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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는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열렸다. 처음 열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인데다가 전날 정부가 국제 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공식 발표했던 터라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는 "오늘 회의에서는 금융과 실물경제 등 현 경제상황을 폭넓게 점검하고 실물경제 침체 대응방안, 일자리 확충 방안, 중소기업 지원방안, 건설 및 부동산 활성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논의될 내용뿐만 아니라 27명에 이르는 민간위원들의 면면도 눈길을 끌었다. 민간위원은 주로 기업계·금융계·학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특히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신희택 현 서울대 법대 교수가 가장 눈에 띈다.

왜 참여정부 인사들을 민간위원에 위촉했을까

김앤장(KIM & CHANG) 법률사무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빌딩.
 김앤장(KIM & CHANG) 법률사무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빌딩.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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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총리와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신희택 교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이들은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법률사무소 김앤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김앤장 고문을 지냈고,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은 현재 김앤장의 고문을 맡고 있다. 또 신희택 교수는 한때 김앤장의 간판 변호사였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중용됐던 한 전 총리와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국민의정부·문민정부 인사들이 참여했다"며 "(이는) 정파적 이해를 넘는 경제살리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들도 흔쾌히 승낙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이들의 발탁에는 '탈정파'라는 명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김앤장의 핵심멤버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김앤장이 한국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효과를 헤아릴 때 더욱 그렇다. 

한덕수 전 총리는 지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8개월간 김앤장 고문으로 지냈다. 그런데 그가 김앤장 고문으로 근무한 기간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기간과 대체로 일치하는 바람에 의혹을 받았다. 그는 8개월간 1억5000여만원의 월급을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은 지난해 8월 금감위원장에서 물러나 김앤장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장주의자'인 그가 참여정부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서 임기 3년을 채웠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후임으로 그가 거론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희택 교수는 26년간 김앤장에 몸담았다. 서울대 법대 수석,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 등 화려한 기록을 자랑하는 그는 연수원 수료 직후 김앤장으로 직행했다. 기업 인수·합병이 전문가인 그에게는 '김앤장의 간판변호사'라는 호칭이 따라 다녔다.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고액 연봉을 뒤로 하고 지난해 서울대 법대 로스쿨 교수로 전격 영입됐다.

'김앤장 인맥' 국정원으로 확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

김앤장출신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무총리-청와대-국정원-공정거래위 등에 포진함으로써 '김앤장 파워'의 실체가 또다시 확인됐다.
 김앤장출신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무총리-청와대-국정원-공정거래위 등에 포진함으로써 '김앤장 파워'의 실체가 또다시 확인됐다.
ⓒ 김앤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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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과 권력의 인연은 질기고 깊다. '민주파 정부'로 분류되는 참여정부에서도 김앤장 출신들이 권력의 요직에 진출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김앤장의 권력 진입은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확대됐다.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에 김앤장 출신인 김회선 변호사가 전격 발탁된 것이다. 김성호 국정원장까지도 '범김앤장 출신'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앤장의 인재풀이 국가정보기관까지 확대됐다는 점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김회선 국정원 2차장 외에도, 김앤장 고문을 지냈던 한승수 국무총리와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이 있고, 박인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장용석 청와대 제1민정비서관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최초의 김앤장 해부서인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공저자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말벗 3인에 뉴라이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가 포함된다"며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김앤장이 국가권력기관을 장악할 거라 예상했는데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 출신 민간위원들의 자문이 자문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김앤장 권력이 이제 경제영역까지 접수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그동안 재벌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대변해왔는데 김앤장 출신들이 국민경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민경제 자문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재벌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해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금융위기의 부담을 떠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그:#김앤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윤증현, #한덕수, #신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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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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