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 젊은 기자들이 신임 KBS 이병순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동에 나섰다.

 

KBS 입사 9년차 이하로 알려진 KBS 젊은 기자 170명은 3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순 신임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취재·제작의 자율성 인정 ▲유재천 이사장 사퇴와 이사회 해체 ▲KBS 노조 지도부의 조합원 비상 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결의문에 서명한 170명 기자들을 대신해 기자회견장에 참여한 KBS 젊은 기자 30여 명은 "쟁취! 방송독립" "관제사장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고 "MB정권 언론장악, 온몸으로 거부한다" "관제사장 웬 말이냐,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외쳤다.

 

사회를 맡은 심인보 기자는 젊은 기자들이 이처럼 나선 데 대해 "특정 정치적 견해나 특정 정당 지지로 모인 게 아니다, 뭔가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모였다는 절박함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방송의 날,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 일동(170명)'은 170명 기자 이름이 빼곡히 적힌 "KBS 사태를 바라보는 젊은 기자들의 결의'를 발표했다. 이재석·유재향 기자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KBS 젊은 기자들은 "이병순 선배는, 18년 만에 KBS에 경찰력을 동원해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며 폭거를 자행한 KBS 이사회가 사장으로 선출한 인물"이라며, "이병순 선배는 지난 한 달간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이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 그 한가운데 자신이 있다는 것에 대해 KBS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또 기자들은 "취재·제작의 자율성은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다"며, 이병순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제작진과 출연진의 자율적 내부 규제'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일부 프로그램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사장 발언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할 보도본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게다가 KBS를 헐뜯기 위해 수구언론이 집요하게 해온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사회와 노조도 비판했다.

 

유재천 이사장을 가리켜 "청와대의 의중을 받들어 어용 이사들을 데리고 서울 시내를 전전하며 새 사장 임명 제청 절차를 진행하느라 고생했다"며 "유재천 이사장은 사퇴하고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또 "노동조합 지도부는 85% 이상 조합원들이 찬성한 '낙하산 사장 반대 총파업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KBS가 창피하지 않은 기자 되고 싶다"

 

결의문 낭독에 이어 KBS 젊은 기자들은 자유 발언으로 현 상황에 대한 분노를 토로하고 투쟁 의지를 털어놨다.

 

KBS 이재석 기자는 "(올림픽 취재하러) 베이징에 갔는데 개막식 폭죽이 터지던 날, KBS엔 경찰이 들어왔다"며 "우울한 출장"이란 말로 정연주 전 사장 해임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이재석 기자는 "조카가 '삼촌 중국 가있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사장 내쫓고 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사장으로 세웠지?' 그러더라"며, "초등학교 3학년도 정권 방송 장악 음모를 꿰뚫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자조적인 패배주의가 흐르고 있어서 '게임이 끝나지 않았냐' 하지만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오늘 우리 170명 기자들의 다짐과 결의는 앞으로 투쟁에 있어 밑거름이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신봉승 기자도  "(촛불집회 때) 아침부터 취재하는데 사람들이 (KBS와) 인터뷰도 안 하고 취재도 안 된다, 인터뷰 5분 따려면 30분 설득해야 딸 수 있었고 겨우 설득하면서 취재했다"며, "우리가 말로만 '국민의 방송'이라 말하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를 어찌 보겠냐"고 말했다.

 

또 신봉승 기자는 "우리 방에 아주 오래된 헬멧이 있는데, 선배들이 그걸 보여주며 '예전엔 시위 취재 때 시위대 짱돌을 피하며 취재했다'고 말하는데, 또 다시 군중들이 던지는 따가운 시선 생각하니 그게 더 겁난다"며, "KBS 카메라 들고 KBS 명함 들고 나가 일하면서 창피하지 않은 KBS 기자가 되고 싶어 이 자리 나왔다"고 고백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아침에 비행기 탔다는 울산총국 김연주 기자는 "오래 전엔 언론 고시생 사이에 정권 혜택 받으며 일해온 KBS 기자에 대한 조소가 많았지만,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며, "친구들한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여기 오게 됐고, 조금 힘들더라도 적어도 자존심 지켜낼 투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젊은 기자들은 오후에 거리에 나가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 명의로 만든 선전물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태그:#KB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