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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정보업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 네이버가 프리미엄매물 회원사를 모집하는 광고 이로 인해 스피드뱅크 등 부동산정보업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오직 한 분! 귀하를 네이버부동산 프리미엄매물 회원사로 모십니다."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부동산 매물 정보면에 띄워진 광고문구다. 네이버가 부동산 리빙, 부동산몰 등 2곳의 대행사를 앞세워 이른 바 '부동산 중개업소 가맹점 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2006년 9월 경. 네이버는 프리미엄매물 회원제에 대해 스스로 "독점적"이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매물섹션에 단지별(지역별)로 진성매물 등록을 서약 후, 심사를 통해 가입되시는 중개업소로 정의되며, 독점적 매물제공권한과 입점단지(지역,동)에 컨텐츠 제공권한 및 프로필 노출 권한을 보장받으므로, 입점단지(지역·동)별 전문성을 표출하실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한 마디로, 개별 부동산중개업소가 프리미엄매물 회원사에 가입하면 네이버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찾는 네티즌에게 독점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부동산정보업체, 공생 관계는 끝났다?

그동안 네이버·다음 등 종합포털업체들은 스피드뱅크·부동산뱅크·부동산114 등 부동산정보업체들로부터 부동산 시세나 전망, 매물 정보 등을 제공받아 부동산 정보면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업체들이 부동산중개 가맹점을 모집해 회비와 광고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양측은 공생 관계였다.

그러나 네이버가 프리미엄매물 회원제를 통해 직접 '부동산 중개업소 가맹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기존의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올린 매물은 '일반 매물'이라는 등급이 매겨져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동산 정보면 하단 게시판에 등재됐다.

게다가 네이버는 프리미엄매물 회원제를 도입한 지 6개월 만인 2007년 3월 프리미엄매물을 일반매물 게시판에도에도 등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프리미엄매물은 한 중개업소가 하루에 10개까지 매물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정보업체를 통한 매물은 한 중개업소에 1개의 매물만 허용됐다. 정보업체가 올리는 매물은 이래저래 네티즌들의 가시권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중개업소가 정보업체의 회원에서 탈퇴해 네이버로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서울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많은데 정보업체를 통한 일반 매물은 하루에 1개밖에 올릴 수 없으니 뭐가 되겠느냐"며 "정보업체보다 비용이 비싸기는 하지만, 광고 효과 등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네이버로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소재한 한터공인중개소 이장식 대표도 2개월 전 부동산정보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는 "불경기도 불경기지만 인지도가 높은 포털에 많이 노출이 되어야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데, (정보업체를 통한 일반매물은) 일일 등록숫자를 제한시키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다른 공인중개소들도 정보업체에 가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나 상품에 따라 단가 차이는 있지만, 일반 중개업소가 네이버 프리미엄매물 회원제에 가입하려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비용(6개월 기준)이 든다. 이미 8600여개의 중개업소가 프리미엄매물 회원제에 가입돼 있으며 그 규모가 120억원(매출액 기준)에 육박한다는 게 정보업계 측의 설명이다.

현재 전체 부동산 중개시장은 3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가 중개업소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만에 40%에 가까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업체는 그만큼 급격한 매출액 감소를 겪으면서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측에 따르면, 부동산정보업체들의 중개업소 가맹 사업을 통한 매출 의존도는 2008년 9월30일 기준으로 S사 75%, B사 64%에 달하는데, 이들은 최근 들어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액이 급감했다.

급기야 한국부동산정보협회는 지난달 31일 네이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하고 나섰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이하 정보협회)는 "네이버가 거대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근거로 영업대행사들을 통해 네이버에 부동산 매물을 직접 등록하는 '프리미엄회원'이라는 회원제를 운영하면서 기존 협회 회원사 중개업소와 차별적인 조건 및 서비스 시스템으로 영세한 부동산정보회사들의 영업기반을 잠식하고 있다"며 "불공정한 계약과 거래 행위가 엄연히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일"이라고 제소 사유를 밝했다.

정보협회는 특히 "사이버 생태계의 무법자 '대형 포털' 집장사까지 나섰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가 중개업소 가맹점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서 온라인 부동산 콘텐츠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형 포털사이트의 시장 잠식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정보산업 자체가 존폐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며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공급자인 CP업체들이 사라질 경우 새로운 정보 공급이 제한되고 전문적이고 특화된 부동산 정보 산업 자체가 설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하 정보협회 사무국장은 "네이버가 몇년간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운영을 하면서 자체 학습효과를 본 것 같다"며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네이버의 대행사 상품까지는 막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준하 사무국장은 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피 빨아먹고 버리는 것처럼, 네이버도 야금야금 정보업체의 노하우 등을 빨아먹고 있다"며 "우리가 플랫폼을 형성해놓으니까 자기들이 직접 장사를 하는 꼴이 됐다, 지금은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정보업체 허위 매물이 문제... 우리도 피해자"

그러나 네이버는 다른 주장을 폈다. 문제는 정보업체에서 올리는 '허위매물'이라는 것이다. 네이버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정보업체에서 올리는 허위매물이 너무 많아서 진성매물을 제공하기 위해 프리미엄매물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실질적으로 정보업체는 허위매물을 올려도 수수료를 받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이용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 쪽(정보업체)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뜻은 전혀 없고 좀 더 진성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매출이 줄었다고 하는데 다 마찬가지다. 네이버도 불경기 영향 때문에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업체 측에서 좋은 정보를 제공해줬다면 우리가 대행사를 통해 프리미엄매물 서비스를 할 이유가 없다"며 "어떻게 보면 저희들도 정보업체 측의 허위매물 때문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이 관게자는 "네이버에서는 중개업을 할 이유도 없고, 할 수도 없고, 할 계획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종덕 '부동산114' 부사장은 "허위매물 문제는 우리나라 중개업계의 관행으로, 네이버 프리미엄에 올라오는 매물 역시 허위매물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부사장은 "오히려 정보업체에서는 끊임없이 중개업소를 교육시키는 등 허위매물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네이버 프리미엄매물은 그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매물로 등재되는 상품이나 정보업체에서 등재하는 상품이 모두 겹친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이어 "허위매물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조건을 차별화한 네이버의 독점이 문제"라며 "작년 후반부터 네이버 프리미엄매물 회원들이 아파트 상품을 독점하니까, 다른 정보업체 매물은 올려봐야 보이지도 않는다, 이것은 강자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협회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제소 건에 대해 12월 말까지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네이버'를 상대로 한 '일반 정보업체'의 전면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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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동산정보협회, #네이버, #프리미엄, #허위매물, #공정거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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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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