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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던 부동산 세제가 급속히 해체되고 있다. 이 해체작업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폭이 크다.

 

이미 올해 재산세는 동결됐고,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크게 깎아준다. 게다가 상속·증여세까지 대폭 삭감해주기로 한 상태다. 일부 부동산 부자들에게 매겨졌던 종합부동산세까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명분은 '경제살리기'와 '시장의 복원'이다. 하지만 경기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고, 시장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수의 서민·중산층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각종 세제 완화가 다수 서민들에겐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거나,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 부자들에겐 직접적이고 혜택도 크다.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실세 상당수도 세금감면 혜택을 입게 된다.

 

또 이같은 부동산 세제 해체로 하향 안정국면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경기침체 여파로 당장 시장이 들썩일 조짐은 없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기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부동산 투기가 불 붙는다면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걷잡을수 없이 번질 것이고,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과 중산층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정권'에 대한 국민 불신과 민심 이반만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어떻게]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종부세

 

23일 정부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한 마디로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일단 과세 대상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는 기준시가 6억원 이상 주택에 세금이 부과되지만, 내년부터는 9억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은 37만9000세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도 채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기준시가로 9억원 아래 주택을 가지고 있는 가구수가 22만3000세대다.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58.8%다. 이들이 제외되면, 종부세 대상은 15만6000세대로 줄어든다. 전체 가구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대상 뿐 아니다. 세금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종부세 과표는 구간별로 1~3% 세율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절반 이하인 0.5~1%로 줄인다. 또 60세 이상인 사람이 집 한채를 가지고 있다면 추가로 10~30%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정부는 이미 지난달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관련 내용을 일부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했고, 보유세 세부담 상한선도 현재 300%에서 150%로 깎았다. 종부세에 부과되는 농업특별세도 없앴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종부세 세율까지 절반으로 낮추면 (종부세는) 있으나마나한 제도"라며 "정부가 사실상 (종부세를) 없애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강남 부자와 강만수 장관 등 현 정부 실세 집중 혜택

 

정부의 개편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누가 큰 혜택을 받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당수가 서울 강남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종부세 대상자의 93.8%가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거주자다. 이 가운데 서울 강남과 서초구는 주민의 25%가 종부세 납부 대상이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종부세 개편안의 큰 수혜 계층은 현 정부 실세들이다.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지난 4월에 공개한 재산 내용을 보면, 현 정부 들어 임용돼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 105명 가운데 75명이 버블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이들 지역에 가장 재산이 많은 공직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75억1300만원)을 비롯해, 이영희 노동부장관(29억800만원), 김경한 법무부장관(24억6200만원),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21억2900만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21억4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이외 곽승준 전 청와대 경제수석(72억1300만원)을 비롯해,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25억8500만원), 김인종 대통령실 경호처장(25억7500만원)도 이름이 올라있다.

 

따라서 정부 안대로 종부세가 바뀌게 될 경우 이들이 그동안 냈던 종부세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세들이 서울 강남 등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안 대로 종부세가 완화되고 각종 부동산세제가 개편되면 이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장] 종부세 완화는 강부자 정책의 완결판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부동산관련 세제 완화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당장 부동산 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국내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질 소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당장 집을 사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중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개발공약과 함께 부동산 세제까지 풀리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의 결과가 참여정부 때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봐야한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그대로 입법화되면 또다시 부동산 불패신화를 확인시켜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인 손낙구씨는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이명박 정부가 강남 부동산 부자들에게 던져주는 선물의 완결판"이라며 "'경제살리기'라는 핑계로 내놓은 각종 정책들은 또 다시 부동산 투기 광풍을 불러올 것이고, 혜택은 부유층에게,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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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부세, #부동산투기, #강부자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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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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