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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통합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했고, 국회 유기홍 의원실과 시민단체 '차별없는 교육연대'가 주관했다. 발제는 주경복 교수(건국대)가 했으며 토론자로 정선영(시민단체 '차별없는 교육연대' 학교정책팀장), 임병구(전교조 정책기획국장), 최진명(교육과학기술부 교육분권화 팀장), 조문호(학원연합회 보습정책위원장)씨가 참석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 내용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아, 늦었지만 토론회 내용을 싣는다.<기자 주>
 

"입시경쟁을 가열하여 공교육을 황폐화하고 사교육을 폭발시킨다", "사회양극화를 구조적으로 고착한다", "학교를 복마전으로 만들 정책이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에 대한 교육 대토론회에서 성토된 내용들이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학교 자율화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교육대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와 비판이 봇물을 터지듯 쏟아졌다.

 

0교시 수업, 심야 보충학습 부활, 사설 입시학원 강사들의 학교 내 방과후 수업 허용, 수준별 이동수업 과목 확대 등 이른바 '4·15 학교자율화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주경복 건국대 교수(미래교육 정책연구소장)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공교육 황폐화와 사교육 폭증"이라고 압축했다. 이른바 '다양화', '자율화'를 강조하며 '특별한' 고등학교를 양산함으로써 고교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대입행정 자율화로 입시 경쟁마저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또 고교입시와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 대폭발을 일으켜 교육의 토대가 흔들리고 학문의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육과 학문은 실종되고 입시경쟁, 사교육 열풍, 학벌의식 등 사회적 부조리만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강화에 몰입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이명박식 교육정책이 표면적으로는 '실용'을 내세우지만, 내용을 보면 교육과 학문의 정책 전반에서 신자유주의 시장논리 적용에 과도한 집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낳는 모순들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이것을 합리화, 정당화하고 진보적 배경을 지닌 '공공성', '평준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0교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부활 등은 성장기의 학생들 건강과 발육에게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의 최소한 수면권과 휴식권마저 박탈해 정상적인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이란 것. 

 

 

정선영 '차별없는 교육연대' 학교정책팀장도 천민 자본주의에 입각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팀장은 "4·15 학교자율화계획은 학부모를 방황하게 만드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며 "한 학교에 교사와 학원강사가 함께 교단에 서는 블랙 코메디가 연출된다면 학부모는 아이교육 상담을 누구랑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또 4·15 학교자율화계획은 학교를 복마전으로 만들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주요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보더라도 모 고등학교는 '방과후 학교'라는 교육정책을 등에 업고 성적우수자 60명만 추려 1인당 50여만 원의 수강료를 걷어 사설 입시학원 강사에게 수업을 맡겼다는 것이다.

 

50여만 원의 비용은 일반 학원의 수강료보다 훨씬 비쌀 뿐더러 60명에 들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학교와 대형 입시학원의 시험문제 암시, 유출과 수강 유도 등 검은 연결고리가 학교자율화계획이란 미명 아래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임병구 전교조 정책기획국장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임 정책국장은 "이번 조치가 발표된 직후 일선 교육청조차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학교나 일선 교육청은 4·15조치로 진정한 자율화를 이끌어낼 준비와 역량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고 폭로했다. 일례로 "이번 자율화조치의 하나로 어린이신문 구독금지 지침이 사라진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마자 '얼씨구나' 하고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부터 만들어 어린이신문 구독을 권유한 교장도 있었다"며 학교 내부의 현실을 꼬집었다.

 

비난의 표적이 된 학원계 자체에서도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에 찬 의견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패널로 참석한 조문호 전국보습교육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진정한 공교육 활성화는 학교 내에서 교사가 주인이 돼 교과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학생들이 활발히 전인교육을 받는 본연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어야지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밖의 사교육 시장과 경쟁해 입시 성적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며 분명히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 정책위원장은 "입시경쟁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이원화돼 진행하는 수업은 실시간으로 교사와 강사를 비교하게 만들 것이고 '가르치는 기술' 면에서 우월한 방과후 학교의 강사(학원 강사)가 학생 또는 학부모들의 선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학생들의 생활지도, 인성교육, 진로상담 및 각종 업무가 산재한 학교교사는 상대적으로 불신임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공교육 무용론까지 나올 수 있다고 걱정에 찬 의견을 밝혔다. 또 방과후 학교를 통해 상위권 학생들로 심화반 또는 우열반을 편성해 고액의 교육비를 요구하기도 하며 수익 창출을 위해 기본 과정 이외에 각종 특강 등 상업적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사례가 많아져 사교육비가 지금보다 더 증가한다는 예리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력이 풍부하고 근무여건이 좋은 도시로 능력있는 방과후 선생(학원강사)이 몰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지역은 외면받게 돼 정부가 밝힌 교육 격차 해소는커녕,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견해도 내놓았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와 진단처럼 사태의 심각성은 실제로 교육의 수혜자이자 주체 가운데 하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가 정부의 학교 자율화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17일 서울지역 고교 2학년생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5.9%가 '학습과 시험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50.5%는 '큰 편'이라고 각각 답했다. 곧, 86.4%가 '학습과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다.

 

또 대상 고교생의 3분의 2가 1년 이내에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자퇴를 고민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 3분의 1은 가출을 고민해 봤고 5명 중 1명은 자살충동까지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0교시 수업 허용에 대해서는 찬성이 14%, 반대가 76%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우열반 허용에 대한 설문에는 찬성이 38.6%, 반대가 61.5%를 각각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되는 학생은 26.3%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입시경쟁교육이 강화돼(84.9%) 사교육비가 증가하고(74.8),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커져(89.5%) 학교 생활의 즐거움이 없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응답이 뒤를 이었다.


태그:#학교 자율화, #교육, #사교육, #학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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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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