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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맨 왼쪽),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권이혁 대한의사협회 고문(왼쪽에서 세번째) 등 경제계와 의료계의 주요인사들이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이날 시식회에서 촛불시위 등 쇠고기와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 경제·의료계 인사,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맨 왼쪽),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권이혁 대한의사협회 고문(왼쪽에서 세번째) 등 경제계와 의료계의 주요인사들이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이날 시식회에서 촛불시위 등 쇠고기와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 연합뉴스 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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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심산일까?

최근 정부 여당을 비롯하여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연달아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개최하며 두툼한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지난 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미국산 등심 스테이크를 시식한 데 이어 경제·의료계 단체들도 9일 정오 서울의 모 식당에서 미국산 꽃살과 생등심을 나눠 먹으며 대낮부터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경찰의 '촛불 원천 봉쇄' 작전에 발맞춰 여권과 보수단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촛불 소등'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방 "맛이 좋다"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본 농민단체와 누리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한나라 이어 보수단체도 시식회 열고 "미국산 쇠고기 GOOD!"

지난 8일 한나라당 의원 38명은 '광우병은 정치선동!'이라고 적힌 현수막 밑에서 '미국산 등심 스테이크'를 시식하며 "한우보다 더 맛있어"라는 감탄사를 연방 내뱉었다. 심재철 의원은 시식 도중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광우병 광풍이 불어서 대한민국을 이렇게 어지럽게 했는데, 이건 거짓말이 과학을 이긴 매우 우스꽝스런 상황"이라며 "광우병이 위험하다면 나부터 먹겠다"고 외치면서 계속해서 스테이크를 썰었다.

곧이어 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 등의 보수성향의 단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을 끝내자"며 서울 강서구의 한 식당에서 시식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식회에는 지난주 검역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꽃살과 생등심이 식탁에 올랐으며, 주수호 대한의협 회장, 김건상 대한의학회 회장, 지훈상 대한병원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소속단체 회원 30여 명이 참여했다.

시식에 참여한 주수호 회장은 "이번 시식행사가 광우병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향후 검역 및 유통과정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민 모두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힘을 합쳐 나아갈 때"라고 호소했다.

손경식 회장도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학 권위자들이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는 오늘의 행사가 국민 불안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제는 국민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영국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상회의를 다녀온 후에는 우리 청와대 가족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한 번 시식하려고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심재철 의원도 8일 "(미국산) 곱창이 나오면 곱창파티를 한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빠르면 오는 12일 서울 시내에서 1만 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대대적인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것도 파티 형식으로 성대하게 치른다는 계획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8일 의원회관내 의원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고 있다.
▲ 미국산 쇠고기 시식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8일 의원회관내 의원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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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한심스럽다... 앞으로 정부를 어떻게 믿겠나?"

하지만 이처럼 정부와 여권이 벌이고 있는 '그들만의 쇠고기 파티'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진실을 왜곡하는 전시적 미 쇠고기 시식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시중 유통 이후 판매에 앞서고 있는 분(?)들은 판매업자들이 아니라 정부·국회·재계인사들"이라며 "특히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가 어떻게 미 육류수출업자와 국내 수입업자의 이익을 위한 시식회를 앞장서서 열 수 있는가"라고 분개했다.

한우협회는 "(정부가) 한우농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협상에 대한 성의 없는 사과가 아니라, 쇠고기 개방으로 인한 한우산업의 피해 정도가 어떠한지 꼼꼼히 따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기선 한우협회 부장은 "(미 쇠고기를 시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나라당은 한미FTA를 체결한다 해도 농촌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그들에게 어떤 믿음이 가겠느냐"라고 성토했다.

장 부장은 "9일 아침 한나라당에 항의면담을 요청하며 정책위의장이나 당대표를 만날 것을 제안했는데 한나라당 측에서는 이번 주는 시간이 안 난다고 거절하며 차후에 시간을 잡자고 하더라"며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농민단체로서 '한우보다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선 기분이 몹시 상했고,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정치·경제계 사람들이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미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납득할만한 결론은 물론 국민과의 토론과정조차 없었던 상황임에도 정부는 막강한 정·재계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만의 여론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과거에 했던 행위 중에 단발적인 행위는 없었다"며 "경찰의 '촛불 압박',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어려움' 호소 발언, 그리고 지금의 전면적인 쇠고기 시식행사는 정권과 재계에서 일정한 기류에 따라 국민의 분노를 억누르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9일 성명을 통해 "자국민을 다방면으로 보호해야 공인이 수입육 파티를 겸해 홍보하고, 품질이 국산보다 월등하다는 듯한 발언을 일삼는 것은 그 자질을 심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농촌 경제는 고령화와 가격 경쟁력 상실로 피폐를 넘어 폐허 수준으로 치닫는 마당에 대책은 고사하고 국회에서 수입육 파티를 벌이며 판촉 홍보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께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꾼 "일본 가서도 미 쇠고기 홍보하라!"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도 할 말을 잃었다. <미디어 다음>의 대화명 '지수'는 "뉴스 보면서 이렇게 '썩소'가 나오긴 처음"이라며 "후쿠다 총리는 부시의 요청을 무시하고 과학적 근거로 미 쇠고기 수입을 검토하겠다는데, 한나라당은 일본 가서도 시식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라고 설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별바라기'는 "<중앙일보>가 사진을 조작했듯이 지금 시식회를 하는 고기가 진짜 국민들이 먹을 쇠고기로 시식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O157 걸린 업체에서 직접 쇠고기를 얻어와 시식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맛있다고 먹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지장골'은 "국민들의 불안감과 상처를 달래주고 싶다면 저런 유치한 방법 대신에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야 할 터인데"라고 한탄했고, '땅꼬마'는 "한우 농가는 피눈물을 흘리는데 소위 배운 사람들이 하는 짓이 어떻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시식회, #한나라당, #한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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