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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여성 문화단체에서 '성문화 체험'을 자녀들과 함께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성문화? 울산에도 그런 곳이 다 있었나?'

 

커가는 아이들이 있는 나도 자식들과 함께 그곳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약속 장소로 갔다.

 

남성은 나뿐이었고 너덧명의 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와 있었다. 토요일 오후 마침 비가 내려 그런지 참석률이 별로 높지 않은 듯 했다. 우린 바로 다른 여성 가족이 가져온 차량으로 체험 장소로 이동했다. 허름한 일반 건물 2층에 있었다.

 

'울산광역시 청소년 성문화 센터. 십대들의 성문화 놀이터. 다 알'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센터에 도착해 인원수를 보니 어른 6명, 학생 10명이었다. 간단한 인원 점검과 함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별로 별도로 체험 행사를 진행했고 부모는 그냥 탁자에 앉아 센터에서 제공하는 무료 음료수를 마시고 기다려야 했다.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우리 측 질문에 센터 담당자가 그렇게 대답했다. 부모들은 아우성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 지루하게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담당자에게 말했다.

 

"그럼, 학생들 지나간 후 부모님도 한 번 들어가 보죠."

 

20여분이 흐른 후 센터 직원이 불렀다. 우린 센터 직원을 따라 들어갔다. 커튼 속으로 들어서자 좁고 어두운 터널이 나왔고 몇 미터 들어가자 둥근 원 모양의 방이 나왔다.

 

"우리가 들어 온 곳은 여성의 질 속이구요. 지금 이곳은 여성의 자궁 속입니다."

 

그리고 센터 직원은 준비한 비디오를 들어 주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비디오 화면엔 생명 탄생 후 일어나는 갖가지 사연이 소개되었다. 잛은 비디오 감상 후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그곳엔 임신 체험방이 있었다.

 

"자 이거 한 번 해보세요."

 

그건 묵직한 모래 주머니였다. 9개월된 아기 몸무게와 같은 모형으로된 임신 체험 도구였다. 나는 그것을 양 어깨에 매달아 보았다. 무거운게 영 행동이 불편했다. 앉아 보고 누워 보래서 앉아도 보았고 누워도 보았다. 앉을 때도 불편했고 앉았다 일어설 때는 더 불편했다.

 

'여성들이 임신하면 이렇게 불편하고 힘드는구나.'

 

나의 아내도 자식 둘을 낳았다. 그리고 그곳에 참석한 여성들도 모두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들이었다. 순간, 아내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머니도 날 임신하고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날 태어나게 하신 것이다.

 

그 옆에는 아기가 생기고 엄마 자궁에서 자라고 태어나는 과정이 인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여성 생리대와 남녀 피임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부모들에겐 아이들과 달리 이런 유형으로 센터를 운영한다는 간략한 설명만 덧붙였다. 다른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울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좋다거나 학교마다 와서 체험을 시켜야 된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어때, 오늘 체험 재밌었어?"

 

아들 딸에게 물어 보았다. 두 녀석 모두 재밌었다고 좋아라 했다.


태그:#성교육, #자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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