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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넘긴 이순희씨는 5곳에 유산을 나누어주라며 큰 자산을 기부하는 유언장을 작성하였지요. “아깝다는 생각도 좀 들었지만 이렇게 하고 나니 잘했다는 마음이 드네요”라며 소감을 말하네요.

 

박영임씨는 지난해 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였지요. 그녀는 먼저 떠난 남편을 기리며 자식들을 잘 키울 수 있게 해준 고마움으로 큰 기부를 결심하였죠. 이효주씨는 2003년에 물려받은 유산의 1%를 기부하였어요. ‘한국의 대니서 만들기 기금’에 기부하여 청소년 환경운동가 교육에 도움을 주었지요.

 

위와 같이 묵묵하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부모 재산은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의 유산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요. 예로 기부보험은 유산기부의 한 형태로 본인이 죽게 되면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보험이지요. ING생명의 ‘사랑의 보험’의 경우 2001년에 219명이던 가입자가 2004년에는 2700명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나눔이 생활화가 되었지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등은 2001년 <책임 있는 부자(Responsible Wealth)>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부자들의 사회 책임과 부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지요. 

 

 

짧은 인생에서 많은 걸 쥐고 있어봤자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아름다운 재단 윤정숙 상임이사는 ‘인생의 길이는 바꿀 수 없지만 그 깊이나 넓이는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하며 나눔이 갖는 놀라운 비밀들을 알려주네요. 21일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나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바꾸는 일, 나눔에 대해 들어보았어요.

 

기부하는 사람이 먼저 행복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름다운 재단에 한번 이상 기부한 사람은 지금까지 4만 5천명이 넘어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문화에 참여하시고 계시죠." 

 

-나눔이 갖는 사회 의미가 무엇인지.

"나눔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세상이 소통하는 것이죠. 저희 표어 ‘나눔, 자선을 넘어 변화로’라는 말처럼 나누게 되면 자신이 변하게 되요. 자기중심으로 살다가 세상이 어떤지 관심 갖고 생각하게 되지요. 나누게 되면 자신이 기쁘고 세상이 좋게 달라져요."

 

-나눔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지갑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여는 게 먼저라고 생각 들어요. 마음을 열면 나눔은 쉬워요. 사람들이 남과 세상을 생각하고 어떠한 사회가 바람직한지 고민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나눔이 생겨나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나눔은 삶을 바꾸는 기쁨이에요. 기부하는 사람이 먼저 행복해요. 얼마나 기쁜지 나눠본 사람은 알아요. 사람이 변해야 세상이 변하지요. 나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좋아져요."

 

"유산나눔은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해"

 

 

-유산나눔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신다면.

"아름다운 재단은 2000년 창립부터 유산 1% 나눔 운동을 하였고 2004년에 ‘유언컨설팅위원회’를 결성하여 유산기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지요. 그리고 2006년부터 ‘아름다운 이별학교’를 개설하여 대중강의를 하고 있어요.

 

유산 나눔은 살아있는 나와 죽은 나를 동시에 생각하는 일이에요. 자기 삶에서 의미 있는 게 뭘까 실존고민이기도 하고요. 자신이 죽은 뒤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므로 어떤 나눔보다도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성찰하게 되지요.

 

소유와 존재의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유산나눔은 얼마나 가져야 적당한 것인지 죽은 다음에 물질은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하게 해주죠.

 

삼십대 초반의 한 청년은 사후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공증유서를 쓴 뒤 ‘공증유서를 볼 때마다 삶의 의욕이 솟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유산나눔은 죽음을 염두 하면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의 선택이에요."

 

"10명 중 4명, 유산 기부할 뜻 있어"

 

-부의 대물림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유산 나눔은 어려울 듯 싶은데.

"아니에요. 사후에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사람과 유산을 받게 되면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조사를 했는데 ‘유산의 일부를 기부할 의사가 있다‘는 사람이 열 명 중 네 명, 그리고 30대가 가장 많았어요. 시간이 흘러 30대가 노년층이 되게 되면 유산의 대물림 문화가 상당히 달라질 거라고 봐요.

 

많이도 아니잖아요. 1% 유산나눔 운동이에요. 돈 뿐 아니라 시간, 재능을 기부하실 수 있어요. 부를 세습하는 것보다 사회 나눔을 할수록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를 돌보고 책임지는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지요.

 

유산을 세상과 나누는 일은 자식들에게 주는 최고의 가르침이에요. 유산기부는 자식들에게는 세상을 의미 있게 사는 이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요. 갈수록 유산나눔이 퍼지리라 봐요."

 

-나눔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많은 단체에 기부할 수가 있어요. 저희 아름다운 재단 같은 경우에는 군것질할 돈 500원을 아껴 기부하는 아이들도 있고 큰돈을 기부하는 분도 계세요. 자신의 형편대로 마음대로 기부할 수 있어요. 달마다 내셔도 되고 마음 내키실 때마다 보내주셔도 되요. 찾아와서 해주셔도 괜찮고 자동이체도 좋아요."

 

"이름 없는 사람들의 1% 나눔이 세상을 바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꽃을 건넨 사람에게는 늘 꽃향기가 나듯이 나누는 사람에게는 삶의 향기가 나지요. 인간만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어요. 척박하고 경쟁으로만 치닫는 위험사회에서, 나눔은 각박한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지요.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 사람 영웅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1% 나누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몫이거든요."

 

 

자식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재산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나 유산은 종종 자식들 사이에 불화를 낳지요. 법원의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청구소송’ 신규접수를 보면 1999년 134건에서 2003년 1054건으로 크게 늘어나 자식들 간에 재산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는 걸 보여주지요.

 

오랫동안 한국에서는 가능한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일을 부모의 도리이자 위신이라고 여겼고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을 당연하게 세습했지요. 이와 반대로 당대 미국의 최고 거부였던 카네기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이 최선을 다해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라고 하며 유산의 대물림을 경계하였지요.

 

미국에서는 부자들이 유산을 기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지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상속세 폐지’를 내세우자 부자들이 나서서 반대를 외쳤지요. 빌 게이츠의 아버지 윌리암 헨리 게이츠 2세는 늘 아들에게 “너를 부자로 만든 세상을 잊지 마라”고 했어요. 나눔의 가르침을 보고 배운 빌 게이츠는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을 세워 빈곤국가의 교육과 건강사업을 하고 있지요.

 

한국 사회의 상속문화도 많이 달라져야 하지요. 자식들 사이 유산다툼이 벌어지고 부모의 사랑처럼 물려준 재산이 자식들을 안주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행복과 자부심으로 남을 유산나눔,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으면 하네요.


태그:#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이별학교, #윤정숙, #기부, #유산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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