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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목 미니시리즈 동 시간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 작품에는 각각 걸출한 남자 배우 3인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바람의 화원>의 박신양이 그 주인공. 세 배우 모두 전작들을 통해 연기력과 흥행성을 두루 겸비한 최고의 스타로 평가받는 배우들.

 

그러나 이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김명민이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삐딱하면서도 자기 세계가 분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창조해내며  주목받고 있는 반면, 처음 사극에 도전한 박신양과 다시한번 고대 전쟁영웅으로 분한 송일국 연기에 대해서는 평가가 미묘하게 엇갈린다.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 '강마에 신드롬' 원동력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를 논하는데 있어서 '강마에'라는 캐릭터를 빼놓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일반적인 주인공과는 차원이 다른  다중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이다. 겉보기에 이기적이고 건방지지만, 동시에 매력적이고 귀여운 측면도 있다.

 

일에 있어서도 프로페셔널하고 잔인할 만큼 철저하지만, 인간적으로는 허점도 많고 예상 밖의 따뜻한 면모도 보인다. 서로 상반되는 이런 이미지를 한 캐릭터 안에서 조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마에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과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온에어>의 오승아 등으로 이어지는, 최근 드라마에서 주목받고 있는 '안티 히어로'형 캐릭터의 전형을  집대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강마에는 매사 제멋대로고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지만, 그가 보여주는 언행의 명분에는 거부할 수 없는 설득력이 있으며, 가식과 예의를 벗어던지고 단숨에 본질을 파고드는 그의 직설적인 매력에 대중은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런 인물을 창조해낸 것은 바로 배우 김명민의 힘이라고 할만하다. 김명민은 출연작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 그 자체로 승부하는 배우다. 전작인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을 통해 이미 '미워할수 없는 나쁜 남자'의 원형을 창조한바 있고,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가족 코미디 <불량가족>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검증받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그가 표현하는 강마에라는 인물은 지금까지 김명민이 보여준 선과 악,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다중적 매력을 모두 종합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대중은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바람의 나라> 송일국, '데자뷰' 늪에 빠지다

 

송일국은 고대 영웅의 풍모에 어울리는 중후한 남성미와 고전적인 박력을 갖춘 배우다. 그러나 <주몽>에 출연했던 송일국이, <바람의 나라>에서 그 손자가 되는 '무휼' 역을 다시 맡는다고 했을 때, '자기복제'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은 시작부터 존재해왔다.

 

유동근이 <장녹수>에서 <용의 눈물>로 이어지는 조선 제왕의 이미지를 독점할때도, 최수종이 <태조 왕건>에서 <대조영>으로 창업군주의 역할을 연이어 소화할때도 이런 논란은 계속되어왔으나, 결국 캐릭터와 스토리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주몽과 무휼은 엄연히 다른 캐릭터다. 주몽이 창업군주로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가는 인물이라면, 무휼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상실해가는 고독한 영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에서는, 액션 연출과 스토리 전개에도 호흡이 가쁜 나머지  원작에서 보여준 무휼 특유의 어두운 고뇌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송일국의 연기력이 자기복제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서 시청자들이 <바람의 나라>를 보며 싫든 좋든 계속 <주몽>의 '데자뷰'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스케일과 볼거리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바람의 나라>에는 최근 성공한 대하사극들의 뻔한 흥행 공식과 패턴을 답습하고 있을뿐 새로운 매력은 거의 없다.

 

그것이 훌륭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바람의 나라>를 독자적인 작품이 아닌, 고구려 시리즈의 '아류작' 정도로 인식되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다.

 

<바람의 화원> 박신양, 사극 연기와 '문근영 딜레마'

 

박신양은 자기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신념이 철저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바람의 화원> 제작발표회 당시 박신양은 "이 작품을 사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은유적인 표현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드라마가 베일을 벗은 후에 밝혀졌다.

 

<바람의 화원>에서 정말로 박신양은 현대극과 전혀 다를 것없 는 연기를 하고 있다. 박신양의 김홍도는 <쩐의 전쟁>이나 <파리의 연인>에서 보여준 대사톤이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가 복장만 사극을 입힌 듯하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관이 없지만, 현대극 때와 달리 정통사극 연기를 펼치는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에서 종종 박신양의 연기는 혼자만 붕 떠있는 듯 어색한 느낌을 준다. 박신양 특유의 다소 눌리는 듯한 발성과 억양이 사극에서는  가벼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박신양이 연기하는 김홍도의 역할과 비중이 아직 애매하다는 것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공동 주연이지만 초반부터 극의 비중은 아직까지 신윤복의 문근영에게 치우쳐있는 반면, 김홍도는 '스승'으로서의 역할만이 강조될뿐 김홍도의 내면이나 특유의 그림세계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가 아직 부족해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 박신양의 호연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태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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