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에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리문이 깨지고, 휠체어가 부서졌으며, 몇몇 장애인은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장애인도 시민이다”며 시청 출입을 시도한 ‘전북지역 교통약자의 이공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이동권 공대위)’ 앞을 막아선 건 다름 아닌 경찰과 공무원이었다.

23일 오후 2시 이동권 공대위는 전주시청 앞에서 교통약자의 전주시의 이동편의증진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전주시 규탄 2차 총력결의대회를 진행했다. 1시간의 일정이 끝나고 오후 3시경 이들은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 출입을 시도했다.

이동권 대책위 강현석 집행위원장은 “이미 이틀 전 집회신고를 하면서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해 놓은 바 있다”며 “시에서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않아 직접 시장을 만나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규탄대회가 끝나고 장애인들이 시청 안으로 들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청 안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들과 공무원들이 입구를 막아섰다. 이미 규탄대회가 시작되기 오후 2시 전부터 시청 내부에는 수십 명의 전·의경들이 대기 중이었다.  

.
 .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할 수 없이 장애인들은 정문 진입을 포기하고 시청 좌측 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시청 좌측 문은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잠겨있었다. 절대 장애인들의 시청 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주시의 의지를 확인한 장애인들은 급기야 눈물을 쏟으며 호소했다. 

“왜 우리를 못들어가게 하냐!”, “시민의 업무를 받는 게 시청이고, 우리도 시민이다. 들어가게 해달라”고 외치며 굳게 잠긴 셔터를 흔들었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동권 공대위는 다시 시청 정문 앞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수십 명의 공무원과 경찰이 입구를 막아선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답답한 이동권 공대위가 말을 걸었다.

“안에 들어가게 해달라. 시장을 만나고 싶다.”
“시장님이 안계시다. 따로 면담을 잡자.”
“있는지 없는지 확인만 하게 들어가게 해달라.”
“안 된다.”

한편, 이 시각 송하진 전주시장은 태조 어진 환안제를 맞이하여 전주 오거리문화광장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이동권 공대위는 전주시의 즉각적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촉구하며, 시청 안 진입을 시도했다. 시청 공무원과 경찰들은 휠체어를 부여잡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막아섰다.

“휠체어에서 손을 떼라”는 이동권 공대위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몸싸움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경찰 손에 잡힌 휠체어와 이를 움직이려는 장애인 사이에서 휠체어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움직여 유리문이 일부 깨졌고, 한 장애인의 전동휠체어는 손잡이 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도대체 왜 막아서냐? 장애인은 시청도 못 들어가냐?”는 이동권 공대위의 지적에 한 시청 공무원은 “뜻만 전달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길을 내주지 않았다. ‘시민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라는 시청 정문 현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법률대로 전체버스의 30%를 저상버스로”

.
 .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상황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시장을 대신해 전주시 송기항 건설교통국장이 나와 대화를 시도했다. 송 국장은 “송하진 전주 시장은 며칠 전부터 잡혀있던 행사 차 자리를 비웠다”고 밝힌 뒤, 장애인들의 요구와 관련 “올해 안으로 저상버스 2대를 구입 예정이고, 2009년도에 용역 조사를 끝마치는 대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전주시는 매번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며 “매년 2대씩 늘려서 언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 버스의 30%를 저상버스로 만들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 14조에서 2013년까지 특별시, 광역시의 경우엔 운행하는 버스의 50%를, 일반 시·군은 33%를 저상버스로 도입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에 송기항 국장은 “저상버스를 1대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1억 8천만원”이며 “전주시는 건설교통부에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세운 것에 맞춰 시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전주시에서 먼저 계획을 세워 건설교통부에 보고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집행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
ⓒ 박창우

관련사진보기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제2장 7조에 따르면 ‘시장이나 군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라 관할지역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 및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5년 단위의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하여야한다’고 돼있다.

급기야 장애인들은 “시청공무원들은 공부를 더 하고 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시청 공무원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되는 대치 속에 결국 송기항 국장은 다음주 중으로 이동권 공대위 대표와 송하진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것을 약속한 뒤, 앞으로 진행될 용역연구에 있어서도 장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청 앞에 천막을 설치한 이동권 공대위는 전주시가 올바른 계획을 세울 때까지 계속해서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애인, #이동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