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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초록이 저렇게 빛날 수 있구나.”

 

감탄사가 나온다. 멀리서 보아도 시선을 잡는다. 초록이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거기에 분홍과 연보라의 고운 색깔의 꽃을 피워내고 있으니, 더욱 더 매혹적이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찌나 돋보이는지, 주변이 환하다. 꽃이 피어 있음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초록과 분홍의 조화가 독특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자귀나무.

 

벌써 자귀나무 꽃을 피어날 때가 되었나? 꽃을 바라보면서 헤아려보니, 6월 하순이다. 내일 모래면 7월이니, 세월이 정말 무섭다. 어찌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2008년이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절이 가버렸다. 실감나지 않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당혹스럽다.

 

 자귀나무는 미모사가 자극을 받으면 움츠러들듯, 밤이 되면 양쪽으로 잎이 서로 포개진다. 접혀질 수 있는 구조를 복엽이라고 한다. 오묘한 생명의 경이다. 그래서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합환목 또는 합혼수 그리고 야합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가 자귀나무 잎을 무척 좋아하여 소 쌀 밥 나무라고도 한다.

 

 야생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데, 요즘은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져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방에서는 신경쇠약 불면증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고 신경통에도 좋다는 속설이 있다.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나무 자체는 약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고마운 나무가 분명하다.

 

 꽃이 어찌나 고운지, 저절로 사랑하게 된다. 저리 색깔이 선명한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꽃을 바라보면서 꽃처럼 빛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꽃처럼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삶이라면 우아하고 모든 이의 마음에 기쁨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문득 노자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순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무슨 욕심이 이리도 큰지 알 수가 없다. 뭔가를 이룰 수 있는 때는 모두 다 지나버리지 않았는가? 이제는 삶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때이다.

 

 노자는 말했다. 깨달은 자는 빛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빛나게 된다고 하였다. 자신을 돌보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내세우지 않기에 권력이 생성될 수 있고 대항하지 않기 때문에 맞서는 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젊었을 때 이런 글을 읽었을 때에는 무시하였다. 쓸 데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였다. 자기 PR 시대에 살아가면서 어찌 자신을 내세우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반문하면서 나를 나타내기 위하여 더욱 더 노력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니,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를 깨닫게 된다.

 

가난하였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때만큼 좋았던 시절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았던 것을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돌아보니, 좋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난감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삶은 허망하고 서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 행복하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하니까.

 

자귀꽃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반추한다. 한번 뿐이기에 더욱 더 애닮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흐르는 물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행복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지혜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그:#자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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