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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신문의 숨은 편집전략'"

"종이 신문은 1면~마지막면까지 하나의 유기체, 해당 신문사 색깔 있는 전략이 곳곳에 숨어있다."

 

<영남일보>가 지난 4월부터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신문에는 없는 뉴스'라는 당소 생뚱맞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했다.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그 신문만의 숨어있는 전략을 분석'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완전히 성격이 다른 사진과 기사를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색다른 의미를 유발하는 아니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편집 노하우를 찾아본다고 한다.

 

이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백승운 기자는 지난 2004년부터 <영남일보> 홈페이지 기자클럽 '어이! 편집 초보(秒報)'를 연재해오고 있다. 그는 "편집 전술을 파악한다면 신문을 보는 재미는 2배, 신문을 보는 눈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과 제목의 절묘한 조화, 1면의 '노림수'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일보>05년 8월 13일 기사를 제시한 백기자. 그는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한대표단이 갑자기 남한의 국립묘지를 참배한다는 내용이 13일 조간 1면을 장식했고, 대부분 신문은 '금기를 깬 화해의 상징'으로 해석"했지만, <조선일보>는 달랐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언론이 그 경계를 깨고, 북한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를 '전향적'으로 해석한데 대해 노골적으로 '딴지 걸기'가 힘들었던 <조선일보>는 절묘한 편집을 통해 북 대표단을 비꼬았다는 것.

 

'신문에는 없는 뉴스' 첫 회에 실린 그의 글을 인용한다.

 

"'김정일, 왜?'. 제목부터 도발적이고, 도발적인 만큼 불신감도 역력하다. '총칼을 겨누고 있는 적에게 느닷없이 절을 하다니, 대체 무슨 수작이냐'며 제목에 딴지를 건다. 그러면서 '북한 대표단의 참배가 6.25 책임 털기의 포석일 수 있다'며 추측성 제목 하나를 덧붙인다. '갑자기 국립묘지에 와서 절까지 하고 가겠다는 김정일의 진짜 속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백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주목할 것은 제목뿐만 아니라 사진"이라며 "제목위에 편집된 '터키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 등장한 트로이목마'. U대회 장소가 터키인데다, 1면 톱사진으로 쓸만큼 가치가 없는 사진이지만, 그 사진이 여기에 편집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왜?'라는 제목 텍스트와 '트로이 목마'라는 사진 이미지가 결합해 발생하는 '맥락적 암시'. 즉 김정일의 속셈이 트로이목마 속셈과 같은 맥락이니 '절대 속지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기사가 아닌 '편집'으로 말하는 <조선일보>의 노림수라고 밝혔다.

 

화제가 되었던 '盧가 그립다', 편집 전술은?

 

 

한편 <영남일보>1면이 전국적으로 입길에 오른 적이 있었다. 4월 16일 "지역혁신도시, 盧가 그립다". 새 정부가 혁신도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날, <영남일보> 1면 제목이었다. 백 기자 측에 따르면 "기사보다 제목이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MBC9시 뉴스데스크에서 제목을 클로즈업해 전국방송을 타더니 <한겨레>와 <문화일보>에서는 이 제목을 중심으로 기사를 쏟아냈고,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영남일보>옴브즈만 칼럼에서 '다급한 상황에 걸맞지 않고 다소 시니컬하면서 나른한 느낌을 준다'고 강도 높게 비판받았던 제목의 '숨은 전략'은 무엇일까? 백 기자의 두 번째 시리즈 '盧가 그립다'에서는 해당 제목을 편집한 변종현 기자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변종현 기자는 "이명박 정부의 심장을 겨눈 칼날 같은 제목"이라며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인 지역, 그 TK에서 나온 목소기가 TK가 그토록 싫어했던 노무현 정권을 그리워하다니, 이 얼마나 강렬하고 섬뜩한 역설인가?"고 설명하고 있었다.

 

결국 '盧가 그립다'는 제목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TK가 당신을 뽑아줬는데 당신이 지방에 이러면 안 된다'라는 현재에 대한 강력한 분노와 함께 미래에는 그러지 말라는 경고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신문에는 없는 뉴스'는 <영남일보> 목요일 주말섹션(위클리포유)를 통해서 볼 수 있으며 현재 ▲ 트로이목사 사진의 비밀(4.11) ▲ 盧가 그립다(4.25)▲ 크로스미디어(5.9)▲ 함정훈 그리고 '반역의 편집'(5.23) 등이 보도되었다. 6월은 백 기자 개인 사정으로 시리즈를 이어가지 못했고 7월부터 다시 게재된다.

 

[인터뷰] '신문에는 없는 뉴스' 담당 백승운 기자

 

- 이 코너에 대한 반응은?

"일단 긍정적 반응이 많다. 특히 2회 '노가 그립다'에 대해서는 내외부의 반응이 꽤 많았다. <영남일보>본지 옴부즈맨 칼럼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옴부즈만 칼럼을 반박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 칼럼과 다른 관점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2회가 나간 이후, 사내 일부에서는 지면 성격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비평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주말섹션보다는 본지 오피니언면에 1주에 한번 꼴로 싣는 것이 좋지 않냐고 제안이 왔다. 하지만 이 코너는 비평적 성격과 더불어 신문매체의 흐름 등 전 영역을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현재 지면이 맞는 것 같다."

 

-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신문의 숨은 전략'이 의미하는 바는?

"말 그대로 숨은 전략이다. 특히 신문은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1면부터 끝면까지 고유의 숨은 전략들이 있다. 이런 사례는 기사보다는 특히 편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수신문이든, 진보신문이든 그들만의 전략이 있다. 1회째 '트로이 목마' 사진의 비밀이 좋은 사례가 된다."

 

- 이 코너 기획의도와 대상 매체, 기대효과는?

"기획의도는 1회째 편집자주에서 밝히고 있다. 신문지면 곳곳에 있는 그 신문만의 전략을 전문가가 아니지만 기자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다. 아침에 그냥 펼치면서 넘겼던 신문지면에 ‘이런 전략이 있었구나’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대상매체는 중앙일간지뿐만 아니라 내가 근무하는 영남일보, 경쟁매체인 매일신문을 포함한 전 매체가 된다.

 

기대효과는 독자들이 스스로 신문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신문을 텍스트 위주로 읽기 보다는 왜 이 기사가 1면에 편집되었는지, 왜 사진이 이 위치에 배치되었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신문을 읽기 바란다. 신문읽는 재미가 배로 증가할 것이다."

 

- '신문의 숨은 전략'을 읽기 위한 독자의 노력은?

"신문은 1면~끝면까지 하나의 유기체나 다름없다. 1면과 해설면, 사설면이 연관성을 가진다. 신문을 읽을때 지면의 연관성을 염두해서 읽기 바란다. 그리고 신문을 스크랩하는 습관을 길러라, 스크랩할때는 특정기사만 하지 말고 그 날짜 신문 전체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영남일보, #편집전략, #신문에는 없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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