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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6일 오후 늦게 핵 신고서를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고 27일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러나 남북 대화가 완전히 끊긴 상태인 이명박 정부는 이런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다. 더 문제는 이런 '왕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도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미국 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북핵 신고서가 내일 제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신고서가 제출되면 곧바로 북한을 적성국교역법 제재에서 해제한다는 성명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의회에 통보하는 내용의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는 시간은 26일 오후 늦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간차 때문에 미 행정부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의회에 통보한 뒤 45일동안 의회 안에서 반대가 없으면 효력을 발휘한다. 대북 적성국 교역법은 의회 통보 절차 없이 바로 발효된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북한에 대한 모든 경제 제재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테러지원국에서 풀려도 전략물자수출통제나 북한 핵실험 뒤 가해진 유엔 제재 등은 그대로 있다"며 "북한이 전체적으로 받고 있는 각종 제재의 10% 정도가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러 지원국 해제는 실질적인 경제 효과보다는 우선 정치적·외교적 이미지에서는 큰 이득이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불량국가' '테러지원 국가'라는 이미지를 벗게된다.

 

국제적인 금융 차입도 가능해진다. 국제금융기관이 '테러지원국'에 금융지원을 할때 해당 기관의 미국 쪽 이사가 무조건 반대하게 돼 있는 미국 국내법상의 제한이 풀린다. 

 

테러 지원국 해제는 다른 전체적인 경제 제재 완화를 하기위한 핵심적 전 단계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테러 지원국 해제는 전체 경제 제재 완화의 핵심 구성 요소"라면서 "전략물자수출 통제 제재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완화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현재는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으로 수출할 수 없는데 이 기준이 25%로 완화된다.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면 미국 안에 동결된 북한 자산이 풀리게 된다.

 

테러지원국 해제되면 불량국가 이미지 벗어

 

27일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에 대해 보수 진영 쪽에서는 "영변 원자로는 이미 낡아 수명이 다했다, 냉각탑 폭파는 쇼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쇼에 한두 번 속았나"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냉각탑 폭파가 북한 혼자의 의지가 아닌 북미 양국의 이해가 일치해서 진행되는 이벤트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북한은 핵폐기 협상에 대한 자신들의 진실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어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 정도 성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일부 강경파들의 공세를 피해가기 위한 것이다.

 

냉각탑 폭파는 미 CNN이 생중계한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생중계 대가로 5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후는 과연 김정일 정권과 이제 임기 마지막 해인 부시 행정부가 양국 관계 진전의 진도를 어느 정도까지 나갈 것인가 관심사다.

 

보통 전문가들의 판단은 핵신고서 제출 및 이에 따른 북한의 테러지원국·적성국 교역법 해제 정도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7월 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등 분위기가 아주 좋다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평양과 워싱턴에 양국 대표부 설치까지 나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와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김정일의 베이징 올림픽 참관 가능성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8월 8일 개막식을 여는데 여기에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다. 김정일이 베이징에 가면 자연스럽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경호 문제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몇 번 중국을 방문했지만 단 한 번도 미리 예고되기는커녕 방문 중에도 중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적도 없다.

 

그의 방문이 드러난 것은 모두 언론에 들통났을 때 뿐이었다.

 

또 김정일은 다자 회담이 아니라 양자 회담을 선호한다. 그래야 '여러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김정일이 단독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김정일 장군이 ○○○을 만나 주시었다"는 식으로 항상 그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때가 때인만큼 김정일의 베이징 올림픽 참석 가능성이 완전 0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많다. 

 

단발성 프로젝트 정부의 한계

 

김창수 민주평통 전문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최근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베이징 올림픽 참석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참석이 티베트 사태로 실추된 베이징 올림픽의 의미를 크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김정일이 베이징 올림픽에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0으로 볼 수는 없다"며 "북미 관계를 크게 진전시킬 수 있는 실무적 준비가 완전히 끝나고, 특히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부시가 김정일 장군에게 항복했다'고 선전할 만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면 김정일의 참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무튼 신빙성은 커보이지 않지만 김정일이 베이징 올림픽에 나타나 부시와 회담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은 처참할 정도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완전히 끊겼고, 옥수수 5만t 제공을 제의했지만 북한으로부터는 일언반구 대꾸도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보수 진영 쪽은 "지난 2000년 클린턴 정부 마지막 해에 클린턴이 평양을 방문하고 북미 수교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강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연철 교수는 "2000년 클린턴 정부 말기와 2008년 부시 정부 말기는 다르다"면서 "테러지원국 해제는 미국 안의 법이 바뀌는 것으로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양자 합의는 한 쪽의 정권 교체로 동력이 약화될 수 있지만, 현재는 비록 북미 양자협상이 핵심이지만 6자회담의 구속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지도 계획도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한미동맹 복원을 내걸고 서둘러 미국을 방문했다가 쇠고기 문제로 난리가 발생해 남북관계를 쳐다볼 틈도 없는 상황이다. 일단 한미 관계부터 엉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가 애초 외교·안보 정책 자체를 잘못 그렸다"며 "정권 초 외교·안보 정책을 구상할 때 북한과 중국을 빼놓고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이 파탄난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로드맵 정부였다, 거창하고 장기적인 구상만 있지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비판을 받았다"며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단발성 프로젝트 정부다, 전체 공사 계획서가 없이 정책을 추진하니까 한미 관계도 남북 관계도 이 꼴이 났다"고 지적했다.


태그:#이명박, #대북정책, #북미정상회담,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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