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무. ‘내용이 없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다. 즉 ‘내용 없음’을 ‘내용 無’, ‘냉無’ 등으로 표현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와 ‘국토균형발전’을 요구하는 각계 각층의 요구를 외면한 전국일간지에게 던지고 싶은 단어다.

지난 22일 국회본청 앞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이행 촉구결의대회’가 열렸다. 지역신문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날 결의대회에는 ‘지방 발전’과 ‘수도권 규제 완화’ 사이에 정책순서가 자꾸 바뀌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시도지사들과 여야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우선시 하는 흐름을 저지하겠다며 행동으로 나섰다.

비수도권 13개 광역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간 연대기구인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국가균형발전연구포럼, 국회지방자치연구포럼, 지역균형발전연구모임, 혁신도시건설촉진국회의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일간지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비롯, 경향신문까지 외면한 이번 결의대회는 한겨레신문만이 주요하게 보도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가시화, 비수도권 관계자 ‘저항’

이날 결의대회는 ‘선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이행’을 촉구하는 비수도권 관계자들의 저항의 목소리였다.

<부산일보>가 지난 21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 949개 세부과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정책 대부분은 내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게 돼 있지만, 지방분권과 발전을 위한 세부과제는 모두 2012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도록 제시되었다고 한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전국일간지의 보도태도는 지난 참여정부 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11월 14일 지방분권운동대경본부,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이하 참언론)가 공동주관한 ‘수도권 집중에 관한 전국지 보도실태’ 토론회에서 김재훈(대구대, 참언론 공동대표) 교수는 “전국일간지는 균형발전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매도하고 있다”며 “국가발전방향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여론이 단절되어 있는데, 언론이 본연의 ‘여론 소통’ 기능을 외면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한 전국일간지 태도를 따끔하게 지적한 <매일신문>의 '기자노트 : 수도권 언론, 해도 너무해'가 눈길을 끈다.

정치부 이창환 기자는 이 글에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소개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자신의 질의시간을 희생하고, 비디오 테이프를 틀었다. 이 테이프는 전날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서 비수도권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등 100여명이 모여 개최한 균형발전촉구 결의대회를 녹화한 것이다.

김 의원은 비디오 상영이 끝난 후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비를 맞으면서도 비수도권 지역 사람들의 절박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했지만, 수도권 언론들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회방송에 오늘 국감이 녹화 돼 나중에 전국에 방송되면 국민들에게 홍보될 것이란 기대에서 이렇게 하게 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책 갈등, 토론할 공론의 장 필요

한편 이 기자는 이 칼럼을 통해 ‘수도권 개발론자와 지역균형발전론자’ 간에 갈등상항을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없다는 아쉬움도 밝혔다.

“수도권 개발론자나 지역균형발전론자 모두 우리나라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국가의 발전의 방법은 수도권 개발을 통해서냐,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해서냐는 것이다. …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을 공개적이고 객관적으로 논쟁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참석자들은 수도권 언론이 공론의 장이 돼 주길 바라고 있다.”

발행지역을 기준으로 신문을 분류하면 전국지, 지역일간지(대도시), 지역주간지(중소도시)등으로 나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를 최우선하고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외면한 전국지의 보도 태도는 스스로가 ‘수도권만의 신문’임을 인정한 것은 아닌가?. 분류기준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