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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만 유채꽃이 예쁜게 아닌가보다. 화사하게 피어 지나가는 동안 눈이 즐겁다.
▲ 유채꽃 제주도만 유채꽃이 예쁜게 아닌가보다. 화사하게 피어 지나가는 동안 눈이 즐겁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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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3개월여 동안 자동차로 출근한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까지 자전거 탄 내모습에 반해서(?) 자전거타기에 동참하고 있어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게다가 아들녀석 어릴 때 사서 타던 구닥다리 자전거를 두고 산뜻한 자전거로 교체를 했다. 이름하여 '하얀색 벤츠'. 나가기도 잘 나가고 여간 폼나는 게 아니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했다. "자전거 예쁘네요". 차는 못 바꿨지만 자전거로도 하늘을 나는 듯했다.

어느날 자출사의 즐거움을 논하던 끝에  마포에 있는 냉면집까지 자전거로 가 보기로 했다. 자전거도 잘 나가겠다. 이제 실력도 좀 붙었겠다. 가능할 거 같았다.

우리 가족 단골집인데 약 7~8년 가량 드나들었다. 의정부에서, 상계동에서 살면서도 냉면이 먹고 싶으면 아이들과 함께 달려갔던 집이다. 가는 데만 36km 정도, 왕복하면 72km다.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출발을 했다. 4명이었다. 여전사 4명. 두려울 것이 없었다. 원래 예정은 3명이었는데, 출발하는 날 1명이 늘었다. 중랑천  내려가는 데만 2.5km 출발은 낮 1시 반쯤 되어서 했다. 햇빛도 따갑고 더운 날.

야무진 꿈을 안고, 자전거도로에 들어섰고 자신있게 출발을 했다. 간간이 뒤를 보며 간격을 조절하며 나아갔다. 그런데 좀 있다 보니 뒤가 보이지 않는다. 다리 밑 그늘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했더니 일행 하나가 돌아가겠다는걸 말리고 있단다. 아쉽지만 목표는 다음으로 미루고, 마포 냉면집을, 방학동 도깨비시장표 냉면으로 바꾸어 먹고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섰었다.

알고 보니 힘들어 하던 동료는 그 날이 자전거 첫출근이었던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던가! 연기했던 냉면집 찾아가기를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둘이서 가기로 했다. 일이 있어서 중랑구 망우 체육공원에 갔다가 못 이룬 꿈을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중랑천 내려오는 길은 멀기도 했다. 거의 4.5km 가까이 되었다.

가는 길은 예뻤다. 지자체 실시로 내 피부에 가장 와 닿은 것은, 중랑천 자전거 도로이다. 철따라 꽃 바꿔 심고 잘 가꾸고, 깔끔하게 주변 정리 해주고. 철따라 바뀌는 꽃구경도 볼 만하다. 봄에는 개나리, 조팝나무 등이 피었고 이젠 유채꽃이 노원구,중랑구,광진구에 걸쳐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유채꽃이  물이 모자라 키는 못컸지만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보리, 밀, 목화도 중랑천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화장실도 구마다 다른 모양이다. 노원구나 도봉구에는 자전거 도로가 좁아선지 제방 위에 있어 올라가는 불편이 있는데 중랑구에는 자전거 도로에 있어 편리하다.

화장실이 예뻐서 안에까지 들어가 봤다. 안에도 깨끗하고 시설이 잘 되었다.
▲ 중랑천 변에 있는 예쁜 화장실 화장실이 예뻐서 안에까지 들어가 봤다. 안에도 깨끗하고 시설이 잘 되었다.
ⓒ 송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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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살곶이 다리를 건너 서쪽으로 직진하면 성수대교가 보이면서 한강변으로 접어들게 된다. 중랑천보다 넓고 천변 부지도 넓다. 차로 달릴 때는 다리 감상할 새도 없이 달렸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다리 하나하나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 한강철교, 원효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 등등. 날은 뜨겁고, 엉덩이에 불은 나고,  잠수교가 보인다. 다들 일직선으로 뻗은 다리 뿐인데,1층은 잠수교 2층은 반포대교로 잠수교는 홍수시 잠기게 설계가 되었단다. 그리고 교량 가운데 부분이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높이를 들어 올린 부분이 특징이다. 잠시 잠수교를 바라보며 그늘 아래서 쉬었다. 숨도 고르고, 물도 마시고.

마포쪽에서 바라본 잠수교
▲ 잠수교 마포쪽에서 바라본 잠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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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쯤부터 반포대교쯤까지는 동부간선 아래에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 그늘이 졌다. 달리다 보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다시 달린다. 달리는 동안 코끝에 향기가 느껴진다. 길가에 토끼풀꽃이 하얗게 피어 거기서 향기가 스물스물 번져 나오고 있었다.

강가에 토끼풀곷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잠시 멈춰서 꽃시계와 꽃반지를 만들어 친구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 꽃반지 끼고 강가에 토끼풀곷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잠시 멈춰서 꽃시계와 꽃반지를 만들어 친구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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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멈춰서서 꽃 2줄기씩을 뜯어 1줄기를 살짝 갈라서 나머지 1줄기를 끼워 시계도 만들어보고 반지도 만들어 동료의 손에 끼워 주었다. 노란 나무의자도 예뻤다. 버드나무 서 있는 것도 예쁘고, 드디어 마포대교가 앞에 보인다.

마포대교 살짝 지나 한강나루터라는 나들목으로 나와 목적지 냉면집을 찾았다. 드디어 을밀대에 도착했다. 이 감격. 늘 차로만 오던 길을 자전거로 내 두다리로 페달을 돌려 오다니!

마포에 있는 을밀대. 창업주는 얼마전 돌아가시고 아들이 대를 이어 하는 냉면집. 늘 맛이 한결같다.
▲ 을밀대 마포에 있는 을밀대. 창업주는 얼마전 돌아가시고 아들이 대를 이어 하는 냉면집. 늘 맛이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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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밀대 냉면 맛은  평양냉면의 지존이다.  수육역시 육수에 파를 깔아서 내온다. 느끼하지 않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 냉면과 수육 을밀대 냉면 맛은 평양냉면의 지존이다. 수육역시 육수에 파를 깔아서 내온다. 느끼하지 않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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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에도 격이 있다. 시중의 달달한 냉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 먹던 날부터 냉면이 맛있다며 좋아했다. 이 집 냉면을 먹어본 뒤로는 다른 집 냉면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의정부에서, 상계동에서 달려오기 일쑤였다. 냉면 먹으러. 이젠 서로 바빠서 그때만큼 자주 가진 못하지만 맛만은 잊지 않고 있다.

점심을 12시 쯤해서 막국수로 먹었는데 또 먹을 수 있을까? 기우였다. 이 집 냉면은 3종류가 있다. 마니아들을 위한 '민짜'(고명없이 면을 많이 주는 것-하루 3끼 냉면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다), '양많이'(일반집의 2배-냉면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주로 이걸로 주문한다), '보통'(말 그대로 일반집 수준-우리 식구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보통으로 시켰다. 거기다 수육까지. 면을 씹는 순간 "바로 이맛이야" 같이 간  동료도 맛있다고 했다. 처음 맛은 밍밍한 맛이나, 면을 씹을 수록 잡맛이 없는 깔끔하고 메밀 고유의 구수한 맛이 우러났다. 그리고 면발이 굵어 기계냉면을 씹을때 느껴지는 질긴 맛이 아니었다.

육수맛은 예술이었다. 보통 느껴지는 조미료의 들큰함도 아니고, 고기를 삶아 우린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도 아니고, 달달한 맛도 아니었다. 소탈한 맛 군더더기 없는 맛이었다. 그러나 마시면 마실수록 더 마시고 싶은 중독성이 있었다.

일제때 세워진 것으로 한강의 홍수에 대비해 수위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해놓은 것이란다.
▲ 한강 수위표시 일제때 세워진 것으로 한강의 홍수에 대비해 수위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해놓은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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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을 위해 예까지 멀다 않고 상계동에서 마포까지 36km를 달려왔던가? 동료한테 물었다.

"맛이 어때? 올만한 가치가 있었어?"
"충분해요"

다음엔 자전거팀 일행을 이끌고 다시 오리라며 자리를 떠서 다시 집으로 달렸다.

군자교 지나서부터 살곶이다리까지는 중랑천에서 올라와 제방에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양쪽 길에 울타리가 예쁘고 그늘도 진데다 이맘때엔 장미꽃이 흐드러져 지나가는 이의 맘을 사로 잡는다. 가장자리에 있던 운동기구들을 대부분 철거해 전보다 넓고 시원해 보인다.
▲ 장미꽃길 군자교 지나서부터 살곶이다리까지는 중랑천에서 올라와 제방에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양쪽 길에 울타리가 예쁘고 그늘도 진데다 이맘때엔 장미꽃이 흐드러져 지나가는 이의 맘을 사로 잡는다. 가장자리에 있던 운동기구들을 대부분 철거해 전보다 넓고 시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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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생겼다. 다음엔 자전거로 강화도에 가보고, 그 다음엔 강릉까지. 나이를 먹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50이 다 되어서도 이런 꿈을 꾸게 될 줄 몰랐다.


태그:#자전거, #을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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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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