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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고추밭에 고추대를 세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밭에 야채를 심어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아침 일찍 작업을 해서 경운기에 싣고 오는 마을 아저씨 부부를 만났다. 경운기를 멈추시고 반색을 하시며 상추와 쑥갓이 좋다며 덜어주시는 두 분에게 요즘 근황을 여쭈니 '소 때문에 신경이 쓰여 답답하다'고 하신다.

 

아저씨 내외분은 젊어서부터 꾸준히 농사를 지으시며 한우 암소를 부업으로 키우신다. 아저씨(김영수, 73) 부부는 예전에 농가에서 한우를 기르듯이 마당에 외양간을 만들어 소를 기르고 있다.

 

젊으셨을 때는 소를 여러 마리 기르셨는데 이젠 힘에 겨워서 좋은 암소 일곱 마리 정도만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어미소 일곱 마리와 송아지 세 마리를 키우는데, 아저씨도 요즘 미국 소 수입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아저씨께 소는 재산목록 1호 내지 2호에 드는 살림이라고 하셨다. 또한 농사를 지으며 살면서 자식들 학자금으로 쓰기도 했고 아들 딸 결혼 때엔 혼수비용으로 썼다. 그래서 큰일을 치르고 나면 소 마리 수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도 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하신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도 남에게 어려운 모습을 안보인 건 든든하게 집안 한 쪽에 누런 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아저씨 말씀처럼 우리나라 소 한우는 순하고 우직하기만 해서 농사짓는 데도 한몫을 하고 집안에서 중요한 때에도 한몫을 하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런 소가 요즘은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축산농가에게 타격을 주고 국민들에게는 광우병에 대한 위협을 주고 있다.

 

"이까짓 야채나 해서 몇 푼이나 해."

"송아지 팔게 있는데 세상이 저리 시끄러우니 소 값이 자꾸 내겨가서 걱정이야."

"그 놈의 미국소 때문에 광우병 이야기가 나오고... 그 소릴 듣고 어떻게 소고기를 사 먹겠어."

"아저씨네는 송아지를 내서 파시는데도 그리 힘이 드셔요?"

"그럼 소가 타격을 입는데 송아지라고 별 수 있나."

 

아저씨는 어미소가 암송아지를 낳으면 길러서 새끼를 낳게 하고 어미소가 수송아지를 낳으면 팔아서 살림에 보태어 쓰는데 요즘 자꾸 소 값이 떨어져서 소 기르는 재미가 없다며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요즘 팔아야할 수송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소 값이 자꾸 떨어져서 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어서 정부에서 이 일을 해결하고 소 값이 안정되어야 소 값을 제대로 받고 판다며 정부에서 농민들을 위해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해서 한국 축산 농가들이 마음 놓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단다. 앞으로 소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마당에 있는 외양간에 아저씨 부부와 들어서자 누런 암소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주인에게로 눈길을 보낸다. 눈빛이 선해 보이는 누런 암소들을 보니 세상일이 뒷전으로 물러나는지 아저씨 내외분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시며 소를 쓰다듬으신다.

 

우리 한국인들은 모두 농민의 자손이라고 했다. 요즘 곳곳에서 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보면서 미국소 수입 때문에 축산농가에서 겪는 고충은 축산농가만을 넘어서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아저씨 내외분이 하시듯이 소처럼 묵묵히 할 일을 하고 계신 우리 축산농민들과 광우병 때문에 걱정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해서 어서 미국 소 수입 재협상으로 축산농가의 걱정거리를 덜고 안심하고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시흥시민뉴스 (http://www.shpeople.net/)에도 게재합니다.


태그:#한우, #소규모, #축산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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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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