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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물값 100원 받은 편의점
 컵라면 물값 100원 받은 편의점
ⓒ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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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의 매일 편의점을 드나들며 간식 또는 식사를 해결하는 '편의점 마니아' 입니다. 아직까지 김밥 1줄에 1000원씩 판매하고 있고, 이에 따른 혜택으로 음료수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밖에서 지낼 때 출출하면 편의점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식당보다 편의점을 더 선호합니다.

어제(15일) 오후에는 밖에서 일을 마친 뒤 '라면 먹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 시내에 있는 한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군대 시절 '오징어 짬뽕'이라는 라면을 많이 먹던 추억을 떠올린 것이죠. 오징어 짬뽕 국물맛이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지만, 이날 저는 봉지라면 형태의 오징어 짬뽕을 구입했습니다. 오징어 짬뽕 컵라면(67g, 800원)보다 오징어 짬뽕 봉지라면(124g, 850원)의 양이 '가격 대비' 더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750원인 '써니텐 포도맛' 탄산 음료까지 곁들여서 1600원을 지갑에서 꺼내고 계산대 앞으로 갔습니다. 편의점 사장님이 라면 여기서 먹을거냐고 하니까 "예"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저기요. 이거 다 합해서 1700원인데요."
"아니 왜요? 라면 850원에 음료수 750원이면 1600원인데 왜 1700원이죠?"
"저희 편의점이 이제부터 컵라면 물값 100원 더 받기로 했어요. 봉지라면이라도, 여기서 드시는 라면이라면 무조건 물값 받거든요."

그렇습니다. 그 편의점은 컵라면 물값을 100원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제 마음 속으로는 그 사장님에게 '미쳤어요? 왜 물값 받아요. 다른 편의점에서는 물값 받지도 않은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라고 노발대발하고 싶었지만, 이러한 충동적인 생각을 하게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물값 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경제가 급속도로 안 좋아져 편의점이 타격받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의점이라면 매출 걱정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손님이 적은 편의점이라면 운영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요즘에는 편의점 알바생이 줄었거나 시급을 적게 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편의점 사장님들이 지출에 대해 민감하게 되었죠.

사실 편의점 컵라면 물값은 예전에 존재했습니다. 편의점이 본격적으로 생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0~200원 정도 물값을 받는 곳이 많이 있었죠(물론 안 받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물값받는 곳이 없어졌는데 최근에 부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 불황 때문에 물값받고 있다'라고 생각해 화를 참았습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먹었던 '뽀글이' 형태로 오징어 짬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면 먹으면서 물값과 관련된 두 가지의 씁쓸한 추억이 제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하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995년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동네에 처음으로 편의점이 생겼던 때인데,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드나들었죠.

어느날이었습니다. 제가 편의점이 뭐하는 곳인지 그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컵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는 정수기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컵라면 하나를 집어들고 계산대에 갔더니 '문제의' 남자 알바생이 "야이 개XX. 물값 안내놓냐? 컵라면 가져왔으면 물값을 줘야 할거 아냐"라고 엄청난 고함에 욕설까지 내뱉으며 저를 몰아붙이더군요. 저는 편의점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물값이 존재하는지 몰랐습니다. 편의점 구석 이곳저곳을 봐도 물값 받는다는 팻말도 없었고요.

그러더니 그 알바생이 제 얼굴에 뺨을 때린 겁니다. 제가 왜 때리냐고 하니까 그 알바생은 계속 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복부를 가격 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 알바생을 말리면서 더 이상 맞지 않았죠. 컵라면 물값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시 제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알바생은 고객에게 물값 받는다며 친절히 말해주기는커녕, 어린 아이를 '장난감' 취급한 것이죠.(그 이후 알바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편의점이 금방 없어졌더군요.)

지금 같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당시에는 편의점을 비롯하여 상점에서 '고객 친절'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으니까요. 편의점 사장님이나 알바생, 그리고 상점 주인은 '혼자 들어온'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가게에 오기만 해도 "야. 빨리 골라. 너 거기 가만 있으면 내쫓아 버린다" 등의 폭언을 일삼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일쑤였죠. 이런 일을 어렸을 적에 몇번이나 당했고 심지어 '절도범'으로 오해받은 경우가 두번이나 있을 정도였죠. 이것 때문에, 저는 지금도 '까칠한 분위기의' 상점에 들어오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이후로 편의점은 오랫동안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5년 뒤인 2000년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다 어느 한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게 되었죠. 친구가 편의점 가고 싶다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기 때문에 그곳에서 컵라면 먹었습니다.

그런데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자 알바생이 "저희 편의점 물값이 200원인데 돈 주셔야 하거든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물값 왜 받아요?"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죠. 그러니까 그 알바생은 "네 물값 받지 않을게요. 라면 맛있게 드세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순간 머릿속으로 '아싸, 200원 벌었다'라며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편의점을 떠나려는 순간, 그 알바생에게 문득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사과해서 200원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친구가 빨리 편의점 떠나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나 때문에 저 알바생이 물값 200원 물어내야 하는거 아냐?'라는 불안함이 있었죠. 물론 저 알바생은 혼자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서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양심이 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 대학교 입학하면서 지금까지 편의점을 드나들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자장면 컵라면 하나만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그곳 사장님과 안면을 쌓을 정도였는데, 그때부터 편의점에 대한 저의 부정적 시선이 '긍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컵라면 물값을 받는 편의점이 없었죠.

어제 오징어 짬뽕 먹으면서, 컵라면 물값에 대한 두 가지의 씁쓸한 추억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알바생의 잘못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 잘못이었네요. 두 가지 모두 제 머릿속에 오랫동안 '잊혀졌는데', 어제 라면 먹으면서 다시 살아났네요.

그러나 이제는 물값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편의점은 엄연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보다 컵라면 때문에 분리수거 하기 어려운 번거로움이 있어서 어쩌면 물값 받는게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물가 상승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죠. 암튼 전국에 있는 모든 편의점들이 오랫동안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편의점에 드나들어 간편하게 식사하거나 간식 먹을 수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편의점, #물값,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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