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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연화도 용머리바위
 경남 통영시 연화도 용머리바위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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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섬 산행'이라는 욕지도·연화도 향해 출발!

바람이다. 푸른 바다를 쓸어온 바람이다. 푸른 바다를 쓸어 온 바람은 바위 틈에서 하늘거리는 원추리 노랑꽃잎을 떨리게 하더니 용머리바위 꼭지로 솟구친다. 용머리바위 꼭지에 섰다. 몸을 푸른 바람에 날려버릴 것 같다. 물욕으로 가득한 내 몸이 노랗게 변할 것 같다. 

참, 기암괴석이다. 네 개의 바위산이 포개져 있다. 용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 유난히도 하얗게 빛을 발하는 기암괴석들이 그대로 바다에서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하얗게 드러난 바위 위에는 푸른 녹음이 백룡의 등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바다에서 꿈틀꿈틀 솟구치고 있다.

산행인들이 늘 꿈꾸던 섬 연화도, 북쪽 바다에서 바라보면 꽃잎이 겹겹 봉우리 진 연꽃 모양을 떠올리게 한다 하여 붙은 이름, 동쪽 4개의 바위가 용머리 형상의 절경을 이룬다 하여 '용머리'라고도 하며, '네바위'라고도 불린다. 이 용머리 바위 꼭지에 서니 맑은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6월 14일(토) 새벽 3시 30분,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38명은 꿈의 섬 산행으로 일컬어지는 경남 통영 욕지도, 연화도를 향하여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진고속도로로 접어들어 통영으로 나아갔다.

원래 욕지도와 연화도를 이어주는 섬산행은 보통 이틀이 걸리는데, 무리하게 하루 코스로 잡았다. 꿈의 섬 산행이라고 소문이 나서 늘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섬이지만, 한 번 떠나기가 쉽지 않은 섬이라서 두 섬을 한 코스로 잡은 것이다.

아침 6시 50분,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연화도 - 욕지도행 배를 탔다. 여객터미널은 우리와 같은 등산객들이 많았다. 사람들과 자동차까지 함께 실어 나르는 철부선엔 벌써 많은 차들이 들어찼다. 배 위에서 바라보이는 통영 해안엔 활기찬 바다 냄새가 난다. 수협 건물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고, 해안 건너편엔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용접봉 흰빛이 튄다. 

아침바다의 고요함이 마음에 파고든다. 보일 듯 말듯 번져 있는 물안개가 파도 위에 어른거린다. 배는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배를 타면 습관적으로 고물에 서서 뒤따라오는 포말을 바라본다. 하얗게 부서지며 따라오는 포말이 자꾸 나를 육지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물 쪽으로 갔다. 저 멀리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섬들이 떠 있다. 해무에 가려진 섬들인 실루엣으로 보이다가, 흐르듯 미끄러져 그 옆으로 다가가면 섬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바위섬 그대로 푸른 바다 위로 솟구쳐 올라와 있다. 그 바위 위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더욱 푸르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해안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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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동항 선착장
 욕지도 동항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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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연화도 산행 모습
 욕지도, 연화도 산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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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떠서 먹는 점심, 바로 이 맛이야!

8시 20분 통영에서 약 32km를 타고 욕지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는 마을버스를 타고 야포로 갔다. 욕지도 산행 종주코스로 맨 끝에 있는 바닷가 야포에서 출발하여 일출봉에 올라 능선을 타고 가다가 선착장 부근까지 내려간다. 그 곳에서 다시 대기봉을 거쳐 천왕봉 옆까지 올라가서 다시 내려와 선착장에 도착하는 약 10km 거리이다. 

멀리서 보면 거북을 빼닮은 욕지도는 전국에 있는 3,500여 개의 섬 중에서 44번째 크기의 섬이다. '욕지'(慾知)란 '알고자 하는 욕망'이란 뜻이다. 이 섬은 사슴이 많아 녹도(鹿島)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어떤 노승이 시자승을 데리고 섬 동쪽을 마주보고 있는 연화도 상봉에 올랐을 때 시자승이 "스님! 어떠한 것이 도(道)입니까?"라고 묻자 노승이 "욕지도관세존도(欲知島觀世尊島 - 욕지도가 세존도를 바라본다. 즉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으면 석가세존을 본받으라는 뜻)"라고 대답하여 욕지도라 하였다는 설이 있다. 

야포에서 일출봉(201m)에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산행이 항상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힘이 든다. 땀이 금방 쏟아진다. 다행히 오르는 길목에 노랗게 익은 산딸기가 있다. 대부분의 산딸기는 붉게 익는데, 이 욕지도의 산딸기는 오렌지색을 띤다. 하나 따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찬다.

일출봉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다운 한려수도 그대로이다.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연화열도(蓮花列島)가 한 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이 가까이 또는 아련하게 실루엣으로 흔들거린다. 섬 산행의 멋이 가득하다.

일출봉에서 망대봉을 넘어 능선을 따라 가다가 혼곡으로 내려간다. 혼곡에서 동쪽을 보면 기암절벽들이 바다에 빠져 있다. 그 기암절벽들 앞에 배들이 떠 있다. 아마도 낚시질을 하고 있는 배인가 보다. 욕지도와 연화도는 낚시꾼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섬으로 소문이 나 있다.
욕지도 해안 협곡
 욕지도 해안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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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곡에서 다시 능선을 타고 대기봉으로 오른다. 오르는 길목 군데군데에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지금이 바로 뽕나무열매인 오디가 익는 계절이다. 산에 자생하는 뽕나무여서 그런지 까맣게 익은 열매를 하나 따 입에 넣어보니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가끔 산에 있는 열매들을 따 먹어보는 맛을 누가 알까?

11시, 대기봉(348m)에 올라 동쪽을 바라다보고 다시 돌아왔다. 동쪽의 기암절벽과 어디쯤 보이는 에덴의 집 등 수려한 경관들을 산 위에서 내려다만 보았다. 천왕봉엔 군사시설이 있어서 오르지 못하고 입구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다 위에 떠서 먹는 점심의 맛 때문에 섬 산행을 즐기는지 모른다.

오후 1시, 선착장에서 연화도로 가는 배를 탔다. 산행을 위해 또 다른 섬으로 향한 것이다. 약 30분간 흔들거리는 배는 우리들을 금방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다. 급하게 깨우는 동료들의 다그침에 눈을 떠서 선착장에 내리니 연화도다.

연화도 보덕암과 해안
 연화도 보덕암과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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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낭떠러지 절벽
 연화도 낭떠러지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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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피해 이곳에 와 도인이 된 스님

지금부터 500여 년 전 연산군의 억불 정책으로 한양에서 이곳 섬으로 피신하여온 스님이 부처님 대신으로 둥근돌을 모셔놓고 예불을 올리며 수행하다가 깨쳐서 도인이 되었단다. 스님이 죽을 때 유언으로 '나를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고 하여 제자들과 섬 주민들이 스님을 바다에 수장하니, 그곳에서 커다란 연꽃이 떠올라와 승천하였다고 하여 섬 이름을 '연화도'라고 하였단다.

그 후 사명대사가 이 섬에 들어와 토굴에서 수도생활을 했다고 한다. 대사의 누이 보운, 약혼녀 보련, 대사를 짝사랑하다 수도승이 된 보월 등 세 비구니는 대사가 섬을 떠난 후에도 계속 이곳을 지켰단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세 비구니는 이순신 장군을 도와 전법과 거북선 건조법을 알려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오후 2시, 선착장에서 곧바로 서쪽으로 오르니 능선이 나온다. 능선을 따라 조금 가니 쉴 수 있는 정자가 설치되어 있다. 정자를 지나 능선을 따라 약 30분 정도 계속 가니 연화봉 정상이 나온다. 용머리 바위까지 돌아서 다시 선착장으로 오는 시간이 넉넉잡고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연화봉(212m)에 도착하니 멀리 용머리바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얀 바위들이 용의 머리처럼 솟구쳐 쭉 이어지다 푸른 바다로 빠져 든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았던 연화도 용머리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연화봉에서 바다까지 내려가는 비탈 끝에 화려하게 보이는 보덕암이 있고 해수관음상과 5층 석탑도 눈에 띈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연화사와 함께 이 섬은 많은 불자들이 찾는 불교의 성지라고 한다.

연화봉에서 발길을 옮겨 용머리로 나아갔다. 연화도는 등산의 어려움은 거의 없고 산길을 따라 걷는 산책코스다. 바삐 걸을 것도 없이 천천히 걸으면서 배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듯 사방에 펼쳐진 한려수도의 멋을 한껏 누리면 된다.

이 용머리는 천 길 낭떠러지를 형성한 네 개의 큰 바위산들이 긴 해안선을 형성하며 기암괴석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연화도 특유의 풍광을 만들어낸다. 이 해안절벽은 육로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주로 배를 타고 유람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용바위 위를 걷는 참 상쾌하다.

절벽에 핀 원추리꽃
 절벽에 핀 원추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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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용머리 바위에 올라
 연화도 용머리 바위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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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용머리 바위
 연화도 용머리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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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오는 시원한 바람에 향기가 가득 하다. 울긋불긋한 싸리꽃, 엉겅퀴, 하늘패랭이, 산딸나무 등 여름 꽃들이 무더기로 어우러져 있다. 용머리 바위 밑 절벽에 노랗게 핀 꽃은 정녕 원추리꽃이다. 여름이면 지리산 능선을 노랗게 물들이는 원추리꽃이 용머리 바위 절벽에 피어서 우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용머리위로 난 길을 따라가니 바위산을 걷는 기분이 상큼하다. 더구나 바위에서 바위로 발을 옮길 때마다 발길에 밟히는 바람은 내 몸을 띄워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 시원함이 자연이다. 상큼한 바람 한 줄기로도 내 몸은 신선이 되는데, 사람들은 이 자연을 왜 자꾸 개발하려고 할까? 요즈음 '달인'으로 재미를 더해주는 김병만 개그맨의 말을 빌려 그들에게 "용머리에 올라가 바람 맞아 봤어요?"라고 묻고 싶다.


태그:#연화도, #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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