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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이 서늘해지자 생활자체에 자투리가 많아진다. 때문에 책에 손이 자주 간다. 하여 괜히 날씨 탓하며 밀쳐 두었던 책들을 꺼냈다. 더러 손때가 묻어 두툼해진 책도 있었지만, 사왔던 그대로 펼쳐보지 않는 책이 숱하다. 그 중 하나가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듯이 그 자리에서 단박에 읽었다. 느낌이 유달랐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은 어떤 책일까?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재미로 읽을 수 있는 '환상동화'다. 환상동화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넘나들며 모험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개구리'로 변하는 프란스 선생님과 '황새'로 변하는 클라퍼 선생님, '나비'로 변하는 수잔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비밀을 지키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좌충우돌로 펼쳐진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은 어떤 책일까?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본문 중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본문 중
ⓒ 푸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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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선생님 프란스는 5학년 a반 담임으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참 좋은 선생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머릿속에서 개구리 생각만 하면 금세 '개구리'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란스 선생님은 이 비밀을 5학년 a반 아이들에게만 얘기한다.

"얘들아, 선생님에겐 비밀이 하나 있단다. 그 비밀은 꼭 지켜줘야 한다. 사실 난 머릿속에 개구리 생각을 많이 하면 얼굴이 파래지고, 물갈퀴가 생기고,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로 변한단다. 그리고 내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파리를 먹어야 해"라고.

순간, 아이들의 두 입술은 사이가 나쁜 친구들이 서로 편을 가르듯 좍 벌어진다. 그런데 가끔 개구리가 된다는 프란스 선생님은 놀라서 입이 벌어진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과연 선생님 말씀은 정말일까. 짝사랑에 가슴 아픈 지타, 늘 빈정거리기만 하는 데니스, 빨간 머리 겁쟁이 보우터가 '개구리 선생님 보호 작전'을 벌인다. 이 소동으로 집게 초등학교는 왈칵 뒤집어진다.       

선생님의 비밀.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이 개구리로 변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충격'이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비밀을 지켜준다. 서로 힘을 합쳐 좌충우돌 '개구리 선생님 보호 작전'을 펼친다. 거기다가 황새로 변하는 교장 선생님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갈등과 위기의 순간으로 치닫는다. 황새가 개구리로 변한 선생님을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과 선생님은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잘 극복하게 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궁금증을 자아내며 마지막까지 반전을 숨겨놓고 있다.

개구리로 변하는 선생님, 참 재미있는 설정

프란스 선생님 개구리로 변하고, 클라퍼 교장 선생님이 황새로 변하고, 수잔 선생님이 나비로 변한다. 뿐만 아니다. 클라퍼 선생님은 프란스 선생님을 미워한다. 그래서 클라퍼 선생님은 황새로 변해서 개구리로 변한 프란스 선생님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황새 클라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붙잡혀 영영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푸른 동물보호소로 보내진다.

이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은 프란스 선생님이 개구리로 변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유전적인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선생님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또한 교장 선생님이 황새였고, 프란스 선생님이 좋아하는 수잔 선생님이 나비로 변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책 속의 지타와 보우터, 데니스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개구리 선생님을 지켜내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까?   

그런데 착한 것 바른 일만 일깨우려는 선생님이 어느 순간 개구리로 변한다는 것은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더구나 끊임없이 프란스 선생님을 괴롭히는 클라퍼 교장 선생님이 하필이면 황새로 변해서 어딜 가나 원수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들과 담임을 괴롭히는 황새를 몰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결국 특이한 황새는 동물협회에 보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새에게 개구리를 먹이로 주면 안 된다'는 금기사항이 적힌 쪽지와 함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조그만 개구리로 변하는 선생님을 보호할 수 있고,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는 뒤바뀐 위치 때문에 더욱더 아이들을 의기양양함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개구리로 변한 담임선생님을 변신시키기 위해 파리 잡는 것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상상하면 너무 재밌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 하나하나에도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과 익살이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판타지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재미'에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과 악의 대결이 있고, 반드시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반드시 승리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환상세계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이 바로 그런 지평을 열고 있는 환상동화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었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만약, 오늘 하루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하고 싶은가? 사슴? 토끼? 사자? 호랑이? 그렇잖으면 여자로? 남자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종국 기자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현재 창녕부곡초등학교에서 6학년 아이들과 더불어 지내고 있으며,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에 알토란 같은 세상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구리 선생님의 비밀

파울 판 론 지음, 현미정 옮김, 푸른나무(2000)


태그:#개구리, #동화, #환타지동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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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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