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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도 기업과 비슷한데 지금의 편안한 상태를 끝까지 고수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구책을 노력해야 한다. 한국영화가 거품이 빠진 뒤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종교방송 등도 거품이 빠진 뒤 지원해야 한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시스템은 전두환 정권이 도입한 군사독재의 산물로 '다공영 1민영'이라는 기형적 방송구조를 낳았다.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역할이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지난 17일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의 결산 보고 현장. 그곳에서 유인촌 장관과 정병국 의원은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 체제에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사)을 도입하는 것을 두고 '언론사 거품 제거', '군사독재 산물 제거'로 규정했다. 안 그래도 민영미디어렙 도입 소식에 뿔나 있던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관계자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발언이었다.

 

22일 오후 4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 전국언론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코바코 해체 반대 민영 미디어렙 반대' 집회에 모인 지역방송·종교방송 현업 언론인 300여 명은 그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민영미디어렙 반대', '코바코 해체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한나라당 해체, 코바코 사수"를 외쳤다. 집회가 끝난 뒤 박희태 당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민영미디어렙 도입 반대에 대한 결의를 밝힌 결의문이 전달되지 못하자, 결의문을 구겨 전경버스 너머 한나라당 당사를 향해 집어던지기도 했다.

 

"우리는 뺄 거품도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대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반대입장은 확고했다.

 

19개 지역 MBC와 9개 지역민방, CBS·불교방송·평화방송·원음방송·극동방송 등 5개 종교방송 직원들과 노조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이들은 "정부가 공적 자원 배분 역할을 해 온 코바코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방송을 상업적 무한경쟁 속으로 내모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을 말살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코바코의 핵심기능인 공익적 연계판매는 시장논리를 들이댈 수 없는 사안으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취약매체에 대한 공공성의 근간이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의 공익적 역할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혼탁한 경쟁에 밀어 넣어 공익적 기능 대신 상업적 선정주의에 몰두라하고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망언'을 한 유 장관과 정 의원에 대한 규탄 발언도 잇달아 이어졌다.

 

나이영 CBS 노조 위원장은 "유 장관이 한국영화가 거품이 빠진 뒤 발전했다고 하는데, 일반종교방송은 영화 1편 제작비로 1년을 먹고산다"며 "우리는 뺄 거품도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고 반박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방송과 언론기관을 전두환 독재체제에 안주한 집단이라며 욕보이고 능멸했다"며 "이 쓸개 빠진 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면 싸워주겠다"고 선언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정 의원이)코바코를 5공 잔재로 몰아붙였는데 88고속도로도 5공 잔재니깐 파 뒤집어야 하고, 경제불황과 이명박 정부의 헛발로 괴로운 국민에게 단비가 되어준 프로야구도 5공 잔재니깐 폐지해야 하냐"며 "오히려 5공 잔재의 본질은 당신들 한나라당"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 공공성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코바코를 해체하려는 것은 방송을 시장논리로 내몰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코바코가 흔들리면 여론의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민영미디어렙 도입, 선진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언론장악 정책"

 

현업 언론인들의 투쟁 의지도 드높았다. 특히 방송광고 시장 선진화·콘텐츠 개발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데 대한 불신도 컸다.

 

박원식 종교방송협의회 간사(불교방송 경영기획실장)도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시청률 경쟁 때문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설 자리가 없다"며 "종래엔 TV나 라디오에서 공익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박 간사는 "시장경제논리로 인해 방송이 망가지고, 광고비가 상승돼 그 부담이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우리의 미래가 망쳐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제 MBC 노조 위원장은 "항상 정부는 '언론장악·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규제철폐·선진기법도입이라고 선전한다"며 "하지만 본질은 지역·종교방송의 밥그릇을 빼앗아 재벌과 조중동 족벌언론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그들이 신봉하던 미국마저 7천억달러의 구제기금을 투입해 민간기업을 공기업화 하고 있다"며 "코바코를 해체하고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 방송광고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지금의 세계 각국이 경기불황에 취하고 있는 방법과도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심석태 SBS 노조위원장도 "이미 '취재환경선진화' '물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선진화'라는 단어가 '정부의 입맛대로 바꾸는 것'이란 뜻임을 알았다"며 "이 정부는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중앙과 지역간의 분열, 신문과 방송 간의 분열, 조중동과 비조중동 간의 분열을 만들어놓고 싸우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된다면 MBC 서울지부나 SBS가 약간의 이익을 볼 것이나, 지역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위해 서울의 노동자들은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태그:#민영미디어렙, #한국방송광고공사,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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