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왜 산에 가십니까?"라는 우문에 "산이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알듯 말듯 한 묘한 여운을 남기며 떠나버린 옛 산사람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찾아간 곳이 화엄사.

 

 

정식으로 등록 하지 않고 찾아왔다는 이야기에도 스님께서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기꺼이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도록 충분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부족한 듯 하면서도 부족함이 없고, 넘치는 듯 하면서도 넘침이 없는 오묘한 향과 색의 조화로 시각(視覺)부터 잡아버린 스님의 차방. 한 잔을 차를 마셨다기보다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잡아 놓은 듯 한 고요함 속에서 스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기 수 분. 법명은 대요스님이며 화엄사에서 포고를 책임지고 있다고 옆 사람과의 이야기 속에서 귀동냥했다.

 

몇 잔의 차가 돌고 화엄사의 템플스테이로 자연스럽게 화두(話頭)가 이어졌다. 연중 이어지는 템플스테이는 그 유형도 다양했다. 매월 2번째 주와 4번째 주에 시작하는 1박 2일과 2박 3일의 정기체험뿐만 아니라 최대 5일까지도 예불과 공양시간만 지키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사의 일상 휴식형 체험. 또 매월 1회 실시되는 3사3색 템플스테이는 지리산 화엄사와 천은사 그리고 동악산 도림사에서 각각 1박씩을 보내는 이색적인 템플스테이 등도 눈에 띄었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에는 발우공양과 예불, 참선, 야생차, 스님과의 대화, 숲길 걷기, 108배 절하기, 계곡명상, 탐 돌이 등과 같이 계절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하게 진행된다.

 

발우공양은 작은 음식물 찌꺼기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감사와 청결의 마음과 모든 이가 같이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평등의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식사 중에는 일체 소리를 내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예불을 드릴 때 외우는 예불문은 ‘부처님과 부처의 가르침 그리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승가공동체’에 예불하고, 모든 중생이 다 같이 부처님이 되는 것을 기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때문에 예불에 참석할 때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삼배를 올린 후 목탁소리에 맞춰 스님들을 따라한다고 했다.

 

참선은 '선정(禪定)에 참입(參入)한다'는 뜻으로 '본마음, 참 나'를 밝히는 수행이기에 부처님 이래 불교의 수행자들은 선의 수행을 통해 해탈의 길을 걸어왔던 방법이란다.

 

또 화엄사에서 느낄 수 있는 야생차 프로그램은 화엄사 산내암자인 구층암 주위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차를 가지고 구층암 차방에 앉아 진행되는 다도(茶道)의 시간으로 산사의 멋과 여유로움을 오감으로 향유하는 프로그램으로 훈훈한 향훈을 느끼기에 안성맞춤.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이들의 유형도 다양했다. 연령과 직업 그리고 인종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불자들이 대다수가 아닐까 여겨졌지만 스님의 말씀은 묻는 이의 우매함을 드러낸 것 같았다. 참가한 인원은 1년에 약 3천여명. 이들 중에서 700~800여명은 외국인. 종교 역시 천주교인이 40%, 기독교인이 20%, 나머지가 60%가 무신론자이거나 불신자.

 

약간 놀라운 표정을 짓는 우리 일행이 오히려 놀랍다는 스님은 '세상 어디에도 나쁜 종교는 없으며, 세속의 잣대로 종교를 바라보는 것은 종교에 대한 편견일 뿐'이라고 차근차근 설명에 들어갔다.

 

화엄사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모두가 청소에 참여하면서 누구나 다 평등함을 실천한다. 누구에게나 가식이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야기하면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그것이 바로 포교의 기본. 그러기 위해 포교를 책임진 대요스님이 직접 나서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인식을 같이 하는 노력을 계속한다고 했다.

 

 

얼마나 차를 마셨을까. 참기 힘든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일어서려는 순간 화장실은 바깥에 있다고 안내했다. 자리를 함께한 정 아무개(50·공무원)씨는 광주에서 왔다고 했다. 작년에는 전 가족이 템플스테이에 참가하여 공부를 했는데 너무나 좋아서 대요스님의 제자가 되기로 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한 번은 꼭 다시 들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스님께서는 기꺼이 이메일을 통한 문답에 응해주시겠다고 약속한다.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욕심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섬주섬 메모지와 펜을 들고 밖으로 나와 스님께 합장으로 답례를 했다.


태그:#화엄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