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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증금 우선변제액 기준이 바뀐다. 2001년 9월 이후 7년 동안 잠자고 있던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관보게재와 함께 시행된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세보증금도 덩달아 인상되어, 최우선변제권 범위에서 벗어난 세입자가 100만 가구 이상 증가하였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지수 시계열'에 따르면, 아파트 값은 꼭 잡겠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52.9%가 상승하였고,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34%였다고 한다. 2008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전국 땅값은 3226조원으로 참여정부 5년간 누적 상승률이 무려 105.1%나 됐다고 한다.

 

<낭만아파트>를 쓴 허의도는 "2001년 이후 전세금이 전국적으로 60% 이상 인상"되어, 당초에는 최우선 변제권 범위 안에 있다가 재계약 혹은 이사에 따른 보증금 인상으로 100만 가구 이상이 3000~4000만원 이하 우선변제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한다.

 

말하자면, 전 재산을 전세보증금에 걸고 있는 세입자 중에서 임대주택이 경매될 경우에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 세입자가 지난 7년 동안 100만 가구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곤두박질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도시 건설을 비롯한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과 감세정책을 쏟아내는 2MB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고쳐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한편, 기자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시민중계실(소비자, 법률상담)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한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데, 세입자들 중에는 우선변제권 범위 안에서만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법이 정하고 있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전세보증금 전액을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번 기회에 정확히 한 번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좀 더 쉽게 풀어보는 '우선변제권'

 

그런데, 독자들 중에는 '세입자 보증금 우선변제액 인상'이라는 아침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도 쉽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침 신문은 대부분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임차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중 일부를 법원으로부터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주택임차인의 범위는 지역에 따라 4천만~6천만원으로 상향조정 됐다."(한겨레)

 

이 신문기사를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남의 집에 전세를 들어갈 때, 등기부도 확인 안 하고, 전세권 설정 등기도 안 하고, 심지어 '확정일자인'도 안 받고 그냥 전세 계약을 했다가 세든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중에서 일부는 법으로 보장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지역에 따라 보증금이 4천만원~6천만원인 이들에게 1400만~2천만원까지 보장해주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이란 전세 계약을 하기 전부터 등기부등본상에 집 주인에게 돈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있더라도, 세든 집이 경매가 되면 세입자에게 최우선으로 일정금액 만큼 법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즉, 전세 계약을 전에 '근저당설정'이나 '가압류' 설정된 집이라도 일정금액은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광역시를 예로 살펴보자. 어제(20일)까지는 광역시에서 전세를 사는 세입자 중 보증금이 3500만원 이하면, 1400만원까지는 세든 집이 경매가 되더라도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서 법원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21일)부터는 5천만원 이하 전세보증금을 걸고 세든 세입자는 1700만원까지는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서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법으로 정해진 규정이기 때문에 5천만원보다 단 돈 10원이라도 많으면 안 된다. 또 여러 세입자가 있는 경우, 경매금액의 1/2 범위 안에서만 배당받을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다. 또 오늘 이전에 근저당권과 같은 담보물권이 있는 주택에는 바뀐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과거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전세 등기나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더 중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은 확정일자인을 받아두어도 '우선변제권'에 속하는 보증금만 보호받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일하는 단체에 상담을 요청하는 상당수 세입자들은 확정일자를 받아두어도 4천만원(종전 기준)이 넘는 전세보증금은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전세 계약을 하고 다른 채권자보다 앞서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인을 받아 둔 세입자는 다른 후순위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전세보증금 전액을 보호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세계약을 맺는 세입자들은 '우선변제권 범위'에 해당되든, 해당되지 않든 반드시 '전세 등기'를 하거나 '확정일자인'을 받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약을 맺는 세입자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①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서 근저당설정이나 가압류가 있는지 확인한다.

② 이사하면서 곧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인을 받아 둔다.

③ 집주인이 동의하면 '전세 등기'를 받아두는 것이 더 좋다.

 

주택 시세에 비해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많은 집과는 계약을 안 맺는 게 좋다. 경매에서는 보통 시가 기준 60~80%에 낙찰되기 때문에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시가의 60~80%인 집은 실제로 경매가 이루어지면 세입자 몫이 없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안전하게 전세보증금을 보호 받기 위해서는 근저당이나 가압류와 같은 다른 채권자가 없는 '깨끗한' 집에 세를 들어야 한다.

 

또 이사를 하고 확정일자인을 받아두어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이사+전입신고+확정일자인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근저당, 가압류 등이 없는 집과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인을 받아두면 보증금이 1억이든, 10억이든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오늘부터 바뀌는 우선변제권으로 보호받는 소액임차인은, 세입자로서 보증금을 보호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고 그냥 전입신고만 하고 살고 있는 세입자라도 가능한 것이다.

 

한편, 정부는 5년 계약갱신 청구권이 주어지는 상가임차인 보증금 기준을 서울 2억 6천만원, 수도권 과밀억제권 2억 1천만원, 고아역시 1억 6천만원, 그외 지역은 1억 5천만원으로 높였으며, 임대료 인상률 한도는 현행 12%에서 9%로 낮추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잘 몰라 확정일자인 받지 않는 세입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전입신고 때, 세입자인지 물어 보고 만약 세입자라면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서 전입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도록 시 조례를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행자부가 자치입법권 범위를 넘어섰다며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결국 무효가 되고 말았습니다.


태그:#우선변제권, #소액보증금, #임대차보호법, #세입자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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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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