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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울산 남구 옥동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현대차지부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
 지난 23일 울산 남구 옥동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현대차지부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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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운동 이끌어온 양대 노조의 엇갈린 처지

지난 1987년 '6·10 국민 대항쟁'으로 비롯된 '노태우의 6·29선언'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에 혹사 당하던 노동자들의 분노가 물결처럼 일어났다. 이후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이끌어 온 현대중공업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들 양대 노조가 올 여름 상반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올해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집회에 동참하며 '쇠고기 파업' 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지부 간부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데 반해 사측과 임단협을 무쟁의 타결한 현대중공업노조는 올 여름 성과금으로 850만 원의 돈벼락을 맞은 것.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3일 올해 잠정합의한 임단협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인결과 조합원 1만7932명 중 1만7185명(투표율 95.8%)이 참가해 찬성 1만1027명(투표자 대비 64.2%)으로 임단협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2조원 돌파 축하금(통상금의 100%), 군산조선소 기공 축하금(100%), 노사공동선언 지속 실천 격려금(1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만 원, 무쟁의 타결 축하금 50만 원, 무재해 2배수 달성을 위한 격려금 50만 원 등으로 회사측으로부터 850만 원 가량의 성과금을 받는다.

보수언론들은 현대중공업노조에 대해 "14년 연속 무쟁의 임단협 타결이란 대기록을 수립했다"며 연일 칭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이 "비정규직 처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참파업을 하면서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현대차지부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불법파업을 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가 임단협안을 가결한 지난 23일, 현대차지부 간부들은 시민단체, 민주노총울산본부와 함께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공안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금속노조의 핵심 지부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에 동참한 현대차지부 간부 6명에게 "불법정치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규탄하는 집회였다.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지난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여름휴가를 시작했지만,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과 달리 예년에 비해 얇은 봉투를 받았다. 지난 단체협상에 따른 여름휴가비 30만원에 성과금 50% 등 120여만 원을 지급받은 것.

이같이 엇갈린 양 노조를 비교하며 칭찬과 비난이 교차하는 보수언론의 해설기사와 사설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지난 18일 현대차지부 쇠고기 파업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지난 18일 현대차지부 쇠고기 파업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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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챙기기 파업에서 벗어나...역사가 보상할 것"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5월 10일부터 울산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4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촛불수호울산행동'은 현대차지부 파업을 지지하며 격려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국가의 검역주권을 사수하며, 사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현대차노조의 고뇌에 찬 파업은 정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언론 등의 비난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울산의 행울협 등 단체는 미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협상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은 정당한 파업을 불법정치파업으로 매도하고 엄중처벌하라는 호들갑을 그만두라"고 성토하고 있다.

또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서는 "공익을 앞세운 이번 파업은 규탄 대상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굴욕외교를 통해 검역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주고 국민 건강권마저 미 쇠고기 업자에게 맡겨버린 이명박 정부가 검찰 경찰 노동부를 동원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현대차노조 파업을 물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대차지부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반대 파업이 정당하고 의미있다고 주장한다. 윤해모 현대차지부장과 울산민노총 하부영 본부장은 촛불집회 자유발언대에서 수차례 "지금껏 자기밥그릇 챙기는 파업을 한다고 욕만 먹던 현대차지부가 이제 시민에게 칭찬받을 파업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지부로서는 진퇴양난일 수도 있다.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는 "더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독촉을 받고, 보수언론·단체로부터는 '불법정치파업 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여기다 촛불집회와 민주노총 파업에 강경해진 정부로부터는 지도부의 사법처리 압박을, 회사측으로부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처리에 따른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진정으로 현대차지부가 국민적 요구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정 요구 파업을 하고 있다면 역사는 이들에게 손해본 만큼의 보상을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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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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