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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남망산. 등산로가 산으로 바다로 이어져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접도 남망산. 등산로가 산으로 바다로 이어져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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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판이하다. 겉으로 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마치 양파껍질이라도 벗기는 것처럼 매력적인 속살을 드러낸다.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접도에 있는 남망산(164m). 언뜻 보기에 산은 그리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 높은 것도 아니고, 드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산세가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다.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그러나 산에 한 발짝 들어서면 선입견은 봄햇살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 조그마한 산 하나가 큰 만족을 준다.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진귀한 나무와 야생화가 지천이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내려다보이는 다도해 풍광이 빼어나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볼만하다.

산길은 해변으로도 이어진다. 등산화를 잠시 벗고 맨발로 모래밭과 자갈밭을 거닐 수 있다. 천연의 발마사지가 따로 없다. 등산로는 다시 산을 오른다. 산길도 푹신푹신하다.

그렇다고 얕잡아 보고 아무런 준비 없이 올라갔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산 전체에 발자국을 찍으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야 한다. 등산로도 여러 갈래다. 가벼운 산책 코스에서부터 전 구간을 돌아보는 5시간 코스까지 있다. 찾는 이의 마음가짐과 체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접도 남망산. 겉으로 보기에 산 같지도 않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볼만하다.
 접도 남망산. 겉으로 보기에 산 같지도 않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면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볼만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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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남망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여미 풍경이 정겹다.
 접도 남망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여미 풍경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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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크게 1코스, 2코스로 나뉜다. 첫 코스는 수품항에서 시작해 반도 동쪽의 일출봉과 암반의 형태가 임산부를 닮은 아기밴바위, 해상에서 봤을 때 봉우리 아홉 개로 이뤄진 아홉봉을 돌아보도록 돼 있다.

수품항 뒤쪽의 산자락을 휘감아 오른 뒤 능선에 서면 일출봉 130m, 아홉봉 880m 이정표가 나온다. 일출봉 방향으로 잠시 가면 하늘이 환하게 열린다. 아홉봉은 주변 섬의 아홉 개 봉우리가 보이는 전망대로, 넓은 너럭바위가 형성돼 있다.

사방이 바다로 360도 조망할 수 있다. 해남 두륜산과 달마산, 완도 상황봉과 보길도 격자봉이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추자도 뒤로 한라산까지 보이는 멋진 조망처다. 일출이 좋은 곳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양식장 풍경도 아름답다.

접도 남망산. 다도해 풍광이 빼어나고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볼거리다.
 접도 남망산. 다도해 풍광이 빼어나고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볼거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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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 등산길에 만난 기이한 모양의 팽나무. 이른바 '부부느티나무'로 이름 붙었다. 나무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본 등산객들의 모습도 정겹다.
 남망산 등산길에 만난 기이한 모양의 팽나무. 이른바 '부부느티나무'로 이름 붙었다. 나무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본 등산객들의 모습도 정겹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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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코스는 '무선국'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올라야 한다. 로프가 설치된 제법 가파른 길을 10분쯤 오르면 통신시설물이 나오고, 여기를 지나 내려서면 널찍한 주차장이 조성된 고갯마루에 닿는다. 이곳에 산행 안내판이 있다.

주능선을 따라 곧바로 오르면 쥐바위를 거쳐 서쪽 능선상의 거북바위와 병풍바위를 오른다. 기이한 모양을 한 팽나무인 '부부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솔섬바위, 왼쪽으로 내려서면 말똥바위로 이어진다. 말똥바위에서 바라보는 솔섬바위 경관이 한 폭의 산수화다. 날씨에 따라 자연이 베푸는 특별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다.

두 곳을 모두 돌아보려면 먼저 솔섬바위를 다녀온 뒤 중간 능선의 갈림길에서 작은여미로 내려선다. 그런 다음 오른쪽 능선을 타고 말똥바위를 다녀오게 된다. 두 곳 모두 멋진 해안 절벽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여미사거리로 돌아와 해안으로 내려서면 절경이다. 직각으로 곧추 뻗은 암벽은 수천만 년 세월에 씻겨 장엄한 비경을 보여준다. 천연의 바닷가 맨발 체험로도 나온다. 산행을 마치고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따라 콩돌들이 자르륵거리며 구르는 길을 맨발로 걷는 느낌이 달콤하다.

바닷가 한켠에 동백숯을 굽던 가마터도 있다. 산행은 이곳을 걷는 것으로 거의 마무리된다. 이후 제일수산 진입로를 따라 조금 오르다 숲길을 통해 수품항으로 넘어설 수 있다.

접도 남망산. 산행길에 만난 자갈밭은 천연의 바닷가 맨발 체험로다.
 접도 남망산. 산행길에 만난 자갈밭은 천연의 바닷가 맨발 체험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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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 남망산. 등산로가 산으로 해변으로 다시 산으로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접도 남망산. 등산로가 산으로 해변으로 다시 산으로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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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은 조그마한 산이지만 숲이 울창하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소사나무, 모새나무, 구실잣밤나무, 육박나무, 감탕나무 등 다양한 난대 상록수가 빼곡하다. 천연기념물에 견줄만한 것들이다. 특히 소사나무는 남도사람들의 기질과 많이 닮았다. 극심한 가뭄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단다.

개별꽃, 현호색, 괭이밥, 용담꽃, 산자고, 남산제비꽃, 노루귀꽃, 광대나물 등 야생화와 야생초도 지천이다. 작은 산인데도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생태공원이 따로 없다. 부러 조성한 것도 아닌데 다양한 초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생화와 눈 맞추며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도 정겹다.

산길도 푹신푹신하다. 섬 지역 산들이 대부분 돌산인데 반해 이곳은 흙산이다.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부드럽다. 초보자라도 마음 편히 오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찾아도 좋겠다.

동안 관심 밖에서 벗어나 있던 남망산이 최근 몇 년 사이 웰빙등산로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진도군의원을 지낸 장재호 씨의 노력이 크다. 흔적만 남아있던 산길을 닦고, 험한 곳엔 로프를 설치하는 등 정비를 했다. 그는 토·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외지에 나가지 않는 한 남망산에서 살고 있다.

남망산 등산로 정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장재호씨.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외지에 나가지 않는 한 남망산에서 살고 있다.
 남망산 등산로 정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 장재호씨.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외지에 나가지 않는 한 남망산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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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도(接島)는 진도 동남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1987년 본섬과 다리로 연결돼 있어 자동차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진도대교에서 넉넉잡아 40분 정도면 닿는다. 국가지정 어항인 수품항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유배생활을 했던 섬이다. 접도대교를 건너 조금만 오르면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정자가 보인다. 이곳이 유배공원이다. 정자 옆 샛길이 조선시대 유배지로 알려진 원다리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정자 앞에는 조선시대 이곳으로 유배 온 이들의 이름을 빽빽이 써놓은 '유배자인명록'이 있다. 이 공원을 지나 자그마한 언덕을 넘으면 작고 아름다운 수품항이다.

해안 풍광도 절경이다. 암벽은 수천 만 년 세월에 씻겨 장엄한 비경을 보여준다.
 해안 풍광도 절경이다. 암벽은 수천 만 년 세월에 씻겨 장엄한 비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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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망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풍광. 맑은 날엔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남망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풍광. 맑은 날엔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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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영산강하구언-해남화원(18번국도)-진도대교-진도고교-남동교차로-금갑해수욕장 방면-접도대교-수품항



태그:#남망산, #접도, #장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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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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