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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가 과격폭력 양상을 띠면서 불법의 일상화로 법치주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김석기 신임 서울경찰청장의 취임 일성이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의 전격 경질 이후 치안정감 3명의 자리를 연쇄 이동시킨 어청수 경찰청장이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정신없을 만큼 연거푸 훅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과는 25일 촛불집회 거리시위에서 '국민토성'용 모래주머니를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시위 참가자 1명의 신원을 확인해 종로경찰서에 넘겼다. 경찰이 지난달 21일 밤 11시경 서울 세종로 거리시위에서 채증한 사진을 판독한 결과 모래주머니 운반자 가운데 1명이 경북지역 농민단체 최모(45) 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사실을 보강수사한 뒤 최씨를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래주머니 운반은 시위자들이 차벽 위로 올라가 경비 경찰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한 엄연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경찰은 모래주머니 운반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면 모두 사법처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쓰레기 처리비용도 책임져라?

 

또 서울 종로구는 촛불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비용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모두 36일간 서울 세종로사거리와 대학로, 효자동 일대 등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비용 7776만6040원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종로구는 이 기간에 환경미화원 연인원 513명에 인건비 5031만1500원, 쓰레기 106t 처리비 1833만1950원, 쓰레기 차량 유류비 912만2590원 등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종로구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대책회의 측에 보냈으며, 오는 28일까지 의견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만일 이에 대한 의견이 없다면 납부고지서를 보낼 방침이며 한 달 기간의 납부기한을 넘긴다면 독촉장 발송과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폐기물의 투기 금지 등) 등에 명기된 '집회 쓰레기 주최 측 책임처리제'에 따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이 쓰레기 처리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게 종로구의 입장인 것이다.

 

이뿐 아니라 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이랜드 파업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 핵심 지도부 3명에 대해 전격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석행 위원장, 진영옥 수석부위원장, 이용식 사무총장 등 3명에게 적용될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촛불집회가 한창 열리던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구속자 석방과 수배해제 등을 요구하며 도로점거시위를 벌인 점이 주요 혐의사실이다.

 

또한 김경한 법무장관은 지난 22일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강력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말부터 본인 확인이 의무화 되는 사이트의 범위를 대폭 넓혀 인터넷 실명제를 사실상 전면 도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네티즌들로부터 정부가 사이버 공간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김 법무부 장관은 "일부 인터넷의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기업에 대한 광고 중단 위협 등의 행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조중동 광고 중단운동을 벌인 네티즌 카페 운영자 등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조사를 벌인 바 있으며,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에 대해 구속수사를 벌였다.  

 

참여연대는 25일 오후 논평을 통해 "▲어청수 경찰청장의 동생 비판보도에 대한 삭제요청 ▲촛불시위에 진압에 공을 세운 385명의 실무 경찰 포상 ▲경찰기동대란 이름의 '백골단' 부활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의 경질 논란 ▲앰네스티의 촛불집회 조사에 대해 법적조치 운운 등 경찰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 경찰의 인권의식은 이미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어청수 청장 동생의 부산 룸살롱 성매매 영업 등을 보도한 MBC에 대해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국내 포털은 물론 세계적 동영상 포털 유튜브에까지 삭제요청을 한 것은 그 자체로 망신"이라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번 대응은 과잉대응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출발선에서 허덕대는 마라톤선수, 5년 장기레이스 뛸 수 있나

 

최근 정부가 경찰과 검찰, 법무부를 동원하고, 심지어 기초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촛불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사실상 '촛불 죽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력진압으로도 촛불이 꺼지지 않자, 이제는 법치주의를 내세워 '잔불'마저 완전소화하겠다는 취지라는 게다.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최근 행태는 독재정권보다 더하다"며 "독재정권이야 합법적으로 선출되지 못한 권력이라는 열등감의 발로에서 다른 통치수단을 찾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폭력통치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도대체 왜 이러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이명박 정부 스스로 정당성을 갉아먹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민대책회의와 촛불시민을 상대로 벌이는 각종 유치찬란한 행동은 과거 독재정권 못지 않다"고 힐난했다.

 

그는 "대통령은 단거리 뜀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거리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같다"며 "출발선에서 지쳐 허덕대는 모습을 스스로 노출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함으로 넘어 씁쓸한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서너 달이야 국민적 분노를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 모르나 5년 내내 이럴 수 없는 텐데, 참으로 답답하다고 성토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촛불 죽이기는 이명박 정권의 두려움의 발로"라고 규정지었다. 홍 교수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정에서 거짓말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의 말을 지지자조차도 믿지 않게 됐다"며 "계속 살아 있는 촛불의 잔불을 끄겠다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두 가지 전술을 쓰고 있다"며 "폭력진압이 더 큰 국민적 저항과 항의를 불러오니까 결국 위축효과를 노리고 법치주의를 내세워 '손해배상청구' 등의 돈폭탄을 쏟아부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홍 교수는 "손해배상청구 등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조차 침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 정권의 병증이 깊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아무거나 법대로? 국민은 지난 봄 정부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향해 '법대로!'를 외치려면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경찰의 불법적 폭력진압'에 대해서도 스스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폭력에는 눈감고, 오로지 국민들의 저항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세계역사에서  유례없는 '망신살'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는 국민을 '어리석은 바보'로 취급하고 있는데, 바로 이 어리석은 바보들이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며 선출에 대해서는 너무 잘된 선택이라 추앙하고, 비판에 대해서는 '바보 멍충이'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호창 사무차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말했는데 그 결과가 경찰의 폭력진압과 손해배상 청구라면 상당히 표리부동한 행동"이라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공적 비판에 따르는 여러 부수적 일들을 일일이 '손해배상 청구'라는 것으로 되돌리면 누가 정부정책에 댓거리를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송 차장은 "정부가 폭력진압과 손배청구로 일관하는 것은 촛불집회를 평화집회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며 뼈저린 반성을 한 것도 아닌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자기 발언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차장은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촛불시민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공권력의 직접행사를 넘어 사적 영역인 민사적 집행까지 하겠다는 것"이라며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우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태그:#촛불집회, #이명박정부, #어청수 청장,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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