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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하는 한 생명보험 회사의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뒷면에 가려진 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으로 10억원을 받았던 그 가족의 한 달 보험료가 156만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왜 보험에 가입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 경제적 손실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이런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의 4.5%만이 그러한 비용으로 지출된다는 것.

 

보험에 가입했거나 혹은 가입할 생각이라면...

 

혹시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보험모집인의 말만 믿고 '80세 만기 20년납 만기환급형 생명보험'을 가입하지는 않으셨는지…. 앞으로의 노후를 위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다행히'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는 않고) 보험에 들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일단 이 글을 읽고 나서도 늦지 않다.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이 6월에 다룰 주제는 바로 '보험'이다. 민영생명보험 가입건수가 가구당 4.4건에 이를 정도(2007년 기준)로 우리 사회가 안전보장을 위해 보험사에 치르고 있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험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많지 않다.

 

모집인으로 시작해 현재는 보험소비자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를 통해 보험에 대해 알아야 할, 그러나 보험사는 알리고 싶지 않은 진실을 파헤쳐 보자. 김미숙 대표는 2007년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책 표지에는 '최소의 보험으로 최대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 가입·관리법 총정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난 5월 22일, 마포대교와 바로 인접해 있는 보험소비자협회 사무실에서 김미숙 대표를 미리 만났다.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 한쪽에서는 교통사고 후 보험금 지급이 연기되고 있는 피해자와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보험사와의 전화통화 도중 고성이 오고가는 살벌한 분위기의 한복판에서 김미숙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미숙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 1995년부터 모집인으로 활동했다고 알고 있다. 지금은 보험피해를 알리는 소비자운동을 하고 있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그때도 내가 가입 권유를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공부했다. 나 역시도 보험에 가입했고 그러는 동안 피해를 봤다. 사람들은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 거부할 때 피해를 입는다고들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그들의 사업비로, 주주들의 이익으로 부당하게 쓰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보험료의 구성을 살펴봐야 한다. 생명보험을 기준으로 해당 월의 위험보험료는 4.5% 정도이다. 실제 사망보험금으로 쓰이는 돈은 우리가 보험료의 5%도 안 된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보험사가 사업비로 쓰거나 보험 만기 시 환급금으로 쌓아둔다. 보험사는 이 돈으로 수익사업을 한다.

 

이에 비해 국민건강보험은 95% 이상이 의료비로 지급된다. 공단의 사업비가 8천억 원이라며 방만한 경영이라고 비난하는데, 생명보험·손해보험사의 사업비 규모는 10~20조에 이른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2조에 달했는데 이는 6세 이하 어린이의 무상의료를 가능하게 할 정도이다."

 

- 책을 보니 보험 가입을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면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 그나마 나은 보험이 있을까?

"없다. 대안은 국민건강보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민간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면 만기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을 택해야 한다. 아까 말한 보험료의 구성내역 중 순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 순수보장형에는 없다.

 

보험 가입을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한 것은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회사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사용되도록 책정되어 있다는 것 외에, 실제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었을 때 보험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급을 연기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자는 어려운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지만 실제로는 보험사와의 전쟁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사람들이 보험을 로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내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는다고 생각한다.

"보험은 절대 로또가 아니다. 얼마 전 광고에 '10억을 받았습니다'라는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의 한 달 보험료는 무려 156만원이었다. 그나마 로또는 당첨이 되면 어떤 사유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지급하지 않으려는 보험사와의 지난한 싸움을 거쳐야 한다. 일단 보험 가입 시 자필 서명을 했는가 확인한다. 보험료를 내는 동안은 아무 문제 삼지 않다가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될 때 서명이 없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된다.

 

또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서'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의료기관에 방문할 때마다 그 기록이 남고 보고가 된다. 이 내역서에는 실제 병명뿐만 아니라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말하는 것들('어디가 아프다' 등)과 의사들의 가진단도 남는다.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 받을 때 이런 것도 문제가 된다. 보험 가입 시에는 자신의 의료기록을 알릴 고지 의무가 있는데 이런 진료기록까지도 문제 삼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다."

 

- 보험소비자협회에서 준비 중인 것이 있으면 말해 달라.

"예정 신계약비 돌려받기운동을 예정 중이다. 아까 말한 보험료의 구성 중에 예정 신계약비가 13.1%를 차지한다. 이 비용은 전 보험료 납입기간에 걸쳐 발생한다. 그런데 중간에 해약하게 되면 전 기간에 걸쳐 내야 할 비용을 계산해서 차감시킨다. 실제로 생명보험에 가입해 8개월간 120여만원을 납입했던 가입자는 해약 뒤 고작 2만543원을 돌려받았다. 발생하지도 않은 예정신계약비를 지금까지 냈던 보험료에서 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환급을 요구하는 운동을 하려고 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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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 :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일시 및 장소 : 2008년 6월 23일 (월) 저녁 7시 반,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참가비 : 5000원
참가방법 : 신청서를 작성한 후 작성해서 메일(regina@pspd.org)로 보내주세요
문의 : 시민참여팀 이진영 간사 02) 723-4251, regina@pspd.org

※ 시민경제교실은 시민들이 경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상식, 그렇지만 잘못 알려져 있는 점을 짚어 봅니다. 경제뉴스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던 이야기, 우리네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경제 문제를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생생하게 풀어 봅니다.

※ 시민경제교실 첫 번째 이야기는 지난 5월 26일 "강북 집값, 계속 오를까요?"를 주제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태그:#참여연대, #시민경제교실, #김미숙, #보험, #보험소비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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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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