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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일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긴 지 벌써 5년째. 그들이 걸어온 이 나라 이 강토의 길이는 무려 30000여리. 그들은 왜 걷는 것일까? 그들은 왜 부르튼 발을 동여매며 5년동안 걸어서 이 강산을 밟고 밟아가는가?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그들이 서울 관악구을 밟고 지나갔다. 그 발길을 따라 그들의 숨결을 지켜보았다. 해답은 없었다. 오직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가 평화를 찾는 주인이 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평화는 없다고 했다.

 

21일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을 이끄는 도법스님(59)이 관악산 입구에 광장에서 100배를 올리고 있었다. 기도문에는 종교도, 철학도, 사상도 모두가 하나였다. 자연과 생명 그리고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들 얘기 뿐이었다. 이날은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에서 길 안내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울대학교 옆으로 흐르는 도림천을 따라 신림동을 가로질러 보라매공원에서 또 다시 자연과 인간들에게 100배를 올리며 관악구 첫날 순례를 마쳤다.

 

순례를 마친 탁발순례단은 신림4거리에서 펼쳐진 관악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도법스님은 모두 발언을 통해 "촛불을 위한 촛불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참 위치가

어디쯤인가 알아야 한다"며 "지금의 대통령을 뽑은 자들도 이 나라 국민들이고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도 이 나라 국민들이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라며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닌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고 어떤 것이 최선인지 더 신중하게 고민하자고 말했다.

 

이튿날. 10월 22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동안 가뭄으로 온 대지가 말라가는 상황이라

너무도 고마운 비이지만 순례단의 걸음걸이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으리라 여겼는데 그들은

이것마저도 하늘의 축복으로 여기며 만면에 환한 미소로 관악구 이튿날 일정을 시작했다.

 

관악구 둘째날은 오전엔 봉천동 일대를 순례했으며 오후엔 난곡을 중심으로 한 신림동지

역을 돌았다. 오전엔 관악주민연대가 길안내를 오후엔 관악사회복지에서 탁발순례단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지나가는 순례단을 보며 시민들은 "생명평화? 당장 입에 풀칠하기에도 바쁜데...", "수고 많으십니다. 장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나요?", "뭐하는 짓이야!" 등등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비쳤다. 여기에 순례단의 답은 오직 하나였다. 그들은 환한 미소로 그들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하고 또 걸었다.

 

쌀 직불금 문제로 농촌은 물론 도시에 이르기까지 온나라가 시끄럽다. 농사꾼의 생명줄을

가지고 배를 불리는 강부자 선생님들의 부의 축적 형태를 보며 느끼는 국민들의 분노, 과

연 누가 이 답답한 심정을 풀어줄 수 있을까?

 

가진 자, 못가진 자를 떠나 같은 시기에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 최소한의 배려를 바라는 마음 마저 사치가 아닌지 무서운 현실이다.

 

 

다음은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세상에 던진 평화기도문 전문.

 

세 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평화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 아닙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나 아닌 사람을 위해 지금 바로 이곳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부디 우리의 평화기도가 시냇물처럼 이 땅을 적시게 하소서.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참으로 부끄럽게 하소서.

 

무심코 내뱉은 침 한 방울과 말 한 마디가 세상을 얼마나 더럽히는지

까맣게 몰랐던 것을 뉘우치게 하소서.

 

평화는 내 스스로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바로 지금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내 이 한 몸 기꺼이 쓰게 하소서.

 

내 형제 내 자매 고통스러워할 때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내 동포 내 민족 전쟁의 불안에 떨 때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내 손을 쓰게 하소서.

내 발을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의 그날

갈라지고 찢겨지고 상처 입은 몸들이 부둥켜 안고 덩실덩실 춤추며

크게 울게 하소서. 크게 한번 울게 하소서.

덧붙이는 글 | 김이구 기자는 관악구 시민단체인 '건강한도림천을만드는주민모임'의 대외협력팀장으로 있습니다


태그:#도법스님, #탁발순례단,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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