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년 동안 고이고이 간직해온 특별한 선물을 며칠 전부터 꺼내놓고 자주 들여다보곤 합니다. 작년 이맘때 학교로 우편물이 하나 배달됐습니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제자가 <좋은 생각> 편지쓰기 이벤트를 통해 보내온 '마음'이었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주 조용한 아이였기에 놀라움은 더 컸습니다. 읽어내려가면서 그야말로 감동 뭉클하여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가끔은 하기 싫어도 선생님의 권유로 하게 된 일들이 지금은 값진 경험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구절에서 참 많이 자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속이 꽉 찬 아이로 내게 남아있는데 당시 많이 괴롭혔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짓기 행사 때마다 부탁 비슷한 강요로 글을 써오게 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대체로 글 쓰는 것을 귀찮아하다 보니 몇 명한테만은 꼭 해오도록 당부하곤 했습니다. 학급당 몇 편 내야 하는 할당량도 그렇지만 아이가 가진 능력을 북돋아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써오게 했던 제자들이 매번 상을 받게 되니 마치 내가 받은 듯 뿌듯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의 일들이 값진 경험이었다고 스스로 느꼈다니 얼마나 대견스러운지요.
 
고맙다는 전화를 넣으니 그저 수줍어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네~ 만 하던 제자에게 이번에는 제가 편지를, 아니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아까워서 모셔두기만 했던 양말을 오늘 드디어 신었노라고,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갈 자랑스러운 제자의 앞날을 응원하면서 고등학교 입학을 늦게나마 축하한다고 쓸 것입니다. 
 

태그:#양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