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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로 중국 쓰촨성을 강타한 원촨 대지진이 발생 한 달째를 맞는다. 원촨 대지진은 사망자 및 실종자 8만6662명 등 중국에 막대한 인명 및 재산 손실을 입혔다. 대지진 발생 한 달을 맞아 쓰촨성 현지에 거주하는 모종혁 통신원이 이번 대지진의 피해 상황을 점검해보고, 중국 경제 및 사회에 끼친 영향을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내 가족, 내 친척, 내 친구, 내 이웃이 순식간에 무너진 건물 아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받은 충격은 엄청났죠."

 

지난 5월 12일 주류 판매상인 왕전(36)은 제품 판촉 활동을 위해 쓰촨(四川)성 안(安)현에 출장 중이었다. 오후 2시 28분(현지시간) 원촨(汶川)현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왕은 마침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왕은 "갑자기 엄청난 진동과 함께 땅이 뒤흔들리듯 했다"면서 "조금 전까지 도로 옆에 서있던 주택이 무너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전복될 것만 같은 자동차를 급정거하고 급히 차 밖으로 뛰쳐나온 왕은 그 몇 분 간의 상황을 "내 일생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 "눈앞에서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붕괴된 건물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본 충격은 엄청났다"고 말했다.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8.0의 강진은 지금 쓰촨과 쓰촨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쓰촨은 예부터 높은 산과 깊은 강으로 단절됐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물산이 풍부하여 천부지국(天府之國, 하늘이 곳간을 내려준 풍요로운 땅)으로 불렸다.

 

쓰촨 사람들은 넉넉한 살림살이 덕에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온갖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쓰촨에서는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찻집에서 천하대사를 논하다가 밤늦게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쓰촨은 기원 전 훨씬 이전부터 중원 지역의 한족 문화와 전혀 다른 촉(蜀) 문명을 활짝 꽃피웠다. 진나라 이래 남하한 한족이 토착민과 끊임없이 융화하면서 쓰촨은 중국 내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키워냈다. 2000여 년 전 만들어진 수리 시설인 두장옌(都江堰)으로 생겨난 평원(약 1만2000㎢)은 쓰촨성 수도인 청두(成都)를 자급자족적 도시로 만들었다.

 

쓰촨은 한 번 들어오면 떠나기 싫은 살기 좋은 땅이기에 대지진이 남긴 상처는 더욱 깊고 처절했다.

 

남한 면적·인구보다 큰 피해 규모... '천부지국'에서 폐허로

 

이번 원촨 대지진은 피해 면적이 10만여㎢로 남한 전체 면적보다 더 넓다. 지진 피해도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11일 현재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원촨 대지진의 사망자 수는 6만9146명.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 1만7516명까지 합치면 9만 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37만4072명, 직간접적인 피해자도 4624만 명에 달해, 한국 전체 인구만한 사람들이 원촨 대지진으로 피해를 봤다. 집과 부모를 잃은 고아만도 4000여 명에 달하는 등 대지진은 가족 공동체를 철저히 붕괴시켰다.

 

리민(여) 청두방송 라디오 PD는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충격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피해자의 충격이 너무 커서 이들의 후유증을 완치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인명 손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중국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손실로만 적게는 1500억 위안(한화 약 22조5000억 원)에서 최대 5400억 위안(약 81조 원)까지 잡고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이번 지진의 경제적 손실 규모를 공공시설 600억 위안, 기업 피해 2000억 위안, 주민 재산 손실 800억 위안, 관광 손실 300억 위안 등 총 4000억 위안(약 60조원)으로 집계했다.

 

지난 9일 오후 3시 펑(彭)현에서 리히터 규모 5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고 앞서 새벽 1시에는 칭하이(靑海)성에서 강진이 일어나는 등 끊임없는 여진은 쓰촨성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대지진으로 생긴 자연 호수의 붕괴 위험도 피해지 이재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지질국은 "중국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2개의 지진대에 위치하여 리히터 규모 7 이상이 강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철저한 지진 대비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민 상처 한 번 더 할퀸 불공정한 구호물자 분배

 

대지진이 할퀴고 간 상처는 너무나도 크고 깊지만, 이재민들은 자력으로 재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재난 피해 및 복구 작업을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해 왔다.

 

중국의 GDP 대비 보험 침투도는 2006년 기준 2.7%로, 영국 16.55%와 대만 14.5% 등 타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지진 피해가 극심한 쓰촨성 아바(阿壩)자치주는 보험 침투도가 0.17%에 불과해 이재민의 재산 피해 보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쏟아진 거액의 구호 성금과 물자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못해 이재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1일 현재 집계된 구호 성금과 물자 총액은 415억3800만 위안(6조2천억 원)이지만 실제 장부에는 376억2200만 위안만 기재됐다.

 

실제로 구호물자를 분배할 때 지역마다 명확한 지침이 없고 성별 및 연령별 차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지난달 지진 피해지 취재 때 만난 이재민들도 이구동성으로 "직접 손에 들고 찾아오는 자원봉사자의 지원품 외에 각지에서 보내졌다는 구호물자를 받은 것이 없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대지진으로 학교 건물이 붕괴되면서 자식을 잃은 학부모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이번 원촨 대지진으로 모두 7000여 개의 학교 건물이 붕괴되거나 손상됐고 6000여 명의 교사와 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괴된 학교 건물들은 내진 설계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계됐거나 철근 하나 없이 부실 시공되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두장옌시 시 법원 앞에서는 숨진 자녀의 영정을 든 학부모 1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부실하게 지은 건설업자와 뒷돈을 챙긴 정부 관리를 고소하겠다"며 외쳤지만, 출동한 중국 공안에 의해 해산을 당했다.

 

중국 교육부는 "학교 건물이 본래 설계 측면에서 지진에 대한 선천적 결함이 있다"고 해명하면서, 시공 과정에서 건설사와 지방 정부 사이에 부패가 있었는지 조사할 것을 약속했다.

 

 

강족 민족 공동체 붕괴 위험... 경제적 기반 붕괴, 돼지고기 값 폭등

 

이번 대지진이 일어난 원촨 일대에 집중 거주하는 강(羌)족의 민족 공동체도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용맹한 유목 민족으로 한때 중국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강족은 현재 30만 명이 쓰촨성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강족은 지진 피해 지역에는 9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원촨에만 3만 명이 살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부분의 강족 마을 주민들은 지진으로 처음 외부 세계에 뛰쳐나올 정도로 외진 산간에 살고 있다"면서 "지금도 강족 희생자가 몇 명인지 파악조차 되질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쓰촨성 사람들은 지진 피해지의 경제적 기반이 붕괴된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서부대개발의 전진기지였던 쓰촨성은 이번 대지진으로 국가전망, 중국화공, 중국화능, 동방전기, 국가전망 등 거대 국유기업들의 생산 시설이 파괴됐다.

 

중국 최고를 자랑하는 관광 자원도 이번에 막대한 피해를 봐 언제 다시 개방할지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피해 기업에 대해 융자와 증자를 허용하는 등 다각적인 자금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복구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년여 간 가격이 폭등하여 중국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 돼지고기 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쓰촨성은 중국 최대의 돼지 생산지로 전국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청두상보>는 "원촨 대지진으로 쓰촨성 내에서 폐사한 돼지가 365만7500마리에 달했다"면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퇘지 폐사까지 포함하면 쓰촨성에서 연간 1000만 마리의 돼지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청두시민 구민한(34)은 "무엇보다 쓰촨 사람들이 받은 상처는 당분간 치유되기 힘들 것"이라며 "경제적 재산 피해는 어떻게든 보존이 가능하겠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슬픔은 평생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왕전은 "이번 지진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재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집안에서 같이 살던 내 가족의 평안이 요즘처럼 고마울 데가 없다"면서 "앞으로 쓰촨 사람들에게 내 가족과 내 고향의 존재는 다른 무엇보다 소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쓰촨 대지진, #촉, #천부지국, #강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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