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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성장률이 8분기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고용 창출력은 계속 하락세다.
▲ 따로 노는 GDP 성장률과 고용 GDP 성장률이 8분기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고용 창출력은 계속 하락세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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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즌인 4월을 맞아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여지없이 빗나갔다. 4월 신규 취업자는 19만1000명으로 3년 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3월에 이어 20만 명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자연 발생적으로 늘어나는 신규 취업자를 고용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탓에 2008년 들어서 시작된 유례없는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으로 고용 사정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2008년 1/4분기의 실질 GDP 성장률이 이미 8분기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고용사정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더 많은 성장이 더 많은 고용을 만들어 낸다'는 믿음은 적어도 2008년 한국의 현실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 고용탄력성(GDP 1% 성장에 해당하는 취업자증가율)이 GDP 성장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기 상승기에는 고용이 늘어나지 않다가 하강기에는 고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경기 하강 국면이 닥치기 전에 'GDP 성장론'에서 벗어나 고용탄력성 하락을 낳는 구조적 요인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고용대책을 세워야 한다.

GDP성장률 2년 만에 최고치... 하지만 신규 일자리는 여전히 급감

연초부터 불안하던 고용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서 신규취업자 수는 3~4월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15세 이상 인구(고용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의 취업자의 비율)는 1.08%(41만 명)가 늘었지만 취업자는 0.81%(19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쳐 인구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예비 취업자들은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에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경기가 풀리면 고용 사정이 나아질까? 그렇지 않다. 이미 올해 1/4분기의 실질 GDP성장률은 8분기 만의 최고치인 5.7%를 기록했음에도 고용 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경제 사정만 나아지면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해 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고용 창출력이 감소해도 GDP 성장률은 높아지는 현상, 즉 GDP 성장률이 고용을 이끌지 못하는 현상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고용탄력성(GDP 1% 성장에 대한 취업자증가율)이다. 최근 3년간의 고용탄력성 추이를 살펴보면, GDP 성장률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즉, 현재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1980년대~2000년대 초까지 한국 경제는 GDP 성장률이 높으면 취업자증가율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에 고용탄력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997년 이후 시작된 강도 높은 구조 변화가 끝나자 성장-고용의 동조화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즉, 최근 3년 사이 고용탄력성이 감소한 것은 GDP 성장률의 증가보다 취업자 증가율의 감소 때문이었다.

한편, 취업자 증가율의 감소에도 실업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늘어난 인구(4월 기준) 41만 명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한 22만 명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도 취업준비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들과 실업자의 차이는 단지 통계상에서만 존재할 뿐이므로 사실상 실업률 감소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어떤 성장'인가가 핵심... OECD 꼴찌 수준인 '고용 투자' 늘려야

그렇다면 GDP와 고용의 성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 유례없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는 경기 상승기에는 고용이 늘어나지 않다가, 경기 하강기에는 고용이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구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고용 없는 성장'의 징표이며, 채용에는 인색하고 해고에는 발 빠른 '고용 유연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단순히 'GDP 성장'만으로 고용을 늘릴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다. 물론 GDP 성장이 고용의 총규모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고용탄력성이 하락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결할 수는 없다(주요 요인은 ▲ 고용효과가 낮은 '수출중심의 경제구조' ▲ 생산성 개선 없는 '경제의 서비스화' ▲ 안정화 대책 없는 '무리한 고용유연화' ▲ 제조업의 '고용 없는 성장' ▲ 대기업의 '중소기업에로의 비용 전가' 등).

따라서 성장률 1%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를 핵심에 두고 '고용 투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공공고용서비스 지출은 GDP 대비 0.03%에 불과해 OECD 24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고용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 당장 고용 사정 개선을 위한 정책들을 취하지 않으면 곧 닥칠지 모를 세계 경제 침체와 경기하강 국면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저성장 경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만약 저고용 구조마저 고착화된다면 서민과 저소득층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한국 사회의 대안을 찾아가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http://www.epl.or.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 이 기사는 새사연의 상임연구원인 이상동 연구원의 '최근 취업난의 특징과 전망' 보고서(PDF 첨부파일)를 바탕으로 요약한 글입니다.



태그:#고용,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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