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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7월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육·해·공군 등 각군에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지시)'를 내려보낸 이른바 '불온서적 파문'이 뒤늦게 알려짐에 따라 '불온'(?) 출판사들이 긴급회동을 했다.

 

최초의 계기는 대상 목록에 포함된 출판사 철수와영희(<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박정훈 대표와 후마니타스(<소금꽃나무>) 박상훈 대표가 집단대응을 협의하면서부터다. 5일 저녁 6시 해당 출판사와 관계자들은 후마니타스 출판사에 모여 긴급회의를 했고 문안작업을 거쳐 다음날인 6일 성명서를 배포했다.

 

긴급회의에는 철수와영희, 후마니타스 출판사를 포함해 당대(<북한의 우리식 문화>)와 보리(<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시대의창(<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한겨레출판사(<대한민국史>), 프레시안북(<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담당자와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이하 '인사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참석하지 못한 녹색평론과 청소년출판협의회 등 관계자들은 긴급회의의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위임의 뜻을 밝혔고, 부키, 한울, 살림터, 실천문학은 6일 연락을 통해 동참의사를 밝혀 왔다.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출판계 반응 나와

 

긴급회의의 자체 조사 결과 국방부 불온서적 대상 도서 23종(21개 출판사) 중 출판사 폐업으로 인한 자동절판 4종(북한의 미사일 전략, 핵과 한반도,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이상 615출판사), 21세기 철학이야기(코리아미디어)를 제외한 19종(21개 출판사)이 현재 유통중이다.

 

이번 성명서에 모든 출판사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두리미디어, 영림카디널 등은 내부 사정으로 논의가 모아지지 않아 미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단, 의견 수렴이 되는 대로 추후 공동보조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현재 성명서에 서명한 출판사는 녹색평론사 등 16개 출판사다. 출판사뿐만 아니라 단행본의 저자들도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름을 올린 필자는 강대석, 김진숙, 박준성, 안건모, 이임하, 장하준, 전상봉, 정태인, 주강현, 프레시안특별취재팀, 하종강, 한홍구, 허영철, 홍세화, 현기영.

 

회의를 제의한 박정훈 대표(철수와영희, 임시모임 대표)는 서두에서 "국방부 금서목록에 오른 탓에 실제 매출이 올랐고, 처음에는 마케팅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기회에 편승해 판매고를 올리는 데에서 벗어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긴급회의 소집취지를 밝혔다.

 

국방부 금서목록은 한겨레 보도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나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금서목록 이벤트'를 열며 이슈가 됐다. 주요 신문사에 한두 꼭지씩 보도된 끝에 MBC 뉴스데스크에 소개되기도 했다.

 

긴급회의 참여자들은 이슈 방향이 '너무 발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판매고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수십 년 전에 이미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한 '판금'의 추억이 2008년에 다시 떠돌아다니는 현실에 주목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해 불온도서 목록 대상 출판사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상 출판사, 필자와 독자와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기로 하였다. 

 

한 참석자는 "국방부 금서목록이 '언제까지'와 '어디까지'가 드러나지 않았고 그 근거도 모호하기 때문에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 국방부에 한한다고 하지만 국민개병제 시대에 예비 입영자들과 예비역 등 도서 구매자들이 금서목록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다는 점에서 출판계의 손실과 자유권 침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명서에 담긴 내용과 향후 계획

 

참석자들은 성명서에 단순히 유감의 뜻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당국이 국민들의 알권리와 읽을권리 등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뜻을 분명히 하고, 피해 출판사의 경우는 명예훼손 및 피해배상 소송, 독자의 경우는 자유권 침해에 관한 헌법 소원 등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자는 뜻을 보탰다.

 

후마니타스 박경춘씨는 "국가기관의 불온도서 금지지침으로부터 저자와 독자들을 출판사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당대 출판사의 심영관 기획실장은 "이번 사안으로 인해 국민의 자율권이 침해되는 등 정신적 피해를 받은 바가 명백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경 인사회 사무국장(디자인하우스)은 "금서와 관련한 군 내부지침은 매년 상부에서 하급 부대로 하달되지만 이번의 경우 현 정부의 기조와 맞물리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성명서에는 최근 국방부 불온서적 차단 대책과 관련된 파장의 배경과 함께 파장이 불러온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 침해에 관한 유감 표시와 강력한 요구사항을 담았다.

 

긴급모임이 요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불온서적 목록'이 작성된 자세한 경위와 그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즉각 중단․철회하라"는 내용, 둘째, "현재 '불온서적 목록'에 선정된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공식 사과하라"는 내용, 셋째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는 내용이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 긴급회의는 불온서적 목록 파장과 관련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1차 목록에 해당하지 않은 출판사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또, 출판사 대표들의 협의기구인 한국출판인회의로 사안을 이관하는 데 협의했고 공개질의서 작성과 소송 자문 검토 등 2차, 3차의 추가 대응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6일 긴급회의는 한국출판인회의와 1차 협의를 갖고, 정책위 등 산하 위원회 위원장들의 '절대적 공감'을 얻었고, 언론 취재시 전체 출판계의 입장 등이 필요하다면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이나 정책위원장이 인터뷰에 나서는 등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늦어도 8월 7일까지는 한국출판인회의의 공식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과 관련한 출판계의 입장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군 내에서 불온서적 차단 대책이 강구되면서 ‘불온서적 목록’이 작성된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이 목록에는 그동안 독자들의 호응을 받아왔던 문학․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의 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군사독재 정권 아래 정부가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책들의 출판과 유통을 금지시킨 바 있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금 이와 유사한 행위가 국방부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글을 집필한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또한 이 목록은 국방부에 한해 유효한 것일지라도 공권력이 양서의 유통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심각한 피해는 ‘불온서적 목록’에 포함된 책의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넘어서, 출판에 종사하거나 관련되어 활동하는 이들을 비롯하여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낙인찍은 책들을, 열렬히 추천하면서 대응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불러일으킨 국방부에 정식으로 요구한다.

 

 

하나, ‘불온서적 목록’이 작성된 자세한 경위와 그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즉각 중단․철회하라.

하나, 현재 ‘불온서적 목록’에 선정된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공식 사과하라.

하나,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서명 출판사(가나다 순) 녹색평론사, 당대, 돌베개, 부키, 보리, 살림터, 시대의창, 실천문학, 이후, 창비, 철수와영희, 프레시안북, 한겨레출판, 한울, 한얼미디어, 후마니타스

 

 

서명 출판 단체순

한국출판인회의,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청소년출판협의회

 

 

서명 저자순

강대석, 김진숙, 박준성, 안건모, 이임하, 장하준, 전상봉, 정태인, 주강현, 프레시안특별취재팀, 하종강, 한홍구, 홍세화, 현기영


태그:#국방부 불온서적, #불온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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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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