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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싯잎 송편의 원조는 전남 영광으로 알려져 있다. 초록빛의 모싯잎 송편은 큼지막해 머슴송편이라 부르기도 한다.
▲ 모싯잎 송편 만들기 모싯잎 송편의 원조는 전남 영광으로 알려져 있다. 초록빛의 모싯잎 송편은 큼지막해 머슴송편이라 부르기도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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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졌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가위는 옛 신라시대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가위에 단골로 등장하는 게 송편이다. 해마다 추석이면 각 지방마다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갖가지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강원도에는 감자송편과 도토리송편, 경상도에 거창송편과 송편꿀떡, 황해도에 큰송편, 충청도에 호박송편, 전라도에는 꽃송편과 모싯잎 송편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마음을 담은 송편에다 가족친지의 건강과 마을의 염원을 담아 기원했다고 한다. 

모싯잎 송편은 커다랗게 빚어낸다. 보통 송편은 먹기 좋게 한입크기이지만 모싯잎 송편은 그 크기가 일반 송편의 두 배나 된다. 모싯잎은 식이섬유와 회분, 단백질, 칼슘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좋은 섬유작물로 최근에 인기다. 모싯잎 송편의 원조는 전남 영광으로 알려져 있다. 초록빛의 모싯잎 송편은 큼지막해 머슴송편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음 담은 떡 만들어 건강한 노후생활

떡살 건져내고, 인절미 썰고, 송편 빚고 , 바쁜 떡집
▲ 떡집풍경 떡살 건져내고, 인절미 썰고, 송편 빚고 , 바쁜 떡집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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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찾아간 천생연분 떡방은 분주했다. 어르신들은 떡을 만들고, 포장하고, 배달을 위해 차에 싣고, 각자 맡은 바 임무에 바삐 움직인다. 떡을 치대는 모터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재촉하는 듯하다.

추석 명절 분위기가 한껏 느껴진다. 천생연분 떡방은 여수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어르신들의 일터다. 여수에는 10개의 사업단이 있다. 그중 떡방이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손우정(37, 여수 시니어클럽)씨는 말한다. 여수 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하여 스스로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자리다. 

천생연분 떡방에는 할머니 8분이 참여한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올해로 4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이영자(67) 할머니는 초창기부터 참여했다. 제일 고참이다. 다른 분들이 반장이라 부르며 잘 따른다. 송편 잘 만드는 방법 하나 알려달라고 하자 자신보다 나은 전문가가 있다며 사양했다.

"쩌기 진짜가 있어. 떡 만들기 30년 된 동생이 있어."

먹음직스런 모싯잎 송편은 큼지막하다. 소가 가득하다. 한 개만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다. 기계송편도 있다. 반죽과 소가 들어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 솥에 쪄내면 송편 완성이다. 기계송편이냐 수제송편이냐는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달라진다.

"예년에 비해 주문량이 다소 줄었지만 엄청 바빠요."

모싯잎 송편, 인절미, 시루떡, 쑥떡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1kg에 5천원 남짓.

송편 만들기... 주문자 맘대로

반죽과 소가 들어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 솥에 쪄내면 송편 완성이다.
▲ 기계송편 반죽과 소가 들어가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 솥에 쪄내면 송편 완성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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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대여섯 명이 삥 둘러앉아 모싯잎 송편을 빚고 있다. 옛날 시골에서의 추석명절 분위기가 묻어난다.
▲ 수제송편 할머니 대여섯 명이 삥 둘러앉아 모싯잎 송편을 빚고 있다. 옛날 시골에서의 추석명절 분위기가 묻어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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쪄낸 송편에 구수한 참기름과 콩기름을 바른다.
▲ 송편 쪄낸 송편에 구수한 참기름과 콩기름을 바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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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대여섯 명이 삥 둘러앉아 모싯잎 송편을 빚고 있다. 옛날 시골에서의 추석명절 분위기가 묻어난다. 모싯잎 송편은 반죽을 손으로 동글동글 굴려서 왼손에 쥐고 홈을 만들어 녹두소를 넣어 빚는다.

할머니들의 송편 빚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김순자(67) 어르신은 송편을 빚을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1년 경력의 김 할머니는 모싯잎 송편에 들어가는 소는 주문자에 따라 내용물이 달라진다고 한다.

"옛날 집에서 쪼끔씩 해먹기는 했어도 이렇게 많이 만들기는 처음이에요. 모싯잎 송편에 고물은 녹두도 들어가고, 깨도 들어가고, 동부콩도 들어가고 해달란 대로 해줘. 다 다르게 맞춰줘."

떡 기술자라는 30년 경력의 할머니가 이곳에 있었다. 엄지와 검지를 두세 번 움직이자 송편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송편 잘 빚는 비법하나 알려주세요."
"비율인디 손이 익어야 돼. 엄지와 검지만 가지고 만들어. 손의 빠르기야, 초보자들은 반죽을 몇 번 돌려줘야 돼. 그래야 모양이 제대로 만들어져."

할머니 두 분이 인절미를 썰고 있다. 한분이 칼로 자르면 한분은 콩고물을 묻히고 호흡이 척척 맞는다. 아이들이 먹는다며 주문자가 잘게 썰어 달랬다고 한다. 갓 만들어낸 인절미가 하도 맛있게 보여 두 개를 덥석 집어먹었더니 목이 멘다. 우리 속담에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더니 그 짝이다. 이거 몰래 훔쳐 먹다가는 큰일 나겠다.

할머니 두 분이 인절미를 썰고 있다. 한분이 칼로 자르면 한분은 콩고물을 묻히고 호흡이 척척 맞는다.
▲ 인절미 할머니 두 분이 인절미를 썰고 있다. 한분이 칼로 자르면 한분은 콩고물을 묻히고 호흡이 척척 맞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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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들어낸 인절미가 가득하다.
▲ 인절미 갓 만들어낸 인절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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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손맛 알려져 밀려드는 떡 주문

추석 떡 주문으로 떡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참기름 짜는 어르신 4명까지 참여했다. 천생연분 떡방의 월 매출은 700~800만원, 어르신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40여만 원. 새벽 4시에 시작한 떡방은 오전 10시까지 하루 6시간 일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밥도 해먹고, 공동생활을 한 후로 어르신들의 생활은 많은 변화가 왔다.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스스로 돈도 벌고, 손자들 용돈도 줄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한다.

"일이 재미있어. 여럿이 하니까 즐거워."

천생연분 떡방은 수제 떡 손맛이 알려져 주문이 밀려든다. 떡 하나하나에 어르신들의 경험과 마음, 노하우가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구수한 참기름과 콩기름을 바른 모싯잎 송편의 구수함처럼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도 구수함이 물씬물씬 피어오른다.


여수 시니어클럽의 손우정씨가 주문 떡 배달을 위해 떡을 차에 싣고 있다.
▲ 떡 배달 여수 시니어클럽의 손우정씨가 주문 떡 배달을 위해 떡을 차에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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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여수 시니어클럽은 어신들이 스스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다양한 지원을 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기관입니다. 천생연분 떡방은 여수 시니어클럽의 고유사업입니다.

- 전화 : 061)692-4555~7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석, #천생연분 떡방, #시니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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