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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민석, 송영길, 안희정 최고위원이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DMC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대담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송영길, 안희정 최고위원이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DMC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대담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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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86 트로이카' 송영길·김민석·안희정 최고위원이 18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열린우리당 극복파(송영길)-민주계(김민석)-열린우리당계(안희정)로 갈라졌다가 다시 '한 지붕' 밑에 모인 세 사람은 지난 6일 전당대회에서 나란히 최고위원에 당선돼 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최근 늘 얼굴을 맞대고 각종 정국현안을 논의하는 이들이지만, 이렇게 세 사람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사석에서는 호형호제 하는 사이여서인지 이날도 '형님먼저 아우먼저'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세 사람 중 1963년생인 송 최고위원이 가장 연장이고, 김 최고위원이 그 한 살 아래, 안 최고위원이 또 그 한 살 아래다.

송 최고위원이 오후 1시 40분께 상암동에 가장 먼저 도착했고, 곧이어 안 최고위원이 도착했다. 방송을 기다리며 감기약을 먹는 송 최고위원에게 안 최고위원이 "형님은 몸도 그렇게 좋은데 무슨 보약을 드시냐"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의회 '돈 살포' 사건과 관련 서울경찰청 방문결과 브리핑을 하느라 여의도를 늦게 출발한 김 최고위원이 도착했다.

그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을 법도 하지만, 세 사람은 토론 내내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안 최고위원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업체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투옥됐을 때 면회를 갔었다고 소개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재킷을 벗고 노타이 셔츠 차림으로 토론에 임했다. 사회는 이병선 <오마이뉴스> 정치경제데스크가 맡았다.

김민석 "정치적으로는 냉동실에서 해동실로"

김민석 최고위원.
 김민석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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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7월 6일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됐다. 송 최고위원은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통합시켜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라는 강렬한 열망이 표출됐다"고 답했다. 무난히 3선에 성공한 그보다는 15, 16대 의원을 지내고 30대 후반에 이미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지냈으나 그 뒤 6년간 '진흙탕에서 기어온' 김 최고위원과, 노무현 정권의 '창업공신'이면서도 지난 5년간 뜻을 펼 기회가 없었던 한 안 최고위원의 답이 기다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대의원들이 (각 계파별로) 골고루, 그리고 젊게 뽑아주셨다. 개인적으로 6년 국회의원 하고 6년 동안 쉬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냉동실에서 해동실로 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노무현 복권'을 내걸었던 안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대의 주력이라고 하는 제 도전을 허락해주신 것은 민주정부 10년의 전통을 계승하라는 뜻으로 본다, 역사적 정통성을 잊지말고 단결해서 잘하라는 뜻으로 새긴다"고 답했다.

이들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11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방문했었다. 김 최고위원은 "두 분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더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말했고, 노 전 대통령은 그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느낌이 여전하더라는 것이었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 정몽준 후보쪽에 섰던 김 최고위원에게 "노 전 대통령에게서 앙금이 느껴지지 않더냐"라는 질문이 갔다. 그는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데 손잡고 여러 차례 '열심히 하세요'라고 하셨다, 속에 꿍하고 있는 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2007년 3월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탈당계를 접수했던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공식화하고 더 왕래해서 지난 10년의 역량과 성과를 결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젊은 사람 셋 뽑아준 건 배낭메고 현장 가라는 것 아니겠나"

송영길 최고위원.
 송영길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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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8년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촛불'의 민심을 민주당이 어떻게 수렴할지로 토론 주제가 옮겨갔다. 안 최고위원은 '촛불'의 배경을 "민주화의 성과를 뒤집으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거대정당 출현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분석하면서 " 이미 4년, 5년짜리 계약서를 써준 상황에 대해 민심이 절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떤 답을 드려야 할지 죄송해하면서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 최고위원은 고2인 딸과 중1인 아들 얘기를 전했다. 아이들의 친구들이 "너희 아빠가 국민의 대표 아니냐, 그런데 요새 뭐하느냐고 한다는 말을 듣고 밥이 안 넘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의 성과가 국민들의 핏속에 유전인자로 내장돼 있음을 확인했고, 문제는 민주당이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든 시민운동이든 해먹기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합리적 주권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어진 질문은 최근 민주당이 자주 받는 물음일 것이다. 이 대통령도 죽쑤고, 민주당도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이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배낭메고 대중속으로' 였다. 송 최고위원은 "우리를 지도부로 뽑은 것은, 젊은 최고위원 셋이 배낭메고 현장으로 가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른 두사람에게 "잘할 수 있죠?"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김 최고위원도 "DJ 대통령이 '젊은 사람들은 배낭메고 전국을 누비라'고 했는데, 현장으로 가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더우기 나와 안 최고는 원외니까"라고 강조했다. 대답은 명확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의 간판급 인사들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판 메이커' 역을 맡겠다고 자임하면서 10명의 후보를 뽑았다. 정세균, 추미애, 송영길, 박주선, 김효석, 김근태, 천정배, 신기남, 손학규, 정동영이다. 그는 "당만 정상화하면 이들은 충분히 당의 얼굴이 될만한 자격을 갖췄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5년 전에 누가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박정희·전두환도 북한과 핫라인 있었는데..."

금강산 피격사건·독도문제·청와대기록유출 논란·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돈살포사건 등 현에 대해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사회자가 금강산 피격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이 갖고 있던 대북라인 연결 등의 방식으로 도와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2006년 10월 북한측의 요청에 따라 베이징에서 북한인사를 만나기도 했던 안 최고위원은 "정부의 지금 분위기에서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북측인사를 만난다 해도 바로 국가보안법을 걸고 나오지 않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김 최고위원은 "북한이 굶어죽으면 굶어죽었지, 남쪽의 지원은 안받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박희태 대표가 '말만 많더니 핫라인이 하나도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정권 담당자들이 풀어내야 할 문제"라고 말을 받았다.

이어 송 최고위원이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도 핫라인으로 북한과 연결했다, 이 정부가 자신의 무능력을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안 최고위원은 "6·15선언과 10·4선언도 사실은 박정희 대통령의 7·4공동성명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두 선언을 인정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최고위원이 '청와대 기록유출'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조중동'을 비판하자 김·송 최고위원은 각각 "청와대가 쫀쫀하다", "청와대가 비겁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돈살포 사건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표시했다. 이 사건에 대한 당내 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이 사건이 드러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생활정치 차원에서 이번 국회의 최대 현안이 돼야 한다"며 "서울시 의회 의원 106명 중 100명이 한나라당 소속인데, 자기들끼리 닫아버리면 경찰도 들여다 볼 수 없는 상황인데, 내부의 '친박', '친이' 계파싸움 때문에 말이 흘러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을 수사할 여력이 있으면 이것부터 하라"(송 최고위원)는 촉구가 나오기도 했다.

안희정 "찌질한 이명박 정부 시대를 극복하는 민주당 되겠다"

안희정 최고위원.
 안희정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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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대담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들은 현장을 강조했다.

[송영길]- 처음 인천에 간 것은 국회의원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운동 현장에 가려고 한 것이다. 얼마전 화물연대 파업이 있었는데, 나도 트레일러 면허증이 있다. 화물차량 운전사들이 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수입은 얼마인지 직접 보여주고 싶다. <오마이뉴스>도 함께 가자. 국민들이 요구하는 게 안 된다면 왜 그런 건지도 설명하면서, 민주당이 현장 노동운동하는 자세로 곁에서 국민을 섬기겠다

[김민석]-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대중속으로 가자는, 대중노선이라는 화두를 세웠다. 학생운동을 시작할 때의 자세로, 현장으로 가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뛰겠다. 지금까지는 빨리 가는 정치를 해왔지만 이제는 바르게 가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향후 5년은 내가 무엇이 되기 보다 민주당이 잘되고 남이 잘되게 하는 '판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

[안희정]-송 최고위원이 2년, 김 최고가 1년 선배인데 늘 배려해준다. 이런 마음으로 힘을 합쳐 새로운 민주당 만들겠다. 많은 분들이 이념적 스펙트럼이 뜨뜨미지근해서 민주당 저거 맘에 안든다고 하신다. 여러가지 성에 안차는 부분도 있겠지만 믿어주고 지지해달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찌질한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민주당이 돼 보겠다.

이날 생중계 대담에는 "송영길의 안정성, 김민석의 현실성, 안희정의 진취성"(꼬비) 등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이들의 화합을 당부하는 글들이 많았다.

사회자가 마지막 발언을 하면서 '10년만에 야당으로 전락한'이라고 말하자, 이들은 "그래 전락했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들이 민주당을 '전락'상태에서 벗어나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송영길, 안희정 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DMC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송영길, 안희정 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DMC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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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송영길, #김민석,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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