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채훈 PD(외주제작센터 부장)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
국민의 눈과 귀가 온통 올림픽 개막식에 쏠려있던 지난 8일, KBS 이사회는 경찰병력의 보호 아래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4명의 이사들이 법과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항의했지만 묵살됐고, 이들이 퇴장한 가운데 친여 인사들만 표결에 참여, 6:0으로 정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사흘 뒤인 11일, 베이징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은 해임안에 서명,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 바로 그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우병 문제를 다룬 4월 29일자 대국민 사과 문안을 MBC에 보냈다. 다음날, MBC 임원들은 방통위의 사과결정에 대한 재심청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오후 5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를 공식발표했다. 이 무렵, 자택에서 연행된 KBS 정연주 사장은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양 방송사 사원들은 강력히 반발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올림픽 열기에 파묻혀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밤 10시 35분쯤, MBC의 사과방송이 기습적으로 전파를 탔다.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자회사인 MBC플러스를 동원한 편법 송출이었다.
올림픽과 방송장악이 동시에 이뤄진 것은 오비이락이었을까? 이명박 정부가 치밀한 계획 하에 올림픽을 틈타 기습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국민들 몰래 양 방송사를 침탈한 것을 보면 그들도 뭔가 떳떳치 못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 방송사는 올림픽 중계에 매몰된 나머지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아니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걸린 이 사태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지 못했다. 수구 신문들이 정권의 폭력을 엄호 사격하는 동안 방송은 제대로 된 목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한계이자 업보가 아닐까? 많은 방송인들이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18년 전 노태우 정권 때와 닮은 꼴
KBS 사장 강제 해임과 <PD수첩>에 대한 마녀사냥은 18년 전, 노태우 정권이 방송민주화를 무력화시키려던 1990년 상황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당시 정권은 방송민주화에 우호적이던 서영훈 사장을 이른바 '법정수당 변태지출 사건'으로 사임시켰다. 이어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서기원을 낙하산으로 투하, KBS 사원들의 격한 반발을 야기했다.
노태우 정권은 4월 12일 KBS 본관에 경찰 병력을 투입, 서기원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사원 117명을 강제 연행했다. KBS 사원들은 자연스레 제작거부 투쟁에 나섰고, 노 정권은 4월 30일 다시 경찰병력을 투입, 333명의 사원을 연행해 갔다. 백주에 경찰 병력이 공영방송을 유린한 18년 전의 악몽이 올 여름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당시 'KBS 다음은 MBC'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그것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MBC 최창봉 사장은 그해 9월 '그래도 농촌을 포기할 수 없다' 편을 불방 조치했고, 이에 항의하던 안성일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이 와중에 노태우 정권은 '상업적 경쟁'을 통해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방송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방송통신심의위, 검찰, 우익단체를 동원한 <PD 수첩>에 대한 전방위 압박, MBC 경영진의 '사과' 결정 수용, 이어진 사원들의 거센 반발 등 지금의 양상도 그때를 빼닮았다. 이러한 갈등의 배후에는 MBC '사영화'와 족벌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 등 방송구조 개편의 음모가 숨어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때보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노태우 정권은 광주 학살의 원죄가 있기 때문에 1987년 6·29선언 이후 그나마 매우 조심스레 처신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외견상 합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국회와 지자체 모두 한나라당 일색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막가파처럼 방송장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KBS 이사회,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심의위원회 등 양심을 지켜야 할 주요 기구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심어 놓은 기회주의적인 인사들이 제 철을 만난 듯 충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막가파 세상, 활개 치는 기회주의 군상 방송사 측의 문제도 심각하다. KBS노조의 기회주의 처신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기구를 총동원해서 정연주 사장을 압박할 때 수수방관하던 노조는 아직 새 사장 후보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낙하산 저지'라는 명분으로 삭발을 하고 파업투표를 실시하려 하고 있다. 긴급히 결성된 '사원행동'은 '이사회의 해임 결정 무효, 어용 이사회 해체'를 주장하며 노조와 연대투쟁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노조 집행부가 보여준 갈짓자 행보는 여전히 KBS 사원 단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MBC의 경우, <PD수첩>에 대한 사과 결정을 수용한 것은 경영진의 자충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사과를 할 경우 정권과 수구언론이 이쯤에서 공세를 중단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어처구니없이 순진한 판단이었다. 검찰은 기세등등하여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구인과 압수수색을 밀어붙일 태세다. 수구 신문들은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잘못을 조목조목 인정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라고 아우성이다.
확대간부회의에서 나온 엄기영 사장의 사과 발언은 각 방송사의 뉴스에 인용됐다. 법적인 사과방송으로 충분한데도 굳이 사장의 사과발언까지 방송한 것은 굴욕적인 일로, '해사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MBC의 한 PD는 "사장의 사과 멘트는 <PD수첩>에 대한 조중동의 공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민 배신한 KBS 노조와 MBC 임원들
MBC 경영진의 결정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PD수첩>과 MBC 뉴스를 믿고 지지했던 수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배신행위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MBC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송일준 MC와 조능희 팀장에 대한 인사조치도 시의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MBC의 한 기자는 "이런 조치를 할 거면 차라리 빨리 하지, 실컷 두드려 맞은 다음에 뒤늦게 하는 건 무슨 짓이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경영진의 판단이 향후 소송에 악영향을 미치고 검찰의 MBC 침탈로 이어질 경우 MBC의 노사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이른바 'MBC 민영화' 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다시 찬찬히 살펴보자. "KBS도 이제 거듭나야지…." 12일 정연주 사장 해임안에 서명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거듭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명박 정권, 그 개념의 혼란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1980년대, KBS와 MBC는 전두환에 대해 충성 경쟁을 벌이며 권력의 앵무새 노릇을 했다. 이른바 '땡전 뉴스'로 대표되는 당시 방송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1985년부터 시청료 거부운동의 표적이 되어야 했다. 시청료 거부운동의 대상은 일단 KBS였지만 MBC 또한 다를 바 없었다. 당시 방송인들은 KBS는 '본처', MBC는 '애첩'이라며 자조했다. 1987년 6월 항쟁과 함께 방송민주화의 큰 흐름이 형성됐고, 그때부터 KBS와 MBC는 비로소 '거듭나기' 시작했다.
"KBS도 거듭나야지"(?) 내가 아는 '거듭나기'란 '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과 함께 울고 웃는 것, 진실을 말하고 불의를 고발하는 것, 이를 위해 권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하여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서는 것, 이를 막는 부당한 외압에 저항하는 것, 상식적으로 방송사의 '거듭나기'란 그런 것이었다. 반면에 올림픽 열기를 틈타 공영방송의 사장을 강제로 몰아내고 <PD수첩>을 마녀사냥하는 것, 이게 '거듭나기'를 위한 일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는가?
청와대, 감사원, 검찰,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 방송통신심의위, KBS이사회 등 국가기구, 그리고 민간 극우 단체를 총동원한 공영방송 침탈로 이명박 정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방송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이 우호적으로 보도해 주면 만사형통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싶다'는 진심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야당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KBS의 편향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도록 KBS를 순치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KBS 거듭나기'의 실체인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결정하느냐"고 발언해 KBS 사장 인선을 자기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암시했다. 초법적인 위치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것인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이 분의 인식은 이 대통령 본인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정권의 '소통'은 여론 조작?
촛불이 활활 타오르던 지난 5월 22일 이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해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했다"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소통'을 원했다면 촛불로 표출된 국민의 힘을 등에 없고 당당히 재협상을 요구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검역주권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뒤늦게나마 '진심'을 보여주었다면 국민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사과'는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얄팍한 거짓말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촛불에 대한 폭력 탄압에 이어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선 것이다.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장악'할 필요가 없다.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조작'의 대상으로 보는 과거 독재 정권의 발상과 똑같은 것이다. 나치 독일이나 전두환 시절처럼 방송을 통해 국민을 일사불란하게 세뇌하고 선동하겠다는 뜻이다.
지지율이 10%대를 맴도는 정권이 방송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것은 뭔가 '거짓'으로 국민을 속여서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뜻이다. 이는 옳지 않다. 정부는 솔직하고 진지한 통치행위로 지지율을 올리면 되고 방송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된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그러나 이 정부가 말하는 '소통'이란 일방적인 '여론 조작'을 뜻하는 게 분명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무지, 몰상식, 파렴치가 수없이 드러났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공영방송'과 '관영방송'의 차이도 구별 못하는 무지를 과시했다.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 '해임권'을 삭제한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사장을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여권 인사들은 이 점을 무시하고 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신태섭 KBS 이사 해임 과정을 보면 이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얼마나 파렴치한지 알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신 이사가 KBS 일로 교수직에 태만했다는 핑계로 동의대 이사회에 압력을 넣어 교수직을 박탈했다. 이어서 교수직이 없다는 이유로 KBS 이사직을 박탈했다. 악명 높은 놀부가 21세기에 재림한 게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검찰이 KBS 정연주 사장을 감히 건드리지 못하다가 사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강제 구인한 것도 역시 놀부 행태를 닮았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얻은 명품 핸드백작년 대선 과정에서 잠시 드러났다가 잊혀진 일이 하나 있다. 한국타이어의 노동자 15명이 사망했고, 사인이 작업장의 휘발성 솔벤트에 장기적으로 노출된 데 따른 심장질환과 암이라는 의혹이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로 알려진 것. 한국타이어측이 작업장 환경에 조금만 돈을 투자했어도 노동자들은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을 뒤집어 보면, 수익을 좀 더 남기기 위해 15명의 노동자를 죽인 '살인 사건'과 다름없는 것이다. 한국 타이어측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작업장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심을 샀고, 직원들을 CCTV로 일일이 감시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고,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가 왜곡보도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조양래 회장은 이 대통령의 사돈이자 전경련 회장이며, 조현범 부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였다. 그는 1000만원이 넘는 명품 핸드백을 장모에게 선물한 당사자였다. 뒤집어 보면, 장모 김윤옥에게 선물한 핸드백을 구입한 돈 천만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맞바꾼 돈이었다는 결론이다.
이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며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는 죽어간 노동자들에 대해 단 한 순간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이 대통령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철학을 요약하면 이렇다. '너 죽고 나 살자, 미안하지 않다.' 이들의 생존 전술은 "우기면 다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천민자본주의의 정글 법칙이 이 나라의 지배층을 휩쓸고 있다. 인간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파렴치한 생존법칙이 이 나라의 '상식'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가장 우려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은 법을 지켜야 한다. KBS 사장을 기어이 교체하고 싶었다면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국회에서 법을 고친 뒤 법에 따라 교체했다면 최소한 불법성 시비는 피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대통령의 '해임권'을 내세워 기습적으로 일을 해치우고 말았다.
정연주 사장의 지적대로 이명박 정부의 초법적 인사전횡은 더욱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그들 자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법을 지키고 상생과 공존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간곡히 충언하고 싶다.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다. 건국 60주년을 맞는 우리나라는 경제력과 민주주의 수준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고, 이에 걸맞게 스포츠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당당히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열등 콤플렉스가 없어서 대견하다. 이들은 구김살 없는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당당한 국제관계를 원한다.
건국 60년, 태극기 거꾸로 휘날리며
1948년 건국 당시 이승만 정부는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수많은 자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유족들을 연좌제로 묶어서 박해한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도 정통성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87년 6월항쟁 이후 급속히 민주주의를 꽃피움으로써 한반도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이 갖게 됐다. 우리의 정통성을 만들어 온 주체는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들 자신이었다. 북측은 항일무장투쟁에 헌신한 김일성이 집권하여 유혈 사태 없이 토지개혁을 이루는 등 자주 독립국가를 이룰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제 정세 오판으로 전쟁을 개시하여 대참화를 불러온 뒤 정통성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 후 1인숭배와 경제 마비가 심해지고, 급기야 수많은 인민들이 굶어죽는 비극을 겪으면서 정통성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앞으로 통일 한반도의 새로운 정통성은 역시 남측의 민중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따라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건국 60년을 맞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핸드볼 경기장에서 거꾸로 된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웃음거리가 되었다. 가볍게 대통령을 조롱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태극기를 거꾸로 휘날리는 그의 모습이 이 시점에서 지극히 의미심장하게 보인다는 건 나만의 편견일까.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송장악을 포기하고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노한 국민들이 쓰나미처럼 일어나 심판하는 날을 맞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성난 물결은 '너 죽고 나 살자, 미안하지 않다'는 더러운 그들의 구호를 단숨에 삼켜버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되살려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