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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1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13일까지 완료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한나라당과의 원 구성 잠정합의안이 청와대의 '비토'로 무산되자 '국회 무시'라고 비판하면서 원 구성 협상을 거부해왔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권선택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와 만나 ▲두 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게 정부에 대한 유감 표명과 국회 권위존중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요구했고, 이에 김 의장은 긍정적 답변을 했다  ▲두 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유감 표명과 야당존중의 뜻을 표명하도록 요구했고,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당 대표에게 야당의 요구를 수용토록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총리출석 문제는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13일 오전까지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 정수 조정 등을 완료하고 14일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어 19일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 원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날 합의사항은 민주당으로서는 별로 얻어낸 게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특위를 통해 장관 청문회를 한다는 여야합의를 청와대가 거부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과 한승수 국무총리의 쇠고기 특위 출석거부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구성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합의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대표의 유감표명으로 대체됐다. 그것도 합의문은 '두 야당 원내대표의 요구에 긍정적 답변을 했다', '요구를 수용토록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라며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가 '수용해주는' 형식으로 돼있다. 현실적으로 소수야당으로서 대통령의 사과를 강제해내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이는 '명분 없는 퇴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혜영, 당 회의에서는 "'원 구성' 무의미"라고 했는데...

 

이 같은 전격 합의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원혜영 대표 자신이 밝힌 입장과도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오늘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들과의) 회담은 국회 파행으로 몰아넣은 청와대와 총리에 대한 여야 공동의 대응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국회파행의 진앙지를 두고 하는 원구성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날 국회의장 중재 모임에서 원구성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원 원내대표는 원구성 합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해온 요구가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의 유감표명으로 대체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대통령 사과의 재발방지를 받아내는 건 포기했다"며 "국회 수장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을 자임하겠다고 함으로써 해법을 정리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너무 많은 국정난맥이 동시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원내대표가 결단했다"고 거들었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너무 쉽게 물러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전면적인 국정의 난맥상을 대처하는 데 있어 국회라는 공론의 장을 확보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응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통령의 사과와 그 뒤에 원구성을 해야 한다는 단계론이었으나, 홍 원내대표가 일괄로 하지 않으면 협의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렇게 됐다"면서 "유감표명 대상도 대통령과 정부를 대상으로 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쪽이 난색을 표했다"고 밝혔다.

 

"왜 하필 '정연주 해임'된 날에..."

 

이날 합의는 이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한 것과 원구성 협상을 연계해야 한다는 적지 않은 당내 흐름과도 배치되는 합의였다. 김유정 대변인은 전날(10일) 브리핑에서 "정연주 사장 문제를 원구성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정배 민주당 언론장악저지 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 서명 이후 사견을 전제로 "'정연주 해임 국정조사'를 국회 원구성 협상과 반드시 연계해서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민주당은 KBS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유력한 지렛대를 잃은 셈이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인사는 "하필 이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 해임 서명을 한 오늘 합의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고민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번 주를 시점으로 잡고 있었고, 어차피 대통령의 사과는 어려운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언론자유는 오늘 죽었다"는 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 성명과는 상당한 온도차이가 느껴진다.

 

쇠고기 특위, 한승수 총리 불출석으로 또 파행

 

한편, 이날 총리실과 외교통상부에 대한 기관보고가 예정돼 있던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7일에 이어  한승수 총리가 다시 불출석해 파행에 빠졌다. 이 문제로 최병국 위원장과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사이에 막말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총리는 최병국 위원장이 출석요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총리가 상임위나 특위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며, 이미 여러차례 국회에 나가 답변을 한 바 있다고 거부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반드시 총리가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총리의 불출석은 헌법 무시이자 국회 무시"라며 "출석을 안하면 3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중죄"라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도 "총리가 형사범이 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의원은 "대통령실 대신 총리가 나오기로 했던 것인데, 정 총리가 불출석한다면 원래대로 대통령실을 기관보고 대상으로 넣자"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리의 불출석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국회법상 처벌 대상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또는 보고를 거부한 사람으로, '증인'이 아닌 총리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의 대리보고를 받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반박했다.

 

"예의를 갖추라"-"역시 저질이구만"

 

논란 속에 최병국 위원장이 "(지난 1일) 총리 출석을 의결했던 것은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식의결이 아니라 총리 예우 차원에서 한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놔, 이상민 의원에게 격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그런 발언을 하려면 위원장석이 아니라 의원석으로 내려와서 하라. 왜 마음대로 의결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병국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의를 갖추라"고 맞고함을 치면서 특위는 결국 정회됐다. 고성을 주고받던 최 위원장은 퇴장하면서 "역시 저질이구만"이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위원장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동철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최 위원장은 법사위 할 때부터 회의 막판에 의결성격을 바꿔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왜 가만있느냐. 한나라당 2중대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각 당 원내대표들은 이 문제에 대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특위에서 재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원혜영, #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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