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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하면 다리를 머리 뒤로 올리고 이상한 자세를 취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전설의 오락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팔 다리가 쭉쭉 늘어나는 '달심'이란 요가의 달인이 있지요. 그런 인상 때문인지 요가는 도사들만 하는 거라고 여겼었지요. 그런 내가 요가를 하게 될 줄이야.

멜깁슨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

친구와 식사를 할 때였어요. 자신이 요즘 요가를 하는데 잠도 잘 오고 아주 좋다고 적극 추천을 하더라고요. 요가 얘기를 하면서 즐거움에 눈을 반짝이는데 호기심이 부쩍 생기더군요.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권하는지 해보고 싶더군요.

처음 영화 <왓 위민 원트>를 볼때는 멜깁슨이 여성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는 게 우습게 느껴졌는데, 내가 여성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게 될 줄이야!
▲ 멜깁슨 처음 영화 <왓 위민 원트>를 볼때는 멜깁슨이 여성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는 게 우습게 느껴졌는데, 내가 여성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게 될 줄이야!
ⓒ 아이콘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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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니 요가 학원은 가격이 비싸고 집에서도 멀리 나가야 했지요. 그런데 동사무소에서, 이젠 이름이 바뀐 주민센터에서 싼 가격으로 요가를 가르쳐주는 거예요. 3달에 2만원, 설레는 마음으로 요가 강사 분에게 전화를 드렸지요.

"남자 분이시네요. 수강생들이 전부 주부들이신데, 괜찮으시겠어요?"

잠깐 망설여지게 되더군요. 남성들만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여성 혼자서는 타지만 여성들만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남성 혼자는 못 타듯이 주부들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영화 <왓 위민 원트(2001)>에서 멜깁슨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 배짱을 부리며 신청을 했지요.

주부들 틈에서 '젊은 오빠'되어 요가하기

분기별로 요가반이 운영되는데 7월 달에는 못했고 8~9월 두 달 동안 하게 되었지요. 첫날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며 강의실로 들어서자 주부들 시선이 쏠리네요. 웬 남정네가 요가를 하겠다고 오니 그럴만도 하지요. "젊은 오빠 소개하라"며 아저씨인지, 총각인지 밝히라면서 호호 웃으시더군요. 다행히 환영하는 분위기였지요.

한 달 못 했다고 6천원을 깎아주시네요. 원래는 수강료가 없는데 2만원씩 거둬서 다과를 준비하고 끝날 때 종파티를 한다고 반장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시더군요. 자리를 잡고 앉으니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네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나마스테"라고 손을 모아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몸을 풀면서 시작을 했지요. 점점 여러 요가 동작들을 하는데 다른 주부들은 잘 되시는데 저는 가슴과 허벅지가 왜 이렇게 안 친한지 새삼 알게 되더라고요. 꾸준히 운동을 한 저였지만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보통 유연성이 떨어져서 참 자세가 안 나오더라고요.

요가를 하면 묘한 게 동작을 유지하기가 힘든데도 웃음이 새어 나와요. 말 그대로 모순인 '괴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더군요. 요가가 다 끝나고 나면 몸과 마음이 후련해지고 몸이 경쾌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 쓰던 근육들을 썼는지 달콤한 피로감을 느끼며 밤에 깊은 잠을 자게 되더군요.

요가 시작하기 전에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지요. 왜 이렇게 허겁지겁 살았나 돌아보며 마음의 힘을 기르는 기회로 삼지요.
▲ 명상 요가 시작하기 전에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지요. 왜 이렇게 허겁지겁 살았나 돌아보며 마음의 힘을 기르는 기회로 삼지요.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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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2번인 요가에 빠지지 않고 잘 나갔지요. 정원은 20명인데 바쁜 일들이 많은지 보통 10명 안팎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어요. 하루는 짐볼 요가를 하고 다른 날은 보통 요가를 했어요. 요가를 하니 군살도 빠지고 운동 효과가 크더군요. 명상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조화를 꾀하니 정말 좋았어요. 요가 하는 날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김현남 요가 강사는 시간을 내어 요가가 끝난 뒤 에어로빅을 주부들에게 알려주기도 했지요. 가수 장윤정의 <트위스트>, <이따, 이따요>에 맞춰 주부들 틈에 껴서 저도 율동을 했지요. 율동을 하며 환하게 웃는 주부들을 보니 정말 춤을 좋아하는 거 같더군요. 덩달아 저도 즐겁게 율동을 하게 되었어요.

요가에 대해 궁금한 것들

벌써 두 달이 흘렀네요. 요가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요가 경력인 8년인 김현남 강사에게 물어봤지요. 그녀와 일문일답

- 날마다 취하는 요가 동작들이 다르던데 즉흥으로 하는 것인지, 짜놓은 동작 순서가 있는 것인지?
"매 수업마다 동작은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가 있는 동작들로 순서를 정해서 진행해요. 수업을 오랫동안 이끌다보니 나름의 주관으로 순서를 정하고 있지요. 제 수첩에  3~4개월 분량의 프로그램이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걸 참고해 수업 해요."

- 요가 강사로 일하면서 보람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가를 하시는 분들이 자세가 바르게 되면서 아팠던 곳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씀해주시면 참 보람 있지요. 아쉬운 점은 요가원에서는 회원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없고 강사와 회원들 간에 친밀도가 더 진한데 자치센터는 회원들 사이에 의견 차이로 마찰이 많아서 이해시키는데 조금 힘이 들 때가 있어요."

- 요가교실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
"요가원에서 수업을 하던 때인데 좌골신경통이 심하신 분이 있었어요. 요가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고 휴식시간마다 좌골신경통에 좋은 지점을 마사지 해드렸더니 그분이 완치되셨어요. 너무 좋아하신 모습을 보았을 때 저도 기뻤어요. 그 밖에 많은 분들이 있죠."

짐볼을 들고 여러 동작을 취하면서 운동효과를 높이지요.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는데 마음만큼 동작이 안나오네요.
▲ 짐볼 요가 짐볼을 들고 여러 동작을 취하면서 운동효과를 높이지요. 강사의 동작을 따라하는데 마음만큼 동작이 안나오네요.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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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가 주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딱히 주부들에게가 아니라 연령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아요. 요가의 다양한 동작들을 하다보면 유연성이 생겨 근육의 손상이 적어지고 척추가 바르게 되어 척추가 비틀어져서 오는 질병들이 치유가 되지요. 요가를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신체 모든 장기들의 기능이 좋아져요.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에 집중을 하다보면 마음의 안정이 되어 정신 건강에도 무척 도움이 되지요."

요가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들

요가를 즐겁게 배웠던 이번 여름도 지나가고 가을이 왔네요. 기회가 닿으시면 요가를 꼭 해보시길 바랄게요.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면서 '괴로운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세계를 휩쓸었던 요가열풍은 그냥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로 자리 잡았지요. 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요가에 빠졌는지 해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아직 경험해보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싼 가격에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민센터에서는 요가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지역마다 주민센터를 신축하면서 자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머물고 있는 성남시 수정구 태평1동사무소는 2006년 3월에 신축을 하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신설이 되었지요. 이번에도 서예, 영어, 중국어, 스포츠댄스, 에어로빅, 밸리댄스, 단전호흡, 한국무용, 춤체조, 요가, 민요, 사물놀이, 태권무용, 노래, 헬스, 게이트볼까지 정말 다양한 게 마련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사교육비 덜어줄 수 있게 어린이 교실도 운영되고 있어요. 영어, 밸리댄스, 과학교실, 어린이 컴퓨터, 동화구연, 한자, 주산 등을 배울 수 있네요. 더욱이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도 운영되고 있지요. 요즘 이웃끼리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지역 주민들끼리 만나서 같이 어우러지는 좋은 자리도 되어요. 시간 여유가 되실 때 자기가 사는 주민센터를 검색해서 프로그램을 찾아보시면 좋겠네요.

동마다 신축한 주민센터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으면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지요. 그리고 이웃들과 교류하는 만남의 마당이 될 수도 있어요.
▲ 주민센터 동마다 신축한 주민센터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으면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지요. 그리고 이웃들과 교류하는 만남의 마당이 될 수도 있어요.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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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민센터, #요가, #짐볼요가, #멜깁슨, #성인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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