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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영방송인 <NTV>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뉴스 전에 엽기뉴스를 방송해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 타임스>가 지난 달 27일 보도했다. ‘매드 데이(Mad Day)’라고 불리는 이 엽기뉴스 프로그램은 ‘진짜 뉴스’방송 시간을 10시 40분에서 11시로 밀어내며 방영되고 있다.  

 

신문은 최근 NTV의 저녁 뉴스를 보기 위해 켠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회의나 총리의 방문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한 남성이 벌거벗은 채 슈퍼마켓에 들어오는 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뒤이어 나온 또 다른 영상에서는 까마귀가 플라스틱 컵에 들어있는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왔다. 세 번째로는 두 명의 중년 여성이 쇼핑 가방으로 서로를 마구 때리는 영상이 방송됐다. 그 대부분은 엽기적인 홈 비디오로 총 20분 간 방영된 뒤에야 ‘진짜 뉴스’가 나왔다.

 

NTV 부사장인 알레산더 네챠예브는 모스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드 데이’는 시청자 생산 콘텐츠를 방송함으로써 네티즌과 유튜브 이용자들을 포함한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그 실험의 성과를 보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 시청자들이 이 달 둘째 주에 우리에게 이미 보낸 수많은 비디오들이 프로그램 형식이 시청자들의 관심과 가능성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모스코 타임스는 “엽기 뉴스가 NTV의 ‘나이틀리 뉴스’를 대체하고 있다(Crazy News Replaces NTV's Nightly News)”는 10월 27일자 보도에서 NTV의 이러한 ‘시도’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있는 러시아의 경제 위기에 대한 조직적인 물 타기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 유동성위기가 러시아에 까지 도달한지 한 달 뒤인 지난 달 13일 처음 방영된 ‘매드 데이’가 상대적으로 따분한 저녁 뉴스에 앞서 방송됨으로써 시청자들의 비판력을 약화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네챠예브 부사장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스의 방송 시간 조정은 이미 4월에 결정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스코 타임스는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의 방송 비평가인 아리나 보로디나의 말을 인용해 NTV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들을 끌어 들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드 데이’의 시청률이 첫 주 13%에서 7.8%로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러시아 시청률 조사 기관인 ‘TNS 러시아’는 모스크바 시민들 중 ‘매드 데이’와 ‘11시 뉴스’를 모두 시청한 사람들은 13일부터 22일까지 평균 10%에 그쳤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보로디나는 인터뷰에서 이 프로그램이 “술 취한 까마귀가 도시와 마을을 배회하고, 벌거벗은 쇼핑객이 가게를 돌아다니고, 취한 남성이 내연녀 남편의 차를 훔치는”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인상을 남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 싸구려 프로그램이 20분 동안 방송된 뒤에도 어떻게 뉴스 시청자들을 잃지 않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모스코 타임스는 지난 달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정부 당국이 토크 쇼나 엽기 홈 비디오에 관심을 쏟고 싶어 할 만큼 심각했지만 러시아의 주요 방송들은 지난 9월 중순 러시아의 금융 혼란이 발생한 이래 미국을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러시아 금융 위기를 격하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텔레비전 뉴스 채널 중 어느 한 곳도 현재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내용을 보도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는 것이다.

 

한 홍보기관의 선전 분석 부분 수석인 이리나 트수리나는 일부 러시아 토크 쇼에서도 국제 금융 위기가 불러올 영향을 다루기는 했지만 정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이슈화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다르다. 러시아 미시경제지표는 건전하며 경제는 내년에도 문제없이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자신의 웹사이트인 (www.kremlin.ru)에 “러시아는 효과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은행 파산 등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사의 입장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NTV 네챠예브 부사장은 모스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러시아에 국제 금융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만일 시청자가 원한다면 우리는 분명 그에 대한 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러시아, #뉴스연성화, #뉴스, #NTV,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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