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정세균 후보의 압승과 함께 송영길·김민석·안희정 등 '386 후보' 전원의 최고위원 당선일 것이다.

 

송영길·김민석·안희정 등 민주당의 새 지도부로 입성한 386 최고위원들은 한 살 차이 연년생이다. 안희정 최고위원이 1965년생으로 세 명 중에서는 물론이고 전체 후보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김민석 최고위원이 1964년생, 송영길 최고위원이 1963년생이다. 이들은 관록의 정균환·이상수 후보를 밀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이미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모두 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송 최고위원은 19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김 최고위원은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고려대 출신인 안 최고위원은 고대 학생운동을 이끌면서 반미청년회 사건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2002년의 앙숙, 김민석-안희정 

 

1997년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세 사람의 행보는 2002년 대선을 계기로 갈라진다.

 

김 최고위원이 정몽준 후보에게 가면서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는 안희정 최고위원과는 대척점에 섰다. 그 이후 시간은 김 최고위원 스스로 말하듯 진흙탕 같은 기간이었고, 노무현 당선의 1등 공신인 안 최고위원도 나라종금 사건에 이은 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정치적 암흑기를 보냈다. 열린우리당의 386그룹으로 활동하던 송영길 최고위원은 2007년 7월 이른바 '제3지대 신당'을 만들겠다며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의 초석을 놓는다.

 

세 사람이 통합민주당의 세 갈래, 즉 열린우리당계(안희정)-민주계(김민석)-열린우리당 극복파(송영길)로 갈라졌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세 흐름의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당선인사에서 자신과 안 최고의 동반 당선에 대해 "대의원들께서 정치노선에서 김대중 노선과 노무현 노선을 다 포함해주었다"며 "절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386인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대의원들이 정말 대단하다, 가장 좋은 구도가 만들어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송영길, 주류입지 굳혀

 

송영길 최고위원은 386세대의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종석·이인영·우상호 전 의원 등 386의원들이 18대 총선에서 대부분 낙선한 상황에서 수도권 3선고지에 오른 데 이어 1위로 최고위원이 됐기 때문이다. 정세균 신임 대표와 손학규계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이번 선거로 그는 민주당 내의 확실한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의 당선인사도 "더 이상 우왕좌왕 중구난방 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가도록 하겠다. 50년 전통을 계승한 한반도 평화, 서민과 중산층을 지키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항상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김민석 최고위원은 자신의 2위 당선을 '정치적 사면과 복권'이라고 표현했다. 30대에 집권당 후보로 나섰던 서울시장 선거 낙선, 정몽준 후보 쪽으로의 이동과 '김민새'라는 오명, 17대 총선 낙선, 18대 총선출마 배제라는 시련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30% 지분을 가진 민주계의 전폭적 지지와 높은 지명도, 연설 실력이 그 배경이 됐다.

 

그는 당선인사에서 "대의원의 선택은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개인적 평가가 아니라, 민주당 진로에 대한 정치적 의사"라며 "세대에서는 50대와 40대 주축이 되는 지도력을, 지역에 있어서는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중심으로 호남과 충청을 아우르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민석 "정치적 사면, 복권"자평... '폐족 탈출' 계기 만든 안희정

 

예상을 깬 안희정 최고위원의 4위 당선은 그가 '폐족'(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손)이라고 표현했던  친노세력이 재기하는 발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민주정부 10년의 계승과 혁신', 정확히는 '노무현의 복권'을 주장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지켜온 역사를  지키지 못하면 그 어떤 비전·정책도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이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출마했고, 이것에 대해 대의원 동지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내용의 당선인사를 했다.

 

그 개인으로도 오랜 잠행기를 끝내고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자 이를 수용하면서 자신을 '환향녀'에 빗대 "언젠가는 저에게도 기회가 열리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공천배제 수용이 최고위원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이 이후 민주당의 소장파를 대표하면서 차세대 리더십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송영길, #김민석, #안희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