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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수) 오후 3시, 보건복지가족부 주최 “아동·청소년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통합한다며 지난 10월 27일, 아동과 청소년 정책 관련 법률의 정비를 위해 청소년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복지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실시하고 아동법률과 청소년법률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날 공청회에는 아동계와 청소년계의 현장 지도자들과 전국의 청소년학과 대학생 100여명이 상경해 법률 통합 반대 피켓 시위를 벌였고 아동관련 학과 대학생 200여명도 초록 머플러를 메고 통합법률에 아동지도와 교육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를 비롯, 한국청소년지도자총연합회, 청소년학회는 물론, 전국의 청소년학과 교수단, 청소년학과 학생들을 망라한 청소년계 전체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정책적 영역의 범주,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과 내용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독자적 영역과 전문적인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며 성장해 온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관련 학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는 상태에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출범 3년만에 복지부로 흡수되어 ‘아동청소년정책실’로 변경된 이후 일방적으로 통합 추진되고 있다고 극렬 반대하고 있다.

 

공청회 토론자로 참가한 대구한의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한상철 교수(미래를여는청소년학 회 회장)는 이번 통합안이 아동과 청소년계의 발전보다는 정부 조직의 행정 편의를 위한 졸속적이고 독선적인 법률안이라며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동계는 아동계대로 이번 통합법률안이 아동발달의 특수성과 아동교육의 전문성을 도외시했을뿐 아니라 아동전문가의 전문성을 무시한 불완전한 법률이라며 통합법률 추진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통합안이 전체적인 부조화를 이루고 있고 아동청소년 총괄기구 일원화에 따른 기능 약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정부가 관련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됨을 꼬집었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의 아동·청소년기본법안이 사회보장기본법과 충돌함은 물론, 서비스의 핵심영역인 활동·복지·보호간 내용이 상호 중첩되는 등 보완사항이 많아 부정적이라고 밝혔고, 상담학계를 대표해 나온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상담분야가 전문영역으로 구분되지 않는 등 이번 법률안이 잔화가 아닌 퇴보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역시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이는 청소년계, 아동계, 사회복지학계, 상담학계 등 아동과 청소년을 포괄한 모든 분야에서 통합법률안을 반대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통합법률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두현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활동정책관은 “통합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청소년계의 입장을 원천 묵살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 청소년관련기관 8개 단체가 개최한 “청소년법률바로세우기범국민보고대회”에 참가했던 남형기 보건복지부 정책과장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봤자 득 될 일 없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청소년계의 입장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시장의 기능과 요구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는 일로 향후 청소년정책의 일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주최로 지난 10월 30일에 열린 '아동·청소년 통합적 접근을 위한 정책 대토론회'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도 이를 극렬 반대했음을 볼 때 이 통합안이 누구를 위한 통합안인지 분명치도 않다.     

 

국가의 중요 정책인 청소년정책이 충분한 검토와 연구 및 국민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수개월만에 졸속으로 아동정책과 통합하게 되면 지난 40여년간 독자적으로 발전되어 온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의 역사성과 목적 등이 도외시되어 각각의 특수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아동계는 물론 청소년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미 전국의 아동관련학과, 청소년관련학과에서는 집단 시위 및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해당 교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독주로 졸속통합을 강행할 것인지 향후 보건복지가족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영일 기자는 흥사단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사무국장입니다.


태그:#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법률,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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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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