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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껍질을 깎아 먹는가? 유기농 배라면 껍질째 먹어보자. 유기농 배라고 해도 크기와 모양을 포기한다면 일반배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 껍질째 먹는 유기농배 배는 껍질을 깎아 먹는가? 유기농 배라면 껍질째 먹어보자. 유기농 배라고 해도 크기와 모양을 포기한다면 일반배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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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들썩이던 대한민국은 얼마 전 멜라민 때문에 아이들 과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무리 경제위기가 심각한들 내 몸 아프고 가족들 아픈 것만큼 심각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이 하루 종일 무엇을 먹었는지 걱정해야 하고, 멀쩡해 보이는 음식도 살펴보고 뒤집어 봐야 하는 찜찜한 세상이라면 사는 것이 유쾌할 일이 없다.

먹을 것은 생산지에서 멀어질수록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신토불이라는 말도 있고 로컬 푸드에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하지만 신토불이, 로컬푸드보다 중요한 것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친환경 농산물 중 무농약이나 유기농은 그 농사가 일반 농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데 특히 사과나 단감 같은 과수의 경우 수확량이 일반 재배에 비하여 50%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50%도 모양이 좋지 않아 제값을 받기 어렵다. 유기농이라고 해도 일반재배 가격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수확량도 미비한 수준인데 판매조차 어렵다.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 SOS를 보낸 농부들의 사연을 보자.

무농약을 하다 보니 벌레 피해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감마다 벌레 자국이 있어 일반경매로도 판매가 어렵다.
▲ 무농약 단감농사를 짓는 정만열 농부 무농약을 하다 보니 벌레 피해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감마다 벌레 자국이 있어 일반경매로도 판매가 어렵다.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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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농약 단감 농사를 지은 정만열 농부의 농장을 찾았을 때 그는 올해 첫 수확한 단감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무농약을 하다 보니 벌레피해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과일마다 조금씩 벌레 자국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일반시장에 팔 수 있을까요?"   - 진주 수곡면 정만열농부-

무농약으로 하다 보니 벌레들의 피해가 많아서 곳곳에 자국이 있다.
▲ 무농약 단감 무농약으로 하다 보니 벌레들의 피해가 많아서 곳곳에 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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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에 내가면 값을 안 쳐줘서 팔 수도 없다는 것이다. 싸게라도 팔아야 하겠으니 5kg 한 상자를 만삼천원에 팔겠다는 것. 배송료도 생산자가 부담하니 단감 가격은 1만원도 하지 않는다. 기가 막힌다.

공장에서 멜라민까지 넣어 만든 해태제과의 미사랑카스타드는 1200원이다. 중량은 고작 130g 정도로 10개를 사도 1300g에 불과하다. 그런데 무농약으로 1년간 정성스럽게 키운 무농약 인증 단감은 5kg 1만 3천원이다. 단감 5kg엔 단감 30개 정도가 들어있다. 즉, 단감 하나는 160g이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기 힘들다.

"농사도 힘든데 팔기는 더 어렵습니다."

30년 동안 고집스럽게 노력해서 키운 유기농 사과농부가 있다. 그는 30년 전 독일에 연수를 갔다가 처음으로 유기농 사과를 만났다. '아, 이런 농사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와 30년을 고생해서 겨우겨우 국제인증을 받은 유기농 사과를 생산했다.

"작년에 비가 많이 와서 수확을 많이 못했어요. 올해는 다행이 비가 적어 수확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유기농이라고 해봐야 생긴 게 못 생겨서 그런지 시장에 내가 봐야 알아주지를 않아요. 어떤 분들은 택배로 보냈더니 시장에 싸구려 사과보다 모양이 못 하다면 핀잔을 줍니다. 이런 상황이니 어찌 농사가 가능하겠어요."   -손계형 농부(73)-

껍질째 그냥 먹어도 맘 편한 유기농 사과지만 크기가 작고 모양이 예쁘지 않아 땅에 떨어진 것을 주어서 팔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다고 한다.
▲ 유기농 사과 껍질째 그냥 먹어도 맘 편한 유기농 사과지만 크기가 작고 모양이 예쁘지 않아 땅에 떨어진 것을 주어서 팔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다고 한다.
ⓒ 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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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반 재배를 하면 1년에 매출 1억이 나오는 사과 밭을 유기농을 하면서 매출 900만 원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굳굳하게 지켜온 농부들에게 돌아온 보상치고는 너무하다.

5년째 무농약 배농사를 지은 박상진 농부의 경우다. 그의 배 농장은 4천 평이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10년간 배농사를 벌어서 돈이라는 것을 벌어본 적이 없다. 양심적인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으니 매번 수확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흠이 많아 배즙으로나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이미 경제적인 어려움은 뒷전이 되었다.

"뭐, 그냥 벼농사를 져서 밥은 먹고 사니 해보는 거죠. 그래도 농약 안 주고 비료 안 줬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해요."

이러니 무농약 유기농 농사를 짓겠는가? 성자같은 맘을 같지 않고는 이런 농사가 가능하겠는가. 너도 나도 주식 떨어지고 펀드 떨어지고 집값 떨어졌다고 난린인데 뻗히 수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 길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몸 관리를 잘해야 버틸 수 있다. 아이들에게 과자 같은 가공식품 대신 친환경 과일을 사줘라. 건강해지고 더불어 우리 농촌도 튼튼해져서 자생력이 강해진다. 연일 먹을 것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정말 불안해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열심히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의 농산물은 벌써 바닥이 나야 정상 아닌가? 생산되기도 전에 모두 예약되고 가격도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야 친환경 농사에 도전해보는데 이것은 참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요즘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유기농 사과는 5kg 2만 원도 되지 않고, 유기농 토마토도 4kg 만 원 이하다. 무농약 단감은 1만 3천원이다. 배송료도 없다. 이들 농부들은 판매가 어려워 농부 SOS를 보내고 있다.

멜라민으로 불안한 가족들을 위한 다른 간식이 필요한가? 

토마토 하나 유기농 사과에 무농약 단감만 있으면 한달이 든든하다. 어디 가공식품 구입해서 원산지 확인하고 첨가물 확인하고 방부제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맘도 편하다. 먹을 수록 몸이 튼튼해지고 농부도 튼튼해져 경제위기를 넘어 설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농부 SOS 에서 안전농산물 직거래 하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참거래 농민장터에서는 농부 SOS를 통해 판매가 어려운 유기농산물을 직거래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멜라민,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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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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