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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이보다 더 화끈할 수 없는 부동산 부자 정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8·21 부동산 대책에서 건설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투기의 군불을 땐 데 이어, 9·1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화끈한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루고,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쉴 새 없이 부를 빨아들이는 '부동산 계급사회' 대한민국에서, 건설재벌의 원조 격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부터 예상된 일이긴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쏟아내는 부동산 정책은 예상을 몇 곱절 뛰어넘고 있으며, 이러다가 대한민국을 '부동산 대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무모함조차 느껴진다.

14억 불로소득에 양도세는 달랑 3200만원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확실하게 깎아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정부가 발표한 9.1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확실하게 깎아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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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 부자의 세금을 화끈하게 깎아주는 내용으로 꽉 차 있다.

먼저 부동산 부자들이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화끈하게 깎아줬다.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기존 '20년 보유시 최대 80%'에서 '10년 보유시 최대 80%'로 바꾼 것은 9억 이상 초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불로소득을 안겨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년 전에 6억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20억원에 팔 경우, 현재는 1억76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만 지금부터는 3200만원만 내게 되므로 무려 1억4400만 원을 깎아주게 된다고 한다. 결국 이 아파트에서 발생한 14억의 불로소득 중 97.7%인 13억6800만원은 고스란히 20억대 아파트 소유자가 차지하게 된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상한선을 6억에서 9억으로 높인 것은 6억에서 9억원 사이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의 양도소득세를 아예 100% 면제해준 것이다. 여기에 9∼33%이던 양도소득세율을 6∼33%로 낮춘 것도 부동산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더 많이 보장해준 것이다.

실수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요건에 취학과 장기요양을 추가한 것과, 지방 소재 2주택자에 대한 저가주택 기준을 1억에서 3억으로 높인 것도 집을 두 채 이상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부유층들의 불로소득을 확대해준 것이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화끈하게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정부 발표를 보면 2008년1월1일 현재 전체 주택 중 95.7%인 1298만 채는 매매가격이 6억을 밑돌고, 4.3%인 58만 채는 6억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1.5%인 21만호는 9억이 넘는다고 한다. 또 작년 기준으로 6억이 넘는 주택 소유자가 29만 가구이고 이 중 11만 가구는 9억이 넘는다고 한다. 국토해양부 발표 2007년 말 기준 가구수가 1276만 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6억 이상 가구는 2.3%이고 9억 이상 가구는 0.9%인 셈이다.

결국 가구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1∼2%를 차지하는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의 결과로 거머쥐는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를 포기함으로써 맘껏 투기의 꿀맛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값이 6억이 채 안 되는 98% 국민은 양도소득세제 개편으로 어떤 혜택을 입게 될까. 혜택은 없고 오히려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1가구1주택 비과세 보유 및 거주 요건이 '3년 보유 및 2년 거주'에서 '3년 보유 및 3년 거주'로 더 까다로워져서 자칫 이 요건에 미달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낼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2%에 혜택, 나머지는 세금 더 낸다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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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부동산 부자들이 내는 종합부동산세도 깎아줬다.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인 80% 수준으로 묶고, 세부담 상한선을 300%에서 150%로 낮춘 것은 부자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세금은 더 걷지 않음으로써 불로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1년 만에 8억에서 10억으로 2억(25%)이 오른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종부세를 대략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3분의 1 정도(29.3%) 깎아준다고 한다. 또 공시가격 20억짜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47평자리 아파트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26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물론 정부는 다음달 초에 부유층의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줄 더 화끈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예상되기로는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소유자면 모두 내던 종합부동산세를 9억원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6억∼9억 사이 소유자에 대한 세금을 아예 면제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면 누가 혜택을 볼까. 작년에 주택분 종부세를 낸 개인은 38만1천명으로 주민등록상 전국 가구주 1777만명(2005.8기준)의 2.1% 수준이라고 하니, 혜택은 이들만 보게 된다. 나머지 부동산 재산이 없거나 적어 종부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98% 국민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

또한 상속세를 깎아줌으로써 부동산 부자들이 부의 대물림을 쉽게 해줬다. 국세청에 따르면 1987년에서 2006년까지 최근 30년 동안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 가운데 75%가  부동산이었다. 따라서 현행 10∼50%인 상속․증여세율을 6∼33%로 깎아줄 경우 부동산 재산을 물려줄 능력이 있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1주택 상속세 공제제도를 신설해 주택가격의 40%를 공제해주기로 한 것도 부동산의 대물림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 발표를 보면 현재 15억짜리 집을 자식한테 물려줄 경우 9000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집부자들의 세금도 깎아줬다. '취학·장기요양 목적'으로 집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에게 양도세 중과세를 배제한 것, 지방 소재 2주택자에 대한 저가주택 기준을 1억에서 3억으로 높인 것과 함께, 지방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대상에서 제외되는 매입임대주택 주택 요건을 5채에서 2채로 줄여준 것은,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정부가 판 깔아준 부동산 투기시장

9·1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빈부격차를 더 크게 벌릴 것이다. 우리 사회 빈부격차의 핵심은 가계 자산의 89%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격차이다. 부동산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늘려주면 부동산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부동산 서민은 더 가난하게 돼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또 상속세를 깎아줌으로써 빈부격차가 대물림되는 일도 더 확산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더 고달파진다. 버는 사람이 있으면 꼭 그만큼 손해보는 사람이 있는 게 부동산 불로소득이기에, 부동산 투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도 좀먹는 성격이 있다. 9.1 세제개편으로 부자들이 거머쥐게 되는 불로소득만큼 부동산 먹이사슬을 통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게 될 것이다.

또한 강남 대 비강남,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지역격차를 더 확대할 것이다. 9·1 세제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지역은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시 강남권이다. 8·21 재건축 규제 완화와 10월초로 예정된 종합부동산세 개편 역시 강남권이 최대 수혜지역이다.

투기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정부가 거대한 투기판을 벌여놓고 투기만은 잡겠다는 것은,  '길바닥에 돈을 뿌려놓고 돈 줍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과 같다. 불로소득 환수 사각지대로 떠오른 6억에서 9억 사이 고가주택은 물론이고,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는 9억 이상 초고가주택에 대한 투기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하물며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행위도 세금을 깎아주며 장려하는 격이니 투기가 꺾인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10월초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발표뿐 아니라, 부동산 부자에게 더 큰 특혜를 주고 경기부양을 위해 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이 더 많이 더 강력히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고, 어느 순간 일본에서 벌어졌고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대파국'의 순간이 대한민국을 뒤덮을 위험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손낙구 기자는 민주노총 대변인과 지난 17대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최근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사회를 분석한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 펴냄)라는 책을 내놓았다.



태그:#부동산, #감세, #세제개편, #9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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