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세수 부족분을 재산세에서 확충하겠다." (23일 오전 10시)

"재산세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을 것이다." (23일 오후 3시 30분)

 

지난 23일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말은 오락가락했다. 이날 오전 종부세 개편방안 브리핑 땐 재산세율 인상을 강조했다. 이후 재산세 인상 논란이 불거지자 긴급 설명회를 열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이에 행정안전부·한나라당도 기획재정부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정부·여당이 '종부세 완화→재산세 상승' 논란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게다가 그동안 전액 낙후지역의 사회복지 재원 등으로 사용돼 오던 종부세가 사라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종부세가 줄더라도 재산세 인상은 없다"는 정부·여당의 말을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말바꾸기... "재산세율 인상" → "당장 인상 없다"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윤영선 세제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없애고, 세수 부족분을 재산세에서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새로 도입되는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공정시장가액이란 급격한 부동산 가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탄력적(± 20%)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이를 종부세에 적용하면 과표적용률이 동결되거나 낮아지지만, 재산세에 적용하면 세 부담이 높아진다. 

 

현 주택 재산세의 과표적용률은 세 부담 경감을 위해 여야가 올해 공시가격의 50%(현재 5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이 도입될 경우, 공시가격의 80% 내외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여 재산세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민 2%가 내는 종부세는 깎아주고, 대다수 국민이 부담하는 재산세는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윤 실장은 오후 긴급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장 재산세 인상 계획은 없고, 종부세 폐지 시점에 연구 용역 등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 오전 브리핑 때는 재산세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된 듯 '재산세율 인상'을 언급했지만, 오후엔 "협의가 되지 않았다, 행안부가 재산세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행안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이날 저녁 "재산세율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재은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윤 세제실장의 발언은 행안부에 재산세를 인상하고 싶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압력성 월권발언을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세에 또 감세... 세수 부족분 메울 방법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우리나라 재산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낮다"며 "근본적으로 종부세하고 재산세를 통합해서 적정한 수준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산세 인상 논란과 관련, "지금 현재 내고 있는 세금보다 더 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공정시장가액 도입으로 과표가 올라간다고 해도 세율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종부세 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올해는 세금 10조원이 더 걷힐 것"이라며 "세원이 넓어지면, 세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일 '2008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앞으로 5년간 26조 4000억원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세수 부족의 우려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조세부담률을 연차적으로 하향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합부동산세로 거둬 지방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금액은 2008년 예산 기준으로 3조 1000억원. 낙후된 지역의 사회복지·지역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종합부동산세교부세가 사라질 경우, 지역 주민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영선 세제실장은 종부세 완화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든 것과 관련, "기본적으로 과거에 있던 제도(종부세)가 정당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고친 것"이라며 "불합리한 제도 하에 지급 받았던 재원 배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재산세율 인상 없이 별도의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마련하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전반적인 감세 정책 속에서 종부세교부세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세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은 교수는 "정부·여당에서는 대규모 감세한다면서 세수 부족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전혀 없다"며 "만약 예산을 줄여 이를 해결하겠다면 사회복지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국민 혜택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경제 위기까지 온 마당에 서민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해 세출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재산세로 전가된다는 의구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종부세, #종합부동산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