’일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언제 어디서나 ‘삶 사진’이 먼저라고 느낍니다. 우리 삶을 담아낸 사진이기에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우리 마음을 움직이기에 ‘작품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지 않느냐 싶어요. 처음부터 작품을 노린다면 헛물 켜는 손장난으로 나동그라지기 일쑤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찍는 사진은 ‘작품사진’일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언제 어디서나 ‘삶 사진’이 먼저라고 느낍니다. 우리 삶을 담아낸 사진이기에 우리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우리 마음을 움직이기에 ‘작품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지 않느냐 싶어요. 처음부터 작품을 노린다면 헛물 켜는 손장난으로 나동그라지기 일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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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까닭 3 : 잘 찍었든 못 찍었든 고스란히 필름에 남는다. 잘 찍었으면 잘 찍은 대로, 못 찍었으면 못 찍은 대로 내가 바라본 세상이 차례대로 남는다. 어느 것을 잘라내거나 빼낼 수 없다. 흐름이 이어진다. 찍을 때는 한때 모습이지만, 찍고 난 뒤에는 지나온 삶이 된다.

사진을 찍는 그날부터, 우리들은 내 삶을 내 나름대로 바라보는 눈길 그대로 담아내면서 남길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간 발자취를 내 나름대로 남기면서, 내 뒤를 이어서 살아갈 아이들한테 어버이 된 사람들 생각을 찬찬히 엿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 사진을 찍는 그날부터 사진을 찍는 그날부터, 우리들은 내 삶을 내 나름대로 바라보는 눈길 그대로 담아내면서 남길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간 발자취를 내 나름대로 남기면서, 내 뒤를 이어서 살아갈 아이들한테 어버이 된 사람들 생각을 찬찬히 엿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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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헌책방+우리 말+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태그:#사진말, #사진에 말을 걸다, #사진, #골목길,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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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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