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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완화는 원래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것이었으니 당연히 이뤄져야죠."

"작년에 종부세로 165만원을 냈어요. 집이 비싸진 게 우리 탓이 아닌데 세금을 내라니 사람들이 싫어하죠."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C 아파트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완화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종부세 때문에 부담이 컸다"는 이야기부터 "이제 부동산 시장이 풀리지 않겠냐"는 기대감까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종부세 완화의 최대 혜택자다웠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종부세 완화안은 그야말로 강남을 위한 것이었다. 정부는 종부세 대상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 부담 상한선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전체 28만6354가구 중 절반이 넘는 18만3159가구가 그 수혜를 입게 됐다. 이 중 서울 13만3484가구 중 강남구(3만1556가구), 서초구(2만6391가구), 송파구(2만4716가구)에서만 총 8만2663가구가 제외된다.

 

이명박 정부는 든든한 우군들에게 확실한 '보답'을 했다.

 

강남 주민들 "이제 다른 규제만 완화하면 돼"

 

정부는 이번 종부세 완화를 통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진작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당장 거래를 생각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 종부세 완화안 이후에 이어질 규제 완화까지 기다리는 눈치였다.

 

도곡동 S 아파트 115㎡(34평)에 사는 이아무개(45)씨는 이번 종부세 완화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이씨는 "종부세를 더 이상 내지 않아도 되니 강남에 산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며 "부담이 덜어진 만큼 시장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C 아파트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김아무개(50)씨도 "종부세 완화는 주민들 모두가 예상하고 있던 바"라며 "떨어진 집값이 다시 원상복귀하려면 후속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102㎡(31평)의 거래가는 9억원. 그러나 그는 가격이 더 올라가길 바라고 있었다. 김씨는 "2년 전만 해도 10억원이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아직은 집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았던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거론했다.

 

"지난 8월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조금 풀어서 아파트 주민들의 기대감이 많이 높아진 상태다. 재건축조합이 설립됐는데 용적률이 풀려주면 재건축 이후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다. 저쪽 동네(도곡동)는 앉아서 10억원 이상 돈벼락 맞은 사람도 있는데 여기 사람들이라고 욕심은 없겠냐."

 

종부세 완화에도 잠잠한 강남 부동산 시장

 

강남 주민들의 이런 관망 자세는 강남 지역의 부동산 업계에 그대로 드러났다.

 

23일 오전 찾았던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10여개의 중개업소들이 줄지어 모인 곳에서 손님이 있는 곳이 1~2군데에 그칠 정도였다. 사무실 밖 유리창에는 급매로 나온 아파트 몇 개만이 나와 있었다.

 

서초구 H 아파트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오찬식(45)씨는 "그나마 있던 매물들이 다시 거둬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9·1 세제개편안에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돼 종부세 완화까지 생각한 이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송파구 신천동 J 아파트 인근의 ㅈ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이미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분은 시장에 다 반영됐다"며 "종부세가 완화된다고 어제 뉴스에 나왔지만 그것과 관련해 오늘 들어온 문의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ㅇ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종부세 완화안에도 시장에 관망세가 주도하고 있는 이유를 '시장의 불안'으로 꼽았다. 현재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이 모기지론에서 비롯된 만큼 한국의 투자자들도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투자자들은 자기 자본금에다 대출금을 보태 아파트를 산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도 올랐고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지금 인근 아파트 가격대에 비해 안고 가야 할 부담이 높은 것이다. 이래서는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다."

 

"규제완화 계속되면 차기정부 때까지 부동산 거품 안고 가야할지도 몰라"

 

한편,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지금의 관망세가 재건축 규제·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등이 풀리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치동의 ㅅ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개발이익환수제도 등이 너무나 확고히 박혀 있어 강남 재건축 예정지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정부가 밝힌 것과 같이) 용적률, 건폐율 등의 재건축 규제가 완화돼 투자이익을 보장해 준다면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정부가 거듭 재건축 규제완화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어 매도자나 매수자가 그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도곡 ㄹ 공인중개사 김범철(40)씨도 "지난 2002년 분양 당시 8억원이었던 아파트가 4년 뒤에 3배로 뛰어올랐다"며 "개포동을 시작으로 이 곳 은마·청실 아파트 등지에서 재건축이 시작되면 강남 부동산 시장에 소용돌이가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여정부 때 집값 상승 억제책 중 하나였던 종부세의 완화가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발호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케 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환경정의의 박용신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노무현 정부 때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야 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것은 김대중 정부 때 부동산 규제를 너무 많이 풀어버린 결과"라며 "이에 대한 생각 없이 이명박 정부가 지금과 같이 규제 완화책을 계속 쓴다면 차기 정부 때까지 우리 국민이 부동산 거품을 안고 가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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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합부동산세, #종부세 완화,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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