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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랑부리가 뭐냐고요? 씀바귀라고 들어보셨죠. 바로 그 나물입니다. 우리나라 들녘에 두루 나는 풀입니다.
▲ 씀바귀 싸랑부리가 뭐냐고요? 씀바귀라고 들어보셨죠. 바로 그 나물입니다. 우리나라 들녘에 두루 나는 풀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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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8월을 맞은 지금까지 집밖에만 나가면 얻을 수 있는 반찬이 있습니다.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표적인 게 바로 싸랑부리죠. 싸랑부리가 뭐냐고요? 씀바귀라고 들어보셨죠. 바로 그 나물입니다. 우리나라 들녘에 두루 나는 풀입니다. 요샌 어느 지방에서는 귀하다고 하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쌔고 쌘 게 이 나물입니다.

참 다른 이름도 많은 풀입니다. 씀바귀, 쓴나물, 쓴귀물, 씸배나물, 참새투리, 싸랑부리, 싸랭이, 유동(遊冬), 황과채(黃瓜菜), 황매채, 황서채, 고채(苦菜), 고채, 산고매, 소고거, 소고매, 소고맥채, 은혈단, 칠탁련, 활혈초, 충청도에서는 비탈진 곳에 뿌리를 벋어 사태를 막아준다고 사태월싹이라고도 합니다.

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한답니다. 그 시간에 따라 약간 쓰게도, 아니면 전혀 안 쓰게도 할 수 있습니다. 5시간 이상 담그면 거의 쓴맛이 없답니다.
 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한답니다. 그 시간에 따라 약간 쓰게도, 아니면 전혀 안 쓰게도 할 수 있습니다. 5시간 이상 담그면 거의 쓴맛이 없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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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인지 나물 뜯기인지

“더운데 우리 나갑시다!”
“그러죠. 안보다 밖이 더 시원하니”

이렇게 둘이 말을 맞추고 눈으로 신호하면 우리 부부의 걷기 운동이 시작됩니다. 이 운동은 시도 때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규칙은 있습니다. 봄에는 아무 때나 나갔고, 초여름에는 오후 5시께 나갔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비만 안 온다면 저녁 7시께 나갑니다. 뜨거운 해가 좀 수그러드는 때니까요.

말이 운동이지 운동을 하는 것인지 나물을 뜯는 것인지 우리도 모른답니다. 집밖으로만 나가면 흔한 풀들이 다 먹을거리니까요. 그중에 으뜸은 바로 싸랑부리입니다. 그리고 요샌 싸랑부리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나물들은 이미 꽃이 피고 세었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씀바귀, 즉 싸랑부리만큼은 다릅니다. 끝의 연한 순을 따고 나면 다시 새순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때든지 가면 그 새순을 따면 되죠. 물론 초봄에는 밑둥치 째 다 캐서 나물로 무쳐먹거나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됩니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새롭게 나는 순만 따서 무쳐먹습니다.

물에서 건져 꽉 짠 다음 갖가지 양념에 고물고물 무치면 끝이죠.
 물에서 건져 꽉 짠 다음 갖가지 양념에 고물고물 무치면 끝이죠.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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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약인지 몰랐어요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싸랑부리가 약인 줄을. 곁에 흔한 씀바귀를 따다 무쳐먹으면서 어느 새 씀바귀 박사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물론, 그 효능까지 꿰고 있으니까요.

싸랑부리는 풀 전체가 창종, 진정, 최면, 건위, 식욕촉진, 노화방지, 항암, 피로회복, 항알레르기, 항스트레스 등의 약효가 있습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봄철에 ‘씀바귀나물을 많이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씀바귀는 ‘오장의 사기와 내열을 없애고 심신을 편하게 하며 악창을 다스린다’고 합니다.

항암효과에 대하여는 씀바귀의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14배나 높기 때문이란 말을 의사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그것은 싸랑부리에 ‘알리파틱’과 ‘시나로사이드’와 같은 성분 때문이라나요. 어려워서 무슨 얘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싸랑부리가 암을 이길 정도로 좋답니다.

심지어는 <의학입문>에 따르면 씀바귀를 채취할 때 잎이나 줄기에서 나오는 하얀 즙액이 피부에 나는 사마귀까지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또한 뱀에 물린 상처나 요로결석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맛은 쓰지만 성질은 차서 더위뿐 아니라 추위도 이기게 한답니다.

요새 같이 더운 날에는 이만큼 좋은 보양식이 없답니다. 실은 개고기나 닭고기, 아니면 장어 등의 고단백식품들이 여름 보양식이 아니라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싸랑부리가 실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먹는 보양식이죠.

씀바귀는 흰색의 혀꽃이 8-11송이 붙는 흰씀바귀를 비롯하여,  선씀바귀, 꽃씀바귀 등이 있습니다. 고들빼기까지 치면 이 국화과 씀바귀속 식물은 실로 다양하지요. 꽃말은 우리들의 정서에 맞는 ‘순박함’이라고 합니다.

새콤달콤한 맛의 주인공 매실즙, 표고가루, 뽕잎가루를 위시한 대여섯 가지 가루양념, 간을 위한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약간의 통깨, 그 정도만 제가 아는 것입니다. 그 외 세밀한 것은 아내 몫이죠.
 새콤달콤한 맛의 주인공 매실즙, 표고가루, 뽕잎가루를 위시한 대여섯 가지 가루양념, 간을 위한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약간의 통깨, 그 정도만 제가 아는 것입니다. 그 외 세밀한 것은 아내 몫이죠.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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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음식으로 먹어야죠

김평자의 <암을 이기는 식이요법>에 보면 싸랑부리 예찬이 대단합니다. 항산화 비타민 A, B1, 철분이 매우 풍부하고, 특히 칼슘, 철, 비타민 함량은 시금치보다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골수암 세포를 억제하는 항암효과와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을 수 없다면 아무 소용없겠지요. 우린 그냥 음식으로 먹으니 암 걸릴 염려는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요리법을 공개할까요. 이미 말했듯이 새순만 뜯어다 살짝 데칩니다. 그대로 먹으면 되냐고요? 물론 쓴맛을 감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물에 담가 쓴맛을 제거한답니다. 그 시간에 따라 약간 쓰게도, 아니면 전혀 안 쓰게도 할 수 있습니다. 5시간 이상 담그면 거의 쓴맛이 없답니다. 약간 쓴 것을 원한다면 물에 담그는 시간을 줄이면 되겠지요.

물에서 건져 꽉 짠 다음 갖가지 양념에 고물고물 무치면 끝이죠. 우리 집만의 비법은 그 양념이 별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번 열거하면 이렇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의 주인공 매실즙, 표고가루, 뽕잎가루를 위시한 대여섯 가지 가루양념, 간을 위한 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약간의 통깨, 그 정도만 제가 아는 것입니다. 그 외 세밀한 것은 아내 몫이죠.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준다는.

우린 이렇게 거의 반년을 싸랑부리 약 나물을 먹는답니다. 한번 오세요. 같이 그 새콤달콤한 맛에 빠져보시게요. 싸랑부리 이제 아셨죠?

싸랑부리는 항산화 비타민 A, B1, 철분이 매우 풍부하고, 특히 칼슘, 철, 비타민 함량은 시금치보다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싸랑부리는 항산화 비타민 A, B1, 철분이 매우 풍부하고, 특히 칼슘, 철, 비타민 함량은 시금치보다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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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좋은세상, 갓피플, 21TV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싸랑부리, #씀바귀, #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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