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으로 숲해설가 정미경님께서 펴낸 책 <비밀의 숲을 열며>를 작년 11월에 받은 적이 있습니다. 친히 책에 자필 서명도 해주시고 서평을 부탁하셨는데,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 제대로 된 서평을 못하고 숙제로만 남아있습니다. 2008년도가 가기전에는 밀려있는 숙제들과 함께 해볼 생각입니다만, 장담은 못할 듯 합니다.
* 관련 글 : 자연의 결을 따르는 이의 책, '비밀의 숲을 열며' 암튼 책 <비밀의 숲을 열며>에서 정미경님은 '모계사회에 대한 그리움'이란 제목의 에세이에서 작은 씨앗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그 씨앗(종자)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탐욕스런 인간과 다국적기업들의 유전자조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금 제게 친절히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손바닥 안의 작은 씨앗 하나에는 온 우주가 들어있고,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들어있는 그 모든 기억들과 추억이 살아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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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가시에 찔린 아픔보다 어미나무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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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주를 품은 어미나무의 마음은 전혀 생각치 않는, 주체할 수 없는 욕심과 광기로 뭉친 인간들은 나무를 정신없이 흔들어대거나 가지까지 꺾어가며 작은 씨앗들을 남김없이 빼앗아갑니다.
별의 탄생과 진화, 소멸과 새로운 우주의 펼침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는 씨앗을 보호하는 갑옷인 날카로운 밤가시가 있어도, 교활한 인간들은 쭉정이만 남겨놓고 알찬 씨앗만을 귀신같이 쏙 빼가 버립니다.
시린 겨울을 보내고 봄부터 여름, 가을 내내 제각기 다른 수술가루로 가루받이를 하여 어미나무의 2세가 될 씨앗들을 정성스레 품어 밤과 도토리를 맺지만, 인간들은 씨앗을 먹이로 삼는 숲 속 야생동물의 것조차 남겨놓지 않고 모조리 약탈해 갑니다.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싹쓸바람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숲에서는 쉽게 씨앗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 황폐한 숲에서 볼 수 있는 씨앗이라고는 벌레가 먹은 씨앗과 병들어 속이 텅빈 씨앗들입니다.
그런 씨앗마저 매해 가을 가슴앓이를 하는 어미나무는 감싸안습니다. 사람들의 거친 발길이 줄어들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왔을 때, 작은 싹을 틔우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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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사람들이 숲을 잠식해가면서 어미나무의 씨앗들은 가을마다 수난을 당한다. |
ⓒ 이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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