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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체벌금지' 등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려면 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한 고등학교 교칙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마산 용마고 1~2학년 학생들은 지난 5월 말부터 학생인권개선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지에는 체벌금지와 두발 자유화, 동아리 활동 보장, 야간자율학습 철폐 등 10가지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서명운동을 벌여온 용마고 총학생회 부회장인 성상영(17)군에 따르면 이번 서명운동에는 지난 11일까지 1~2학년 780여명 가운데 1학년 230여명, 2학년 180여명이 참여했으며, 3학년은 서명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성군은 "서명운동을 총학생회 차원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서명을 받아서 총학생회에 낼 예정이었다. 총학생회를 통해 건의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부장 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거치는 과정이 까다롭고 최종적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적다고 판단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자는 차원에서 서명을 받게 되었다. 반장한테 부탁하거나 동아리를 통해 받기도 했다. 협조가 잘된 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반은 직접 다니면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군은 이어 "11일 교무실로 불려갔다. 담임께서 어떻게 알았는지 서명용지를 갖고 오라고 해서 갔다. 교무실에서 부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나중에는 교감 선생님이 불러서 이야기를 했다. 교감 선생님이 이야기 도중에 '입 다물어'라거나 '건방지다' '너는 학교에 왜 왔느냐'라고 말씀하셨는데 강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교무실에 다른 학생은 없었고 몇몇 교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군은 "부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교칙을 근거로, 서명을 받으려면 학교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학교장의 허가가 없는 서명운동은 안 된다고 했다"면서 "나중에는 부모님을 학교에 오시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명용지는 담임 선생님이 일부 가져가고 학생부에서 가져오라고 해서 1학년한테 돌렸던 서명용지까지 받아 전해 주었다"고 전했다.

 

교감 "건방지다고 말한 사실 없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달리 주장했다. 담임 교사는 "서명용지를 보여 달라고 했고, 본인이 직접 제출했다. 빼앗지도 않았고 강압적으로 하지 않았다"면서 "학생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차를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감은 "학생이 부장 선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서명운동을 벌이려면 교칙에는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서 하도록 되어 있다고 절차를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교감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지 않았고, 단지 담임한테 아버지와 상담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6시 이후에라도 연락을 주면 기다리겠다고 했다. 아버지께서 교감과 상담이 필요없다고 하면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학생과 이야기 하는 도중에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공부와 관계없고 투쟁해서 쟁취하기 위해 학교에 온 것'이라고 하기에 일반 학교로 대학 진학 목적에 맞게 공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것"이라며 "대화 도중에 '건방지다'거나 '입 다물어'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감은 "서명용지는 견본만 봤다. 10가지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 용지는 부장 선생한테 주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측은 이 '교칙 위반' 건에 대해 처리방향을 의논중이다. 해당 학생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규수업은 아침 8시부터... 옆문도 사용 금지

 

한편 용마고는 정규수업을 아침 8시에 시작하고, 교문은 정문 이외에 옆문이 하나 더 있지만 학생들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규수업 시간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개 학교는 아침 8시30분 내지 9시부터 정규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30분 내지 1시간 정도 빠른 것이다.

 

교문이 2개인 이 학교는 학생들은 정문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도로와 붙어 있는 곳에 옆문이 있는데 학생들은 이용할 수 없다.

 

교육계 한 인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의 여러 가지 운영과 관련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은 것 같다"면서 "정규수업 시간도 다른 학교에 비해 빨라 학생들이 일찍 등교해야 하고, 만들어 놓은 교문(옆문)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용의검사 등 학생지도의 편리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감은 "일과 운영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쳤다. 아침 8시에 정규수업을 시작해 오후 4시에 마치게 된다. 일찍 시작하는 대신에 일찍 마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운동장이 2개인데 아래 운동장은 주로 주민들이 아침에 축구 등 운동하기 위해 사용하기에 주민 편의를 위해 내놓은 문이다. 옆문을 이용하도록 할 경우 학생들이 무단횡단을 해 위험할 수 있어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막아서는 안돼"

 

이에 대해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서명은 학생 의사표현의 하나다. 학생들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서명운동을 교장의 허가를 받아서 하도록 교칙을 정해 놓았다면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체벌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있는데, 학교에서 그 권고사항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학생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학교가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규수업 시간과 옆문 사용에 대해, 그는 "다른 학교보다 30분 내지 1시간 빨리 수업을 하면서 이미 나 있는 교문(옆문)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선도지도를 위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산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인권개선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것인데, 사전에 교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서명을 받기 이전에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의사 표현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학생인권, #용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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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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